▒ 회양목(淮楊木)에 대하여.. ▶ 이유미(국립수목원장)씨가 본 회양목(淮楊木)
조금 과장하면 우리의 생활 공간 어디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회양목이 이렇게 우리 곁에 있는 이유는 여러 좋은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 심어도 까다롭게 굴지않고 잘 자라고, 둥글게 혹은 울타리처럼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으며, 바늘같은 침엽수가 아니면서도 1년 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회양목은 정원에서 주인공 나무가 되기보다는 언제나 다른 식물 혹은 건물들의 배경처럼 들어가곤 한다. 심지어 묘목을 키우는 이들은 “회양목은 언제나 유행타지 않고 항상 쓰이는 조경수이므로 이 나무를 키워 손해 보는 일은 없다”고 할 정도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귀해져야 가치가 올라가는 것인지, 회양목은 흔한 까닭에 눈여겨보는 이가 드물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알 것 같은 이 회양목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의외로 드물다. 내가 회양목을 가까이 하는 즐거움 가운데 가장 먼저 꼽는 것은 봄의 꽃향기이다. 회양목에도 꽃이 피는가 싶겠지만 당연히 꽃이 핀다. 그것도 이른 봄에. 뚜렷한 꽃잎이 발달하지 않은 채 꽃도 작고 그 빛깔도 노란색에 녹색이 섞여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그 꽃향기는 눈을 감고 향기를 따라 나무를 찾아갈 만큼 청량하다. 이 꽃들을 먼저 알아보고 찾아와 그 꿀에 정신을 못 차리고 윙윙대는 벌들의 날개짓 소리만으로도 봄은 충분히 느껴진다. 꽃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이 작은 꽃들에도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는데, 수꽃은 대개 세 개 정도의 수술과 암술의 흔적이 있고 암꽃은 반대로 세 갈래로 갈라진 암술을 가지고 있다. 이 꽃들은 몇 송이씩 모여 피는데 대개 수꽃들의 가운데에 암꽃이 자리 한다. 회양목은 상록성이니 만큼 언제나 푸른 잎들을 달고 있지만 겨울에는 다소 붉은 빛이 도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새봄이 오고 꽃이 피고 나면 연록색의 새순이 돋아 오르며 잎새들은 활기를 되찾는다. 2㎝도 안되는 작은 타원형 잎새들은 통통하게 느껴지도록 두텁고 반질거리는데 작아서 아주 귀엽다. 여름부터 초록색에서 점차 갈색으로 변하며 익기 시작하는 열매도 암술대가 마치 뿔처럼 남아 있어 보기에 재미있다. 다 익으면 저절로 벌어져 드러나는 아주 작고 윤기 나는 씨앗마저도 귀엽다. 내가 두 번째로 회양목을 다시 보게 된 것은 관악산을 오르다가 자생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이다. 정원의 나무들은 줄기도 조밀하고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기에 그리 정이 가지 않았는데 바위뿐인 거친 돌산에서 얼기설기 자라 늘어지는 회양목의 유연하고도 자유로운 가지들을 보았을 때의 감동은 참으로 각별하였다. 그 후로도 자생지에서 여러 번 만나게 되었는데, 회양목은 주로 석회암 지역에 자라니 주로 단양이나 영월쪽으로 가면, 강 건너 가파른 절벽이라 사람의 발길이 한번도 닿지 못했을 법한 곳에서 의연히 자라고 있다. 여간한 식물이 아니고서는 뿌리내리지 못하는 그 거친 곳에서 만나는 회양목 군락들은 언제 보아도 항상 새롭고 의미있게 느껴진다. 회양목의 별명은 도장나무이다. 척박한 땅에 자라니 그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고 그러니 그 목재의 조직이 아주 치밀하여 가장 섬세한 가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어낸 나무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마치 사람처럼.. - 끝 - ♧♧♧♧♧♧♧♧♧♧♧♧♧♧♧♧♧♧♧♧♧♧♧♧♧♧♧♧♧♧♧♧♧♧♧♧♧♧♧♧♧♧♧♧♧♧♧♧♧♧♧♧♧♧♧♧♧ ▶ 박상진(나무박사, 전 경북대) 교수가 본 회양목(淮楊木)
이다. 자연 상태로 회양목이 자라는 곳은 충북 단양, 강원도 영월, 삼척 지역과 북한의 강원도 회양을 중심으로 평남, 황해도 석회암지대의 척박한 급경사지다. 회양목은 열악한 환경과 작게 자라는 유전인자까지 겹쳐 시간이 지나도 자랐다는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 오죽하면 중국의 유명 한 시인 소동파의 시에 “정원의 초목은 봄이 오면 무성하게 자라건만 회양목은 오히려 윤년에 액운을 맞는다”라고 읊었겠는가. 그는 자신의 시에 풀이를 달고 “속설에는 황양목이 1년에 한 치씩 더디게 자라다가 윤년을 만나면 오히려 세 치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황양액윤년(黃楊厄閏年)’이라고 하면 무슨 일의 진행속도가 늦음을 빗대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라고 했다. 설마 줄어들기야 하랴마는 사람들이 키가 줄어든다고 느낄 만큼 자람이 늦다는 뜻이다. 그래도 타고난 생명력이 강하여 석회암 지대가 아니더라도 환경적응력이 높아 예부터 널리 심고 가꾸었다. 흔히 만날 수 있는 회양목은 키가 2~3미터가 고작이며, 100 년을 자라도 팔목 굵기를 넘기기 어렵다. 그러나 천연기념물 459호로 지정된 여주 영릉(효종왕릉)의 회양목은 나이 300년, 키 4.7미터, 줄기둘레가 63센티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회양목이다.
센티미터, 전체 길이 약 620센티미터에 이르는 닥나무 종이에 다라니경문을 적어 놓은 것이다. 경을 찍은 목판이 무슨 나무로 만들어졌는지는 우리나라의 인쇄 역사를 아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인쇄물만 남아 있으니 목판의 재질은 추정해보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추정할 수 있는 단서 하나가 《삼국사기》에 실려 있다. “6두품과 5두품의 말안장에 자단, 침향, 회양목, 느티나무, 산뽕나무 등은 사용할 수 없다”라고 했다. 여기서 관심 있게 보아야 할 나무가 바로 회양목이다. 회양목은 나무를 이루는 물관과 섬유의 크기가 거의 같다. 또 둘 다 세포지름도 아주 작고 세포가 촘촘히 들어 있어서 나무질이 곱고 균일하며, 치밀하고 단단하기까지 하다. 다라니경을 새길 목판을 만드는 데 이보다 더 적당 한 나무는 우리나라에 없다. 나는 《삼국사기》의 기록과 나무의 세포모양으로 보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찍은 목판 나무는 회양목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회양목은 선비들이 거처하는 사랑채나 서원에 한두 그루씩 정원수로 심었고, 주요한 옛 쓰임새는 이렇게 작은 목판이나 나무활 자였다. 조선조에 들어오면서 왕조실록을 비롯한 책을 인쇄하는 데 필요한 나무활자는 주로 회양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외 에 점치는 도구, 궁궐을 출입하는 표신(標信), 머리 빗, 장기 알, 각종 공예품 등에도 빠지지 않았다. 또 도장나무라는 회양목의 다른 이름처럼 개인 인장, 관인(官印), 그림이나 글씨를 쓰고 찍는 낙관(落款)을 회양목으로 만들었다. 옛 문헌에 나오는 이름은 모두 황양목(黃楊木)이며, 회양목이란 이름은 개화 초기 우리나라 식물의 일제 조사를 실시할 때 새로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회양목은 손톱 크기 남짓한 크기에 도톰한 잎사귀가 사시사철 달리는 늘푸른나무다. 생명력이 왕성 하여 사람들이 기분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잘라대도 금세 가지를 뻗어낸다. 널따란 잔디밭의 가장자리나 고급 주택의 오솔길을 보기 좋게 장식하는 나무로 빠지지 않는다. 아직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날 회양목은 서둘러 꽃을 피운다. 연한 녹황색 빛깔에 꽃잎도 없이 손톱만 한 꽃을 피워 대니 화려한 다른 꽃들처럼 누가 알아줄 리가 없다. 남쪽 섬 지방에는 회양목보다 잎이 좀 크고 윤기가 있는 섬회양목이 자란다. - 끝- ♧♧♧♧♧♧♧♧♧♧♧♧♧♧♧♧♧♧♧♧♧♧♧♧♧♧♧♧♧♧♧♧♧♧♧♧♧♧♧♧♧♧♧♧♧♧♧♧♧♧♧♧♧♧♧♧♧ ▶ 특징 및 사용 방법 화양목·황양목·도장나무·회양나무·고향나무라고도 한다. 강원도 회양(淮楊)에서 많이 자랐기 때문에 회양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린 나무이다. 나무껍질은 회색이다. 작은 가지는 네모지고 녹색이며 털이 있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유사종으로 잎이 좁은 댓잎피침형인 것을 긴잎회양목, 잎이 길이 12~22mm, 나비 4~11mm이고 잎자루에 털이 없는 것을 섬회양목이라 한다. 열매를 황양자라 한다. 관상용·공업용·약용으로 이용된다. 정원수·조경수로 적합하다. 목재는 무겁고 단단하며 치밀하기 때문에 도장·지팡이·조각재로 널리 쓰인다. 조선시대에는 회양목이 목판 활자를 만드는데 이용되었으며 호패·표찰·도장·장기알 등의 재목으로 널리 쓰였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여 사용한다. 효능은 주로 간경을 다스리고, 호흡기 질환 및 통증에 효험이 있다. 관련질병: 동통, 산증, 진통, 치통, 타박상, 통풍, 풍습, 해수 2016/11/25 - 휘뚜루 - |
출처: 산으로, 그리고 또 산으로.. 원문보기 글쓴이: 휘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