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뿐인가. 가을의 울릉도는 힘이 넘쳐난다. 울릉도 특산품인 오징어가 제철을 맞고 팔뚝만한 방어가 수산시장에서 팔닥거리는가 하면, 주먹만한 홍합을 듬성듬성 썰어 밥과 함께 쪄낸 홍합밥도 별미다. 항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먹을거리 장터에는 울릉도 해안 산책길을 따라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노천식당도 있다.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잡아와 식탁에 내어주는, 울릉도만의 추억이다. 울릉도는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울릉도만의 기막힌 풍경, 생활습성도 많다. 지난 11월 5일 울릉도를 방문하면서 보고 느낀 울릉도의 신비를 정리해봤다.
1. 택시는 모두 SUV다
울릉도 택시 승강장 앞에 정차해 있는 택시들의 차종은 스포티지, 투싼 등의 4륜구동 자동차이다. 울릉도의 특이한 택시문화는 약 16년 전 한 개인택시 기사가 지프형 사륜구동 자동차를 택시로 몰면서 시작됐다. 울릉도 섬 자체가 굴곡과 경사가 심하기 때문이다. 박인현(52) 울릉택시사무소장은 “도로가 좁고 언덕이 많아 도시사람들은 운전하기 굉장히 힘든 곳이 울릉도”라며 “택시가 한 대도 빠짐없이 지프 차량인 곳은 울릉도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2. 교회가 45개이다
울릉도는 올해로 기독교 선교 101주년을 맞았다. 울릉도 주민들이 자신의 집을 예배당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나리교회(현 천부제일교회)가 설립된 것이 울릉도의 첫 교회 역사다. 울릉도엔 45개의 교회가 있으며 기독교인이 3000명에서 3500명에 이른다. 섬마을에서의 무료함, 뱃일을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 새벽잠이 없는 섬사람들을 위해 새벽기도는 4시30분에 시작한다.
3. 거주 주민은 8000명, 등록 주민은 1만739명이다
2010년 10월 기준으로 주민등록상에 거주지가 울릉도라고 돼 있는 사람은 총 1만739명이다. 울릉도의 한 택시운전사는 “울릉도에서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8000명 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 2000명은 육지사람”이라고 말했다. 울릉도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면 울릉도가 다른 행정권으로 편입되기 때문에 억지로 도민 수를 늘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울릉군청 김철도(51) 문화관광 담당자는 “학교공부나 사업 때문에 겨울엔 육지로 들어가 사는 사람들이 많아 유동 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4. 농경지에 모노레일이 있다
울릉도 밭농사는 산비탈을 개간한 것으로 경사가 심해 농사에 어려운 조건이다. 농민들이 영농작업 때 지게를 지고 올라가는 일은 웬만한 등산을 하는 것보다 더 힘이 드는 일이다.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2004년 울릉도 농민들을 위해 밭에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울릉도를 안내한 한국드림관광 대표는 “6년 전 울릉군수가 지게를 지고 올라가는 농민들을 보면서 가슴 아파했다”며 “울릉 농민들이 이렇게 힘들어선 안 되겠다며 모노레일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 섬을 관찰할 수 있는 모노레일이 있다
지난 2008년 7월 울릉도 서·북면의 해안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한국의 10대 비경’으로 꼽히는 태하등대에 20인승 모노레일이 설치됐다. 놀라운 것은 39도의 경사를 올라가는데도 열차가 수평을 유지한다는 점. 태하등대를 관리하는 이강일(55) 소장은 “모노레일 안에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 있어 기울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6. 커피숍이 없다
현대인들은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갓 뽑은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카페를 찾는다. 그러나 울릉도엔 그 흔한 커피숍이 없다. 스마트폰에서 GPS를 기반으로 현 기점에서 가장 가까운 커피전문점을 찾아주는 ‘아이니드커피(iNeedCoffee)’ 앱에서도 울릉도 커피숍은 검색되지 않는다. 울릉도를 찾은 한 여성 관광객은 “자판기 커피 말고 원두커피 딱 한 잔만 먹었으면 좋겠다”며 “관광객이 이렇게 많은 울릉도에 커피전문점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7. 20대가 거의 없다
주민등록상으로 거주지가 울릉도로 되어 있는 만 20~29세의 주민 수는 2009년 기준으로 1271명. 하지만 실제로 울릉도에서 20대 젊은이는 ‘숨은그림찾기’다. 이에 대해 울릉군청 장세림 통계담당자는 “울릉도에 대학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학업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육지로 나간다”고 설명했다. 울릉도 소재 고등학교 역시 울릉종합고등학교 하나뿐이었다.
울릉초등학교 조정인(11)양은 “언니, 오빠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육지에 있는 대학을 다닌다”며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북대에 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8. 세계 최대 수심인 1500m에서 퍼낸 해양심층수가 있다
2009년 6월 울릉도 앞바다에서 세계 최대 수심인 1500m로부터 해양심층수가 취수됐다. 일본 오키나와 우라무에시(市)에서 수심 1400m에서 취수한 해양심층수보다 100m 더 깊다. 울릉도 해양심층수는 수심 200∼1000m에서 나오는 중층 심층수보다 수온이 낮고 마그네슘·칼슘 등 무기질 함량이 높다. 파나블루는 울릉 해양심층수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에만 500억원 이상 투자했다. 파나블루는 ‘슈어’라는 생수 브랜드로 내놓고 500mL를 약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9. 차로 한 바퀴 돌 수 없다
울릉도를 둘레로 계산하면 약 57㎞. 이 중 울릉도를 차로 잇는 거리는 약 52.4㎞로 내수전망대 좌측으로 보이는 관음도라는 섬을 끝으로 순환도로는 4.4㎞ 구간 정도 끊긴 상태다. 때문에 울릉도를 한 바퀴 돌다가 정점에 다다르면 다시 반대편 방향으로 돌아와야 한다.
10. 흥정이 필요없다
울릉도를 방문한 사람들이 주로 구매하는 것은 오징어와 호박엿, 명이나물 등이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집집마다 가격이 다르고 질도 다르지만 울릉도는 어느 특산물 매장을 가도 가격이 균일하다. 업체가 담합해 비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육지보다 2배 이상 저렴하게 판매해 관광객의 속을 썩이는 일이 없다. 이는 식당도 마찬가지다. 울릉도에선 맘 편히 소비할 수 있다.
울릉도에 가면 꼭 먹고 와야 할 음식 울릉도 홍합은 검은색 광택에 살구색 속살이 알차다. 갓 잡아올려 탱탱한 홍합 속살을 썰어 함께 밥을 지으면 황금빛이 도는 홍합밥이 된다. 삼나물 말린 삼나물을 물에 불린 뒤 삶으면 생김새와 빛깔이 고사리와 엇비슷하다. 맛은 고사리보다는 쫄깃하며 쇠고기맛이 난다고 해서 ‘고기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개비 칼국수 커다란 냉면그릇에 가득 담겨 나오는 녹색빛깔의 내장국물에 떠있는 까만 따개비들, 연둣빛 애호박, 그리고 하얀 칼국수 면발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갓잡은 울릉도 오징어로 만든 젓갈과 함께 먹으면 칼국수가 후루룩 넘어간다. 약소 오징어와 호박엿, 홍합밥, 산채비빔밥과 함께 울릉도의 오미(五味)로 대표되는 것 중 육(肉)고기도 있다. 약을 먹여 키웠다는 울릉도 약(藥)소다. 울릉도에선 볏짚을 구하기가 어렵고 사료를 섬으로 들여오는 운송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소들이 하루 종일 산채나 약초를 뜯어 먹고 지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