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충분히 슬퍼할 권리가 있다.
기자명 김유진
이태원 참사에 부쳐
10월 29일 이태원에서 150명이 넘는 청년들이 명을 달리했다.
우리들 대부분은 급작스럽고 어이없이 벌어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 한동안의 시간이 필요했다. 미쳐 상황을 채 이해하기도 전 쏟아지는 뉴스와 각종 평론, 비난과 분노, 걱정과 염려.... 파도처럼 밀려오는 언어들에 마음을 수습하기조차 어려웠다.
누구를 붙들고 이 황망한 마음을 쏟아내야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시간 속에 우리는 충분히 슬퍼할 수 조차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언어의 향연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데, 아직 이 비극적인 상황을 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있는데 정부를 탓하고, 경찰을 비난하고, 마치 누군가 기획한 죽음인 것 마냥 상황을 몰아가는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 앞에서 우리에게는 왜 충분히 슬퍼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가?
누군가의 가족, 누군간의 친구인 그들이 허망한 죽음을 충분히 슬퍼할 시간이 왜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는가?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의 손을 조용히 함께 잡아줄 위로가 왜 허락되지 않는가? 갑자기 들이닥친 참사를 국민의 대표인 정부가 잘 해결해 나가기를 응원하며 지켜보는 간절한 마음이 왜 이리 어려운 일인가?
누군가에게는 정부의 대처가 조금 미흡하고 부족할지라도 국가적 비극을 힘을 모아 함께 해결해가야 하지 않는가.
사태를 해결해야 할 정부를 흔들고, 확인되지 않는 정보로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를 심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제발 지금은 안타까운 젊은 죽음들에 대해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위로할 시간을 우리에게 달라.
분열의 언어로, 조롱의 언어로,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행위는 적어도 당분간은 그만두자.
우리에게는 충분히 슬퍼할 권리가 있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을 충분히 위로할 권리가 있다. 누군가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아야 할 권리가 있다.
또 하나의 비극을 통해 얻어야 할 값진 교훈들은 애도의 시간이 끝나고 논의되어도 충분하지 않은가!
김유진(넥스테이지 대표)
첫댓글 조용히 애도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한 마음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