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런 햇살을 가득담은 3월 마지막 여주5일장, 오랜만에 포근한 날씨 탓에 여느 때보다 활기가 넘친다.
 |
칼가는 아저씨 |
중앙통 시장입구에서부터 불어오는 봄의 소리는 칼, 도끼, 톱 등 봄철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들을 펼쳐놓은 가운데 숫돌에 정성스럽게 칼을 가는 아저씨의 분주한 손길 속에서 전해 오고 있다.
골판지에 매직으로 쓴 ‘싱싱한 느타리’, ‘건강미인 느타리’, ‘금방 따온 느타리’라는 글씨에 이유를 물어보니 본인이 재미있으라고 직접 썼단다. 여주군 강천면 농장에서 재배한 느타리버섯은 2kg에 7000원, 표고버섯은 1kg에 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
떡 파는 아주머니 |
인절미, 백설기, 시루떡, 미삼(어린 인삼), 고사리, 달래, 약밥, 고들빼기, 송편, 참기름, 전병, 청국장, 콩비지 등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는 허리가 굽고 깊게 패인 주름살에서 인생 연륜이 물씬 풍겨 나오는 우리 어머니 같은 포근함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된장 아줌마 |
여주장, 장호원, 부발 등 3곳의 장날에 다닌다는 ‘된장아줌마’는 여주5일장에 몸을 담은지는 벌써 10년이 되어간다고 전한다. 메주, 된장, 청국, 깻잎, 된장고추, 무말랭이, 콩장 등 전통반찬을 내놓고 있는데 단골손님이 많다고 한다. “여주분들은 다른 지방보다 순하고 착해요. 접해 보면 알잖아요” 시장을 찾는 여주사람들에 대한 된장아줌마의 평이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반찬은 마늘쫑 2묶음 5000원, 무장아치 2그릇 5000원이다.
 |
잡곡 좌판 |
치아를 보정 중인 아주머니를 대하니, 내놓은 잡곡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국산과 수입산이라는 원산지 표시를 되는대로 매직으로 써서 잘 정리해 놓았다. “국산이 수입산 보다 2배 이상은 비싸지요” 가격비교도 하면서 국산의 우수성을 자랑한다. 조, 서리태, 현미, 녹두, 강낭콩, 흑미, 메밀, 땅콩, 팥, 질금, 들깨, 동부, 보리, 청콩 등 잡곡을 가지고 나왔다. “이게 제비콩이라는 건데 울타리에 심으면 타고 올라가요. 맛과 영양이 좋다고 해요” 구경꾼들의 궁금증을 한번에 해결해 주는 아줌마가 시장에서 장사한지는 어언 6년째란다.
 |
◇ 냉이할머니와 들기름 할머니 |
정작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한 모퉁이에 자판을 벌이고 있는 두 촌로가 눈에 띈다. 대신면 후포리 자신의 밭에서 3일 동안 캤다는 냉이를 가지고 나온 한분(웃으며 나이 밝히지 않음)과 또 한분(73세)은 이천에서 들기름을 팔러 나왔다고 한다. 두 분의 공통점은 “사람 구경하러 시장에 나왔다”라는 것. 들기름은 보통 7000원에 파는데 깎아줘서 6000원에도 팔고, 어떤 때는 5000원에 달라고 해서 내어 준다고 한다. 냉이는 한바구니 듬뿍해서 2000원이다.
 |
◇ 조막걸리 |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조막걸리를 시키니 양재기 1그릇에 1000원에 안주는 공짜다. 안주는 무장아치와 굵은 멸치, 한잔 들이키니 갈증이 사라진다.
집에서 직접 담근 조막걸리 1.5ℓ에 4000원, 무장아치 한바구니에 3000원이며, 두부도 먹음직스럽다.
 |
◇ 채소파는 서씨아저씨 |
여주5일장 경력 10년의 ‘서씨 아저씨’는 손님과 신나는 흥정을 벌이고 있다. 제주취는 벌써 동이났고, 고추장에 묻혀 먹는 방풍나물은 혈액순환에 좋단다. 미나리 400g 2000원, 달래, 냉이, 감자, 당근, 미역도 한자리에 놓여있다.
 |
◇ 여주5일장의 화원 |
봄향기 가득한 여주5일장에는 이 밖에 다양한 물건들로 장보러 나온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몸에 좋다는 마, 밤, 10송이에 3000원하는 장미, 대추, 도라지, 더덕 등이 싱싱함을 더해주고 화원을 옮겨 놓은 듯 다양한 분재와 50여가지의 화분들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팔려나간다.
제주당근(3~6개) 1000원, 오이(3~4개) 2000원, 감자, 고추, 풋마늘, 양배추, 깻잎, 애호박, 브로커리, 양파, 무 등도 저렴하게 소비되고 있다.
 |
◇ 동물시장 |
시장 맨 끝자락 동물시장에 도착하니 강아지, 토끼, 닭 등을 사고 파는 흥정이 오가는 가운데 주인 아줌마의 숙달된 솜씨로 장닭 한 마리를 잡아 손님에게 건네 준다. 어느덧 여주중앙로 입구에서 하리 제일시장까지 이어지는 2km의 여주 전통5일장의 풍경이 아름다운 영상으로 눈에 잡히고 있다.
특히, 하리 제일시장 재건축사업이 지난 3월 25일 경기도청 경기도문화재심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아 시장 정비사업인가와 건축허가 등 제반 행정절차를 연내에 끝내고 2010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이를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시장통에 걸려 있다.
 |
◇ 시장속의 ´하리제일시장 재건축승인축하 플래카드´ |
지하2층을 포함한 18층 규모 현대식 주상복합건물로 재탄생함으로써 여주5일장의 현대화로 여주지역 상권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