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런 답이 없다.
대문 너머로 보일러 소리만 들리는 게 아마 씻고 계신 것 같다.
한동안 대문 앞에 서서 이민철 씨를 기다린다.
“아, 씻고 있어요.”
조금 기다리니 화장실 창문 너머로 이민철 씨 목소리가 들린다.
씻고 있으니 들어오라 하신다. 12월 20일, 오늘은 이민철 씨 어머니 기일이다.
동시에 월평빌라 입주자 총회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번 선거관리위원장 업무로 하루 앞당겨 진해에 다녀오기로 했었다.
그러고 며칠 동안 고민하던 이민철 씨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니 기일은 당일에 챙기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민철 씨 뜻대로 오늘 진해에 다녀오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느긋하게 이민철 씨를 기다렸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다.
매일 시간 정하지 않고 가던 진해와는 다르게 오늘은 점심 약속이 있다.
그래서 출발 예정 시간을 넘기고도 나오지 않는 이민철 씨 기다리며 직원은 점점 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늘 여유롭게, 자유롭게 오가던 곳을 시간 맞춰 가려니 이민철 씨도 적응이 되지 않으시는 것 같다.
씻고 나온 이민철 씨도 시간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챙겨 집을 나선다.
“선생님, 뭐로 하면 좋겠습니까?”
바쁜 와중에도 고속도로를 잠시 빠져나와 원장님, 간사님께 드릴 선물을 샀다.
매번 반갑게 맞아주시고 맛있는 것 대접해주시니, 이민철 씨도 고마움 마음 담아 맛있는 두유를 선물하기로 한다.
가는 길에 이민철 씨에게 몇 번 전화가 왔다.
예정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으니 무슨 일이라도 났을까 걱정하셨다고 한다.
다행히 점심시간이 지나기 전에 도착해 식당으로 가니 원장님과 간사님이 이민철 씨를 기다리고 계셨다.
“안녕하십니까? 조리사 선생님, 내가 좋지요? 확 이사 올까요?”
이민철 씨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인사하고 이야기하며 밥 먹느라 정신이 없다.
식사 마치고는 친구들 집에 놀러갔다.
한 두 달 만이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 덕에 이민철 씨가 고향 온 기분을 제대로 느낀다.
대접해주신 다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눈다.
이민철 씨 가족 이야기, 어렸을 적 이야기, 요즘 사는 이야기, 한참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가야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원장님과 간사님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함께 부모님 이야기 나눌 수 있음에, 덕분에 웃으며 고향 오갈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그래, 우리가 진짜 민철 씨 고향 사람들이죠. 어머니, 아버지도 다 알고.” 간사님
“그냥 고향 삼촌 보러 온다고 생각하세요. 민철 씨 어렸을 때부터 보고 거의 삼촌이죠. 하하하.” 원장님
인사를 마치고 어머니 성묘 가는 차 안, 이민철 씨 기분이 좋다.
거창에 놀러온다는 친구 이야기, 다음에도 보자는 원장님과 간사님 이야기를 떠올리는 듯하다.
고향 사람들 덕에 오늘도 웃으며 진해를 오간다.
2023년 12월 20일 수요일, 박효진
①‘며칠 동안 고민하던 이민철 씨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니 기일은 당일에 챙기고 싶다고 하셨다.’ 오래 고민한 이민철 씨와 만류하지 않고 그 뜻에 따라 준 박효진 선생님, 고맙습니다. ②‘고향, 고향, 고향….’ 여러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고향이라는 말에 무게를 실으며 읽었습니다. 기다리고 반기는 사람이 있으니 오가는 길,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했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정진호
고향이 있고, 고향 사람들 여전하고, 가면 환대를 받으니 가는 발걸음 머무는 발걸음 기쁘고 즐겁고 신나겠어요. 환대하고 대접하는 분들,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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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향이 있으니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