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속되어있는 자활센터에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영광스럽게도 표창수상자로 선정이 되어서다. 나를 비롯해서 요양보호사 15명과 복지사
10명이서 2박3일 힐링캠프다.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센타에 소속되어 있는것 만으로도 마음 뿌듯한데 상과 여행까지 시켜주니 2015년은 행운해요,
행운녀다.
제주도 날씨는 오락가락하여 일정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까 우산도 챙기고 방한복도 준비했다.
간만에 타는 비행기내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신비롭다.
산은 인공지도요, 파도는 주굴한 내 손등같고, 하우스는 타일같고, 집은 장남감같고, 아파트는 산호같고, 길은 노끝 같다. 더 높이
떠오를때의 구름은 목화솜 풀어 헤쳐놓은 듯하고, 휘날리는 솜사탕같다. 최대 상공에선 얼음 바다위에 하얀눈이 소복소복 쌓인듯한 북극세계다.
이국적 풍광이 물씬나는 제주항에 도착했다. 오십여분이 소요됐다.
일정에 따라 가이드와 버스로 이동. 신제주를 향한다며 해설이 이어진다. 예전엔 제주도를 일컬어 삼다도였던게 지금은 이다도란다
지금은 남자도 많아서란다.
"알았수까?"
"알았수다"
제주도 방언도 가르쳐주면서. 중식은 섬에 왔으니 푸짐한 해물탕으로 해결하고 모슬포 여객선으로 마라도를 향한다. 힘찬 물살이 하이얗게
부서지는 물보라 상공에서는 갈매기들이 너울댄다. 손바닥의 새우깡은 와서 콕 찍어가고, 멀리 던져주는 떡은 공중에서 잽싸게 받아먹는다. 그 광경이
재밌어서 사람들이 몰린다.
최남단 마라도는 하늘색과 드넓은 초원에 우뚝 솟은 불상과 십자가가 선명하고, 민박 해물 짜장면집들이 즐비하다. 봄날같은 해변투어에
흐드러지게 퍼져있는 백년초 길섶에서 포즈도 잡아보고 여유와 자유를 만끽한다. 탁 트인 바다를 향해 두 팔 벌려 하늘을 본다. 머리칼도 신나게
춤을 춘다.
"하~ 좋아"
뭉친 가슴이 뻥 뚤리는듯한 기분이다.
오후 일정은 서커스 월드장이다. 오토바이쇼 관람에서는 간떨어진다. 둥근 지구본처럼생긴 우리속에 오토바이 다섯대가 굉음소리를 쳐대며 온 갖
기교를 부린다. 숨이 멎을지경이다. 중국 서커스 단원들의 놀라운 묘기에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간밤에 옆 침대서 코고는 소리가 어찌도 큰지 낮에 본 오토바이쇼 꿈을 꾸는듯 하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나도 피로가 쏟아졌다.
둘째날. 호텔조식은 연한 닭죽으로 속을 편안하게 했다.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우산과 비옷을 챙긴다. 새섬 올레길 새연교를 지날때는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힐것만 같았다. 우산속 카메라는 요동을 친다. 빗속 투어에도 마냥 즐겁다. 밀감따기 체험은 비가 방해한다. 서부작은 제주
특유의 뻥뻥뚤린 검은돌에 자라는 나무와 식물이 예술작품이다. 산삼배양근실에서는 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하고, 제품설명이 이어진다.
나는 과감하게 구매했다. 건강을 챙기고 싶어서였다.
다음은 차귀도로 향해 해적선을 탔다. 해적선답게 해적들의 밀랍모형이 갑판에 즐비하다. 재밌어서 해적들과 포즈를 취해본다. 해적선 선장
옷차림도 재밌다 옆구리에 총칼을 차고 붉은 옷차림에 커다란 모자까지 갖춰입고 인사말을 올린다.
잠수함은 40m 바닷속을 훤히 들여다본다. 감태, 자리돔, 산호가 보이는 곳에서 잠수사의 먹이에 작은 고기떼들이 몰리는 모습에 환호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잠수함을 탔다는데에 의의를 가진다.
비가 좀 주춤해진다. 이번에는 올레길 14코스, 신창 해안도로 경유다. 거대한 풍차가 바람의 속도에 뱅뱅 돌아간다. 물빠진 검은 바닷가에는
원담 (wondam)을 설치해 놨다. 돌담을 쌓아 밀물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들을 썰물에 수심이 얕아지면서 그 안에 자연적으로 갖히게 하여 잡는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이다. 제주도에는 신기한것들이 많아 외국에 온 느낌을 받게 한다.
오후 더마파크 공연은 대단했다. 말 위의 온 갖 묘기가 시작되더니,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를 세운 주몽 이야기가 실감나게 펼쳐진다.
수많은 남녀 기수들의 연기와 우렁찬 대사에 몰입했다. 보슬보슬 내리는 빗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에게 관객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행여
미끄러져 넘어질까 노심초사 하기까지하다.
드넓은 광장에 환하게 조명이 켜진다. 날렵한 몽고인들이 정말 멋졌다. 첫시간과 끝시간에 말 간식 꼬지당근(1,000원) 열개를 사서
말들에게 건넸다. 수고했다고 머리도 쓰다듬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셋째날이다. 기상특보로 우도는 포기하고, 공기맑은 애코랜드 기차여행을 대신했다.
"제기제기 옵서" (빨리빨리 오세요)
단거리 기차투어와 장거리 에코래드 곶자왈 숲길을 걸었다. 놀멍쉬멍. 곶자왈이란 제주도 방언의 합성어 곶(숲)+자왈 (암석과 덤불이 뒤엉킨
모습) 즉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작은 바위덩어리로 쪼개져 요철지형이 만들어 지면서 형성된 독특한 숲이란 의미란다.
황토길은 여름에 멘발걷기 좋도록 만들어졌다. 이곳은 열대지방을 연상케 한다. 등산로가 없다. 뱀 출몰로 아예 긴 통나무로 가로질러 차단시켜
놓고 문구를 써놨다. 들어가지 마라고. 그러니 자연 나무와 식물들이 맘놓고 살 수 있다. 고사리 탐방로에는 명찰이 있다. 일색고사리,
십자고사리, 골고사리등등 해서 무려 일곱가지란다.고사리는 따면 딸수록 많이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제주도에 고사리가
유명한가보다.
버섯 또한 많음을 알린다. 곳곳에 버섯에대한 글귀들이 시선을 모은다. 동식물의 양식으로도, 환경을 이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오염되지
않아 동식물이 맘놓고 살 수 있는 청정지역임을 알 수 있다. 인공호수길도 운치가 있고 아름답다. 귀여운 영국산 말 포니도 보면서 곳곳의 새롭고
의미있는 투어였다.
다음코스는 제주도 방언이 유독 센 성읍민속마을이다. 현지 안내자 말을 들을 때마다 까르르 웃음보가 터진다. 같은 나라임에도 말씨가 이처럼
다를 수 있을까! 특산물 중 대표적인 말기름크림과 말 뼈골가루, 자연숙성 오미자원료에 대한 설명이 감칠맛 난다. 나 또 귀가 얇아진다.
"주세요"
거금을 제대로 투자했다. 내몸이 건강해진다는데 망서릴 이유가 없다.
"지금 내가 왜 이러지?"
나이먹은 티를 톡톡히 내고 있었다.
그렇게 제주도 여행을 잘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흑돼지 불고기로 배도 채웠으니 편안히 앉아있으면 된다. 겨울의 저녁은 쉬 어두어진다.
얼마동안 미끄러지다 이륙을 하면서 시가지가 모자이크로 변한다. 올 때와는 다르게 상공에서의 또다른 멋진 광경이 창밖에 수놓아진다. 제주시의
밤풍경이 아름답다. 깨알같이 모인 불빛들이 화려한 은하수로 변신. 딴 세상에 머물은 기분이다.
2박 3일이 즐거웠다. 의미도 깊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잠시잠깐 흔들리더니 어느세 청주 공항이다.
나머지 삶도 아름답게 흔들리고 싶다. 오늘 여행 두고두고 간직했다가, 좋은 기억 하나씩 꺼내 볼 참이다. 감사하다. 행복하다. 밤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다.
첫댓글 이국적인 풍광의 제주도에서의 여행이 들꽃언니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듯 해요.
자세하고 실감나는 설명에 십여년 전에 다녀온 나로서는 가지도 않고 다시 다녀 온 듯해요
언니 가슴에 새로운 신세계가 열린 듯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경치 간직하며 행복하세요^^
답글이 늦었네 고마워 인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