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큰 평수는 100억 원을 넘고, 40~50평 대도 60억 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아파트 한 채 가격이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비싸다.
‘저 집에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다.
나는 아파트 한 채를 60억에 사라고 하면 아마 계약서부터 보고 겁을 먹을 것 같다.
계약금이 얼마인지보다 "이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가 먼저 걱정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사는 김포 고촌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포공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 이곳의 50평 아파트는 대략 6억 원 정도라고 한다.
60억과 6억.
숫자로만 보면 무려 열 배 차이다.
강남에 사는 사람은 집값이 올라서 좋고, 나는 집값이 많이 안 올라서 마음이 편하다.
그러니 서로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강남 사람은 내 집값을 부러워할 일이 없고, 나는 강남 사람의 집값을 부러워하다가 혈압 오를 일이 없다.
이것도 나름대로 "윈윈(win-win)"이다.
고촌이 좋은 이유는 또 있다.
서울과 붙어 있으면서도 개발제한구역이 많아 공기가 비교적 좋다.
집 가까이에 텃밭도 있다.
상추도 심고, 토마토도 심고, 고추도 심는다.
돈을 주고 사 먹으면 될 것을 굳이 흙을 파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미있다.
아파트값은 6 억인데, 상추 한 포기에서 느끼는 행복은 60억짜리 아파트보다 더 클 때도 있다.
교통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고촌역에서 김포공항까지는 몇 분이면 가고, 강남도 생각보다 가깝다. 인천공항도 한 시간 안팎이면 갈 수 있다.
병원이나 생활 편의시설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
무엇보다 나는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암반지역에 지었다는 튼튼한 아파트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다.
그러니 강남 60억짜리 아파트를 보면서 “내가 왜 저걸 못 샀을까?” 하고 밤잠을 설칠 이유가 없다.
사실 나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젊은 시절 서울에서 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남들에게는 강남 아파트를 사라고 대출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사지 않았다.
남의 대출은 잘해주면서 내 대출은 못 해준 셈이다.
그때 강남 아파트 한 채만 잡았더라면 지금쯤 나도 ‘강남 큰손’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후회도 없다.
돈은 크게 벌지 못했지만 대신 다른 것을 많이 얻었다.
배움이 있었고, 직업이 있었고, 사람들과의 인연이 있었다.
테니스도 치고 골프도 즐겼다.
음악도 배웠고, 책도 읽었다.
지금은 텃밭에서 흙을 만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재산은 등기부등본에 기록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배움, 건강, 취미, 우정, 추억 그리고 신앙.
이런 것은 세월이 지나도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빌립보서 4장 11절)
바울의 고백이다.
‘자족’이라는 말이 참 좋다.
없는 것을 바라보며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바라보며 감사하는 것이다.
남의 집이 60억이라고 해서 내 집이 갑자기 초라해지는 것은 아니다.
남의 통장에 돈이 많다고 해서 내 삶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께서 사람마다 다른 몫을 주셨으니 내게 주신 몫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혜인지도 모른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생각한다.
‘그때 강남 아파트 하나 사둘 걸.’
그러다가 곧 생각을 바꾼다.
‘그랬으면 지금 아파트값 걱정으로 잠을 못 잤을지도 모르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복에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지 않은 복"도 있었던 것 같다.
요즘 강남 집값을 잡는다고 정부도 애를 쓰고 있다.
세금도 올려보고 대출도 조이고 공급도 늘리려고 한다.
하지만 집값이라는 것이 어디 그렇게 쉽게 잡히는가.
사람의 욕심도 그렇다.
집이 하나 있으면 두 채가 갖고 싶고, 두 채가 있으면 더 좋은 집이 갖고 싶어진다.
아마 인간의 욕심에 세금을 매긴다면 나라 살림이 금방 좋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욕심은 세금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마음이 만족해야 한다.
나는 요즘 무더위를 피하듯 집값도 그냥 피해서 산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내가 어떻게 이기겠는가.
에어컨을 켜고 시원한 곳으로 가면 된다.
강남 집값도 마찬가지다.
60억짜리 집을 내가 살 수 없다면 그냥 안 사면 된다.
내가 사는 곳에서 만족하면 된다.
요즘에는 ‘삼전닉스’라는 말도 유행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강남에 집도 없고 삼전닉스 주식도 없다.
그래도 괜찮다.
내게는 아직 건강이 있고,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고, 음악을 즐길 수 있고, 텃밭에서 흙을 만질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웃으며 지낼 수 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오늘 하루를 허락하셨다.
이보다 더 큰 재산이 어디 있겠는가.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빈손으로 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빈손으로 돌아간다.
60억짜리 집도 가져갈 수 없고 6억짜리 집도 가져갈 수 없다.
결국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감사하며 살았느냐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고촌에서 산다.
강남에는 60억짜리 아파트가 있고 고촌에는 6억짜리 아파트가 있다.
그러나 내게는 그보다 더 귀한 것이 있다.
자족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이다.
강남의 60억을 부러워하지 않고 고촌의 6억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오늘도 텃밭의 토마토 하나를 따서 “참 잘 익었네!” 하며 웃을 수 있는 것.
아마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행복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돈이 부족할 수는 있어도 감사가 부족하지 않다면 괜찮다.
집값이 10배 차이가 난다고 행복까지 10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강남에 집은 없지만 감사라는 집 한 채를 마음속에 짓고 살아가고 싶다.
그 집에는 욕심 대신 자족을 들여놓고, 불평 대신 감사를 들여놓고, 걱정 대신 믿음을 들여놓으련다.
6억과 60억.
숫자는 열 배 차이지만 행복은 숫자로 계산할 수 없다.
오늘도 나는 고촌에서 웃는다.
“하나님, 이만하면 됐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첫댓글 옛날엔 남이 잘 되거나 부자이면 정말 배가 아팠습니다 ㅎㅎ
나이를 먹을수록 이 마음이 시들어 집니다.
특히 집은 큰 욕심이 없습니다. 지금의 집도 내겐 과분합니다.
강남 사람들이 볼 때는 푼돈에 지나지않지만.
결국, 비교하는 마음을 거둘 때에 진정한 행복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