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진(蒙塵)
머리에 먼지를 쓴다,
임금이 난리를 피하여 안전한 곳으로 떠남을 비유한 말이다.
蒙 : 무릅쓸 몽
塵 : 티끌 진
몽진(蒙塵)은 머리에 먼지를 뒤집어쓴다는 뜻으로, 나라에 난리가 일어나 임금이 난리를 피하여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뜻한다.
몽진(蒙塵)의 몽(蒙)에는 '받는다', '(수혜등을)입는다'는 뜻이 있다.
이런 의미로 자주 쓰이던 말 중에는 몽리지구(蒙利地區)란 말이 있었는데 몽리(蒙利)란 이득이나 혜택을 입는다는 뜻으로 수리시설의 혜택을 받는 지역이란 뜻이다.
몽진(蒙塵)의 몽(蒙)도 이와 같이‘받는다’‘입는다’의 뜻으로 사용된 것으로‘먼지를 뒤집어 쓴다’는 뜻이다. 몽진(蒙塵)을 꼭 임금의 피난(避難)만을 의미(意味)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반적(一般的)인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임금의 피난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전거(典據)에 기초(基礎)한 비유적(比喩的) 표현(表現)이다.
천자(天子)의 나들이(거동 擧動)에는 이슬뿐만 아니라 먼지 조차도 그 몸에 묻어서는 안된다고 하여, 그 전에 신중(愼重)하게 도로(道路)를 청소(淸掃)했던 것이다. 천자의 일정(日程)은 이미 몇 달이나 전에 정해져 있어서, 나들이 때에는 몇 번이나 청소를 할 수 있어서 천자는 티끌 하나 없는 길을 안전(安全)하게 수레나 연을 타고 나아간다.
그러나 긴급(緊急) 외출(外出)인 경우에는 도로의 청소 따위는 할 수 없다. 좀처럼 없는 일이겠지만 외적(外敵)이 급습(急襲)하여 천자가 달아나는 것과 같은 상황(狀況)은 도로가 말끔히 청소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먼지가 자욱히 일어 그것이 천자의 몸에 앉는다. 몽진(蒙塵)이라는 말은 거기서 온 것이다. 적(敵)의 내습(來襲), 쿠데타, 또는 민중(民衆)의 데모로 인해 제왕(帝王)이 도망칠 때 이 몽진(蒙塵)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몽진(蒙塵)을 임금의 피난(避難)으로 사용한 전거(轉居)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 24년조(僖公 24年條)인데 이 해 겨울 천자(天子)가 자신의 부덕(不德)으로 피난(避難)을 하고 있다고 하자 장문중(臧文仲)이라는 사람이 대답(對答)하여 말하기를“천자(天子)가 궁성(宮城) 밖에서 먼지를 뒤집어 썼으니 어찌 감히 달려가 관리(官吏)들에게 지켜내는 일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天子蒙塵于外 敢不奔問官守)
이렇게 말한 것이 몽진(蒙塵)이라는 말을 임금의 피난(避難)에 처음 사용한 용례(用例)가 된다.
기원 전(紀元 前) 636년, 주(周)나라의 양왕(襄王)은 적족(狄族)의 침공(侵攻)을 받아 정(鄭)나라로 달아났다. 분명하게‘도망했다’고 적으면 되는데도,춘추(春秋)의 필법(筆法)에 따라‘천자,밖으로 몽진하시다.’하고 에두른(바로 말하지 않고 짐작하여 알아듣도록 둘러대다) 표현(表現)을 했던 것이다.
천자(天子)인 주(周)나라의 양왕(襄王)이 왜 적(狄오랑케)의 급습(急襲)을 당했는가? 사건(事件)의 배후(背後)에는 여자(女子)가 있다는 말이 꼭 알맞는 전형적(典型的)인 예(例)였다.
당시의 주(周)나라의 왕(王)은 천하의 주인이라는 것은 이름 뿐, 실력(實力)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자존심(自尊心)이 강해 천하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 했다.
그 무렵 정(鄭)나라가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주(周)나라의 양왕(襄王)은 토벌(討伐)하려고 했다. 물론 자기 힘만으로 할 수 있을 리는 없다. 그래서 적족(狄族)과 동맹(同盟)하여 침공(侵攻)했던 것이다.동맹(同盟)의 보증(保證)으로 결혼(結婚)하는 것은 지금도 옛날도 상투적(常套的) 수단(手段)이며 주(周)나라는 적(狄오랑케)의 딸을 황후(皇后)로 삼았다.
그러나 정략(政略)결혼(結婚)이니 애정(愛情)은 없었다. 이윽고 양왕(襄王)은 적(狄오랑케)의 딸과 이혼(離婚)했고 그래서 적(狄오랑케)이 분노(忿怒)하여 침공(侵攻)한 것이다.
주(周)나라의 양왕(襄王)이 얼마 후 진(晉)나라의 문공(文公)의 힘을 빌어 천자로 복귀(復歸)했다. 그러나 일단 몽진(蒙塵)했던 천자는 더욱 더 이름만의 것이 되었다.
▶ 蒙(어두울 몽)은 형성문자로 冡(몽)이 고자(古字), 矇(몽)과 懞(몽)의 간자(簡字), 懞(몽), 矇(몽)은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덮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冡(몽)으로 이루어졌다. 덩굴풀의 이름으로 음(音)을 빌어 덮다, 어둡다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蒙(몽)은 (1)성(姓)의 하나 (2)몽괘(蒙卦) 등의 뜻으로 ①사리에 어둡다 ②어리석다 ③어리다 ④무릅쓰다 ⑤덮다 ⑥받다 ⑦속이다 ⑧입다 ⑨괘(卦)의 이름 ⑩몽골(Mongol)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두울 명(冥), 어두울 혼(昏), 어두울 매(昧), 어두울 암(暗)이다. 용례로는 어리석고 어두움을 몽매(蒙昧), 이익을 얻음을 몽리(蒙利), 죄인이 놓여 남을 몽방(蒙放), 은혜를 입음을 몽혜(蒙惠), 부녀자가 외출할 때 남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덮어쓰던 것을 몽수(蒙首), 죄인을 잡아오거나 데리고 갈 때 그 죄인의 얼굴을 싸서 가리던 물건을 몽두(蒙頭), 임금에게 상소하여 허가를 받음을 몽윤(蒙允), 어리석고 고집이 셈을 몽고(蒙固), 무식하고 사리에 어두운 백성을 몽민(蒙民), 나무 따위가 우거지고 빽빽함을 몽밀(蒙密), 어리석고 어두운 사람을 몽사(蒙士), 죽음을 무릅씀을 몽사(蒙死), 거상을 입음을 몽상(蒙喪), 어린이를 깨우치는 일을 몽양(蒙養), 사물의 속내를 잘 모름을 몽연(蒙然), 어리석은 아이를 몽유(蒙幼), 죄를 입음을 몽죄(蒙罪), 어린 아이들의 공부를 몽학(蒙學), 머리에 티끌을 뒤집어 쓴다는 뜻으로 나라에 난리가 있어 임금이 나라 밖으로 도주함을 몽진(蒙塵), 무식한 사람이나 어린아이를 깨우쳐 가르침을 계몽(啓蒙), 어려서 아직 사리에 어두운 아이를 동몽(童蒙), 몽매함을 일깨움을 격몽(擊蒙), 늙은이와 어린이를 기몽(耆蒙), 몽매함을 일깨워 줌을 해몽(解蒙), 어린아이나 처음 배우는 이에게 글을 가르침을 훈몽(訓蒙), 그물을 쓰고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그물을 물에 던져야 고기가 걸리는 법인데 그물을 머리에 쓰고서도 고기가 잡힌다는 것이니 요행히 운이 좋았음을 이르는 말을 몽망착어(蒙網捉魚), 철이 없는 어린아이는 알지 못한다는 말을 몽유미지(蒙幼未知), 적고 어리석어 몽매함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말함을 우몽등초(愚蒙等誚),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속임을 상하상몽(上下相蒙), 세월이 지나도 학문의 진보가 없이 그냥 그대로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오하아몽(吳下阿蒙), 아는 것이 없이 어리석음을 무지몽매(無知蒙昧) 등에 쓰인다.
▶️ 塵(티끌 진)은 회의문자로 본디 글자 鹿(록; 사슴)이 떼지어 달릴 때 흙먼지가 일어나는 모양을 뜻하고, 바뀌어 먼지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塵(진)은 십진(十進) 급수(級數)의 단위(單位)의 하나. 사(沙)의 만분의 일. 애(埃)의 열 곱절의 뜻으로 ①티끌 ②때, 시간(時間) ③유업 ④소수의 이름 ⑤더럽히다 ⑥묵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티끌 많은 세상을 진세(塵世), 티끌 세계 또는 이 세계를 진계(塵界), 티끌 세상을 진경(塵境), 티끌의 세계를 진환(塵寰), 세상의 속된 것을 진애(塵埃), 티끌과 흙을 진토(塵土), 속된 마음이나 평범한 생각을 진금(塵襟), 속되고 비루함을 진루(塵陋),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을 더럽힌다는 뜻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을 진혼(塵溷), 속세의 명예와 이익을 생각하는 마음을 진념(塵念), 속세의 어지러운 일이나 세상의 속된 일을 진사(塵事), 지저분한 속된 세상을 진속(塵俗), 티끌을 분진(粉塵), 바람이 불어 햇빛에 벌겋게 일어나는 티끌을 홍진(紅塵), 연기처럼 자욱하게 일어나는 모래 섞인 흙먼지를 사진(沙塵), 바람과 티끌으로 세상에 일어나는 어지러운 일을 풍진(風塵),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음을 방진(防塵), 속세의 티끌로 세상의 여러 가지 번잡한 사물을 속진(俗塵),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를 걷어 없애는 일을 수진(受塵), 썩 작은 티끌이나 먼지 또는 썩 작고 아주 변변하지 못한 물건을 미진(微塵), 차가 달려간 뒤에 일어나는 먼지를 차진(車塵), 세속을 벗어남을 출진(出塵), 더러운 먼지를 오진(汚塵), 티끌 모아 태산으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모이고 모이면 큰 것이 될 수 있다는 뜻의 속담을 진합태산(塵合太山), 먼지를 밥이라 하고 진흙을 국이라 하는 어린아이의 소꿉장난이라는 뜻으로 실제로는 아무 소용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진반도갱(塵飯塗羹), 밥 짓는 시루를 오래 쓰지 아니하여 먼지가 앉았다는 뜻으로 매우 가난함을 이르는 말을 증중생진(甑中生塵), 먼지에 새기고 그림자를 입으로 분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헛된 노력을 이르는 말을 누진취영(鏤塵吹影), 가슴에 먼지가 생긴다는 뜻으로 사람을 잊지 않고 생각은 오래 하면서 만나지 못함을 일컫는 말을 흉중생진(胸中生塵), 늙바탕에 겪는 세상의 어지러움이나 온갖 곤란을 백수풍진(白首風塵), 바람 앞의 티끌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풍전지진(風前之塵)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