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S 역사상 최초의 터보 엔진. 5세대 신형 LS500의 심장 이야기다. V6 3.5L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6,000rpm에서 최고출력 422마력, 1,600~4,800rpm에서 최대토크 61.2㎏·m를 낸다. 배기량을 줄이되 성능과 효율은 높였다. 이전 LS460의 V8 4.6L 엔진은 6,400rpm에서 최고출력 380마력, 4,000rpm에서 최대토크 51.0㎏·m를 냈다.
신형 트윈터보 엔진의 열효율은 37%. 터보 엔진 가운데 세계 최고수준이다. 눈길 끄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롱 스트로크’ 엔진이란 점이다. 피스톤이 왕복 운동하는 실린더의 지름(보어, Bore)보다 길이(스트로크, Stroke)가 더 길다는 뜻이다. 두 수치가 같을 경우 스퀘어(Square) 엔진이라고 부른다. 보어와 스트로크 조합에 따라 엔진 특성이 달라진다.
롱 스트로크 엔진은 피스톤 오르내리는 거리가 길다. 같은 회전수에서 숏 스트로크 엔진보다 피스톤 스피드가 빠르다. 그만큼 흡기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오는 속도도 빠르다. 주사기를 느리게 당기느냐, 빠르게 당기느냐의 차이로 비유할 수 있다. 빠르게 실린더 안에 들어온 공기는 세로 방향의 강력한 소용돌이를 만든다. ‘텀블류(Tumble Flow)’라고 부른다.
텀블류가 강할수록 연료와 공기를 잘 섞을 수 있다. 나아가 이렇게 섞은 혼합기를 실린더 안쪽 구석구석까지 잘 퍼뜨릴 수 있다. 그만큼 폭발이 균일하고 화끈하게 불사를 수 있다. 그런데 V형 엔진을 롱 스로크로 만들면서 부피를 줄이긴 어렵다. 피스톤이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힘을 받는 ‘크랭크샤프트(Crankshaft)’에 걸리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각 피스톤과 연결한 크랭크 핀의 간격을 넓혀야 한다. 엔진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개 보어를 늘리고 스트로크를 줄인다. 반면 렉서스는 뚝심 있게 반대로 밀어붙였다. V6 3.5L 트윈터보 엔진은 보어가 85.5㎜, 스트로크가 100.0㎜다. 비율이 1.17로 현재 전 세계에서 양산 중인 가솔린 터보 엔진 가운데 가장 롱 스트로크다.
여기에 캠리의 ‘다이내믹 포스(Dynamic Force)’ 엔진을 개발하며 얻은 노하우를 녹여 넣었다. 흡기 밸브 시트에 적용한 레이저 클래딩(Laser Cladding) 공법이 대표적. 밸브 시트에 레이저로 탄소강 분말을 녹여 입혔다. 그 결과 더 강한 압력에 버틸 수 있고, 흡기 통로도 직선으로 다듬을 수 있었다. 토요타가 레이싱 엔진 만들며 쌓은 노하우 중 하나다.
상황에 따라 연료분사 위치를 바꾸는 D-4S 시스템도 효율을 높인 주역이다. 렉서스가 2006년 4세대 LS460을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기술이다. 흡기 통로에 뿜는 포트분사와 실린더 내에 바로 뿜는 직분사를 변화무쌍하게 넘나든다. 공회전 땐 실린더, 흡기 땐 포트, 냉간 시동 또는 급가속 땐 양쪽 분사 등 상황에 따라 패턴을 바꿔 최적의 효율을 이끈다.
더불어 엔진의 내구성 및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신기술을 더했다. LS500의 V6 3.5L 트윈터보 엔진은 실린더 헤드를 배기 매니폴드와 하나로 합쳤다. 나아가 배기 매니폴드 위아래에 냉각수 순환통로를 달았다. 노킹을 막고 배기가스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그 결과 5세대 LS500은 이론상으로 시속 245㎞까지 이상적인 공연비로 주행이 가능하다.
배기 매니폴드 밑에는 렉서스가 직접 개발한 터보차저를 단다. 대부분 회사는 협력사에서 터보차저를 받아쓴다. 반면 렉서스와 토요타는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챙긴다. ‘기술의 손바닥화’ 고집 때문이다. 터빈 스크롤은 하나다. 대신 날개 길이를 늘려 효율을 개선했다. 주조공법을 활용해 터빈 내부도 매끈하게 만들었다. 웨이스트 게이트 밸브는 전동식이다.
일본 자동차 전문지 <모터팬>에 따르면, 독일에 본부를 둔 토요타 모터스포츠 법인이 모델링 기술으로 LS500h 엔진의 흡기와 배기 흐름 꼼꼼히 해석해 설계에 반영한 결과다. 새로 개발한 인터쿨러는 서지탱크(Surge Tank)와 일체화해 스로틀 밸브 뒤에 놓았다. 식힌 공기를 실린더에 불어넣기까지 거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묘안이다.
터보 인터쿨러의 냉각수는 엔진 냉각용 라디에이터 앞에 설치한 전용 라디에이터와 서브 라디에이터를 이용해 식힌다. 반면 엔진 냉각수는 전동식 다기능 밸브로 흐름을 조절한다. 가령 엔진이 차가운 상태에서 시동을 걸 때 밸브를 잠궈 냉각수 순환을 멈춘다. 엔진을 최대한 빨리 적정 온도로 달구기 위해서다. 워터펌프는 일반적인 기계식이다.
한편, 롱 스트로크 엔진은 피스톤이 빠르게 오르내리는 만큼 커넥팅 로드와 접점인 크랭크 핀에 상당한 편심력이 작용한다. 따라서 렉서스는 크랭크샤프트에 크랭크 케이스 일체식 베어링 빔을 쓰고 크랭크 풀리에 댐퍼를 달아 관성진동을 7㏈이나 줄였다. 엔진 개발실의 야마자키 타이치(山崎大地) 주임은 “미지의 기술 영역에 도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V6 3.5L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 뿜는 힘은 10단 자동변속기가 농축하고 희석시켜 구동바퀴로 전달한다. 렉서스는 “각 단의 기어비 차이를 좁히는 한편 구동계와 통합 정밀제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변속속도를 달성했다”고 말한다. 또한, 출발을 제외한 대부분 상황에서 록업(Lock up) 클러치로 효율을 높인다. 고속 순항 땐 긴 기어비가 빛을 발한다.
시속 100㎞ 순항 시 엔진회전수는 1,250rpm에 불과하다. 8단 자동변속기보다 300rpm 더 낮다. 렉서스는 LC500을 통해 10단 자동변속기를 먼저 선보인 바 있다. 낮은 회전수부터 최대토크 내는 엔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돕는 ‘환상의 짝꿍’이다. 5세대로 거듭난 LS는 강력하지만 여전히 알뜰하다. 심지어 하이브리드가 아닌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