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 엄마 아이샤도우 빨리 가지고 오너라 !!!"

[달빛창가]

  
아침 새벽까지 
딸은 꾸역 꾸역 짐을 챙겼습니다. 

밤 늦게까지 먹은 술로 인해 
새벽녁에 목이 말라 거실로 나왔습니다.
 
덩그라니 놓여져 있는 큰박스 2개.
.
.
.
 
수능일 부터 
합격자 발표, 
그리고 추가 합격자 발표 때 까지 
가슴 졸이던 시간들...
그러나 결국 
최종 불합격 

하 !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습니다. 
술도 엄청 먹었습니다. 
매 순간 순간 화도 정말 많이 냈습니다. 

행여 행여 하고 기다렸지만 
꼴 좋게... 
가,나,다군, 
3개 다 예비합격 엄청 뒷 번호 받고
.
.
.
 "불합격" 

아 ! 
이렇게 힘드니 다 들 애들 데리고 외국으로 내빼는구나 ? 
뉴욕으로, 
호주 시드니로, 
캐나다로 간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그러나 자기변병으로 결론은 납니다.
.
.
.

아뭏튼 우린 
먹고
자고
공부하는 
재수기숙학원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매월 197만원 
기타 특강비용은 제외 
수능 2과목이상 최저등급요구
가격도 조건도 만만치 않습니다.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노래가 저절로 나오고

투덜 터덜.
 &^**(&(^%^%$%$#$#@@#$@#!@!.... 
짜증도 나고.

그러나, 
오후 3시까지 입소해서 
반 배정 시험을 치른다 하니 
서둘러 가야 합니다.

이불, 옷가지들, 
거실에 정승처럼 쌓아 놨던 온갖 수능 문제집들, 
시험문제지, 샤워용품들, 그리고 영양제... 
차에 차곡 차곡 집어 넣고.
 
"출발". 

표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딸을 태우고 
서울을 출발 
우리는 달렸습니다. 

할 말을 잊은 부녀는 
그렇게 한 20여분을 달렸습니다. 
구리시를 지나 남양주 이정표가 보이고. 
20여분 더 가니 
여기 저기 기숙학원 간판들이 보입니다. 

좁디 좁은 시골 마을을 지나니 
줄 줄이 차들이 늘어 섭니다. 
아마도 기숙학원으로 가는 차들 같았습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핸폰 문자를 날리고 히히덕 거리던 
딸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 집니다. 
기숙학원 간판들이 보이고 
가고있는 기숙학원 남은 거리를 알려줍니다. 

핸디폰은 기숙학원 휴대금지 품목이라 
제 동생에게 주기로 했다더군요. 

그토록 즐기던 문자, 핸디폰, 컴퓨터, 

다가오는 적막할 현실이 두려운지 
더욱 더 말이 없어지는 딸. 

내 사랑하는 딸, 
정말 가여워 보였습니다. 
기숙학원 남은 거리 이정표가 가까워지니 
갑자기 제가 울컥 해 졌습니다. 

"오늘따라 왠 황사야?"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가슴속에 흐르는 눈물이라는 것이 실감났습니다. 

어렸을때, 
그러니까, 
참으로 서울생활 힘들때, 

제 엄마가 일을 한다고 
잠시 외가에 맡긴 거 말고는 
가족과 떨어져 보질 않았는데. 

여기 저기 
입시에 실패한 많은 우리 아들 딸들이 
이불보따리 짐들
끙끙 대며 옮기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또 화가 납니다.
남들은 그나마 여행용 가방에 간단하게 입소하는데 
왠 짐은 이리도 많이 챙겼는지. 
너무 무거우니 화가 날려는데... 
참았습니다. 

내 양손에 세 손가락 큰 박스 두개, 
남은 손가락에 두개 비닐봉지 끼우고, 

딸은 여행용 가방 위에 수능 문제집 수북히... 
대 강당에 일열로 짐들을 세웁니다.
우리 딸년 짐 높이가 가장 크고 높더군요. 

젠장..
공부을 이렇게 잘하지... 에~고. 

대충 쌓아 놓고 
방을 배정하나 봅니다. 

이 많은 짐을 어찌 숙소까지 옮기나 
걱정하는 딸에게.

냉정하게 
"잠시 후면 아빠 여기에 없어, 혼자서 다 천천히 옮겨." 
"알았어."

반 배정 시험을 치러 
205호실로 향하는 딸 등어리를 두드려 줬습니다. 

"잘해." 
"엉." 
.
.
.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 
서둘러 산 등성이를 차로 내려오며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 여보, 학원 너무 좋다. 걱정 안해도 되겠어." 
" 그런데 지금 당신 울고 있지?" 
아내는 눈치가 10단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 아니, 내가 왜 울어 ?" 
"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 히히히." 

" 기침이 나와서. 그러지 뭐. 켁..." 
" 오면서 맛난거 드시고 오세요."
사실 아침도 않 먹었습니다.
 
" 그러지, 뭐. " 

담배 핑계로 연거푸 억지로 기침을 여러번 했습니다. 

압니다. 
아마도 아내는 그 동안 저 보다 더 힘들었을 겁니다. 

사실,
서울로 돌아 오면서 차 안에서 훌쩍 거렸습니다. 

잘 해야 할텐데... 

지금까지는 2007년 2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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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08년 2월  

재수 후 "합격통지서"라는 걸 받아 봤습니다.
.
.
말도 없이 
엄마 아이샤도우 챙겨 넣고
양평으로 대학 신입생 OT를 떠난 딸.

덕분에 
아이샤도우가 없어 
모나리자가 되었다고
투덜거리는 아내...

"딸아 ! 엄마 아이샤도우 빨리 가지고 오너라 !!!"

지난 한 해 동안 
주변의 많은 분들이 
위로해 주시고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국/경성합장
 

[핑크스타]

이글을 보니 다시 눈물이 나네요.참으로 힘든 한해였답니다 대학이 뭐길래 인생의 어떤 끄나풀이 되길래 우린 그토록 갈망과 채칙질을 하며 사는건지...그러나 지나고 보니 등골이 휘더라도 한번더 기회를 준것이 잘못된 판단은 아닌것 같아서 참 다행이다 싶네요 앞으로 더더욱 열심히 살거라고 했으니 그리되길 또 염원 해야지요 저또한 기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올립니다.

[초록빛바다]

뼈에 사무치도록 실감납니다. 가슴도 두근거립니다. 본인과 뒷바라지 하신 두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도 그런 행복을 맛볼수 있을까요?

[샤키]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온가족 힘을 합해 소원을 이루셨네요. 오랜만에 들어와봤는데 이런 기쁜 소식을 접하네요. 열심히 사시는 모습 아름답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