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편지」
- 마음의 고향2
2021년 수능 국어시험에 구례를 노래한 이시영시인의 시 ‘마음의 고향 2’가 출제되었다.
43,44,45번 3문제가 출제되었는데 풀어보니 어렵다. 겨우 1문제 맞혔다.
‘왜 그곳이 자꾸 안 잊히는지 몰라/ 가름젱이 사래 긴 우리 밭 그 건너의 논실 이센 밭/ 가장자리에 키 작은 탱자 울타리가 쳐진./훗날 나 중학생이 되어/
아침마다 콩밭 이슬을 무릎으로 적시며/ 그곳을 지나다녔지/ 수수알이 꽝꽝 여무는 가을이었을까/ 깨꽃이 하얗게 부서지는 햇빛 밝은 여름날이었을까/
아랫냇가 굽이치던 물길이 옆구리를 들이받아/ 벌건 황토가 드러난 그곳/ 허리 굵은 논실댁과 그의 딸 영자 영숙이 순임이가/ 밭 사이로 일어섰다 앉았다 하며
커다란 웃음들을 웃고/ 나 그 아래 냇가에 소 고삐를 풀어놓고/ 어항을 놓고 있었던가 가재를 쫓고 있었던가/ 나를 부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솨르르 솨르르 무엇이 물살을 헤짓는 소리 같기도 하여/ 고개를 들면 아, 청청히 푸르던 하늘/ 갑자기 무섬증이 들어 언덕 위로 달려오르면/
들꽃 싸아한 향기 속에 두런두런 논실댁의 목소리와/ 까르르 까르르 밭 가장자리로 울려퍼지던/ 영자 영숙이 순임이의 청랑한 웃음 소리/
나 그곳에 오래 앉아/ 푸른 하늘 아래 가을 들이 또랑또랑 익는 냄새며/ 잔돌에 호미 달그락거리는 소리 들었다/ 왜 그곳이 자꾸 안 잊히는지 몰라/
소를 몰고 돌아오다가/ 혹은 객지로 나가다가 들어오다가/ 무엇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나 오래 그곳에 서 있곤 했다’
<이시영 시인 ‘마음의 고향 2_그 언덕’>
이시영 시인은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출생으로 내가 사는 상사마을 아랫마을인 하사마을에서 십 오리 논두렁길을 걸어서 구례읍내 구례중학교를 다녔다.
1962년부터 3년 간 걸어 다녔을 그 길들의 이야기에 나오는 징검다리는 없어지고 신작로는 포장이 되고 구불구불 논들도 반듯반듯해져서 옛 감흥이야 일지 않겠지만
그 이야기가 수능시험에 나왔다고 감흥에 젖은 이시영 시인의 전화 목소리에 그만 나도 이슬에 젖어 읍내 중학교 가는 소년 이시영을 따라 그 길을 가본다
중학 1학년 / 새벽밥 일찍 먹고 한 손엔 책가방 / 한 손엔 영어 단어장 들고 /가름젱이 콩밭 사잇길로 시오리를 가로질러 /읍내 중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면//
막 떠오르기 시작한 아침 해에 / 함뿍 젖은 아랫도리가 모락모락 흰 김을 뿜으며 반짝이던 / 간혹 거기까지 잘못 따라온 콩밭 이슬 머금은 /
작은 청개구리가 영롱한 눈동자를 / 이리저리 굴리며 팔짝 튀어 달아나던//내 생에 그런 기쁜 길을 다시 한번 걸을 수 있을까
첫댓글 이시영 시인의 시를 읽고 추억과 감회에 젖는다. 아침 등교길 10리를 걸으면서 외던 영어 단어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잊혀지지 않은 영어 단어는 그 때 등하교길에서 왼 단어가 아닐까 싶다.
운동화와 바지가랑이는 늘 풀잎의 이슬에 젖었고. 김선생님 좋은 시를 올려 주셔서 감사해요.
이시영 시인의 첫시집 만월의 시들은 6,70년 이야기가 그윽한 시집입니다
가름젱이라?
가로지른 밭?
언어가 짧아 여쭙니다.
잘 읽었습니다,
가르마처럼 가름한 밭으로 봅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
착한 햇살
오랜만에
이끌려 고향에 온 기분입니다.
고향의 언덕 지나 냇가 징검다리 건너
늘 눈팅만 하며 지나가는데..
오늘은 고향 뚝방길 삘기뽑고 소 달구지 몰래 얻어타던 생각이 나
몇자 적습니다..
감사해요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셔서..
다시는 오지않을 그날들..
육십년대 고향 이야기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