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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여러 차례 지적한 2인 체제 파행 운영
2인 체제 의결 전례도 없어…법률 취지 위배
선관위도 대통령 임명자끼리 의결 못하는데
중립성 지킬 방통위는 밀실서 제멋대로 의결
여당 "야당이 5인 체제 안 만들었다" 적반하장
추천하면 뭐하나…대통령이 임명을 안 하는데
반성없는 이진숙 "거대 야당 횡포에 맞서겠다"
야 "3권 분립 파괴한 윤 정권은 헌정파괴집단"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자리에 앉아있다. 2024.7.31 [공동취재] 연합뉴스
2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문화방송(MBC) 장악을 위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을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 단 2명이 밀실에서 결정한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이 향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탄핵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총투표수 188표 중 찬성 186표, 반대 1표, 무효 1표로 가결, 헌재로 넘겼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안에 반발해 본회의장에서 퇴장했으며, 탄핵안 가결로 이 위원장은 취임 3일 만에 직무 정지됐다.
탄핵안 제안설명에 나선 민주당 김현 의원은 "이 위원장은 임명된 당일에 회의를 소집하고, 자신을 포함한 상임위원 2명만으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며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서, 국회 추천 3인의 상임위원도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2인만으로 의결을 강행한 것은 방통위 설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방송자유를 위축시키고, MBC 민영화를 시도했고, 권력을 비판하는 MBC를 광고거부로 응징해야 한다는 등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편향된 인식을 갖고 있다"며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현저함에도 회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 당일인 지난달 31일 비공개 회의를 갖고 단 1시간 만에 한국방송(KBS) 52명, 방문진 31명 등 83명의 이사 후보자의 심사를 마친 절차상의 문제도 언급됐다. 밀실에서 면접도 생략한 채 1인당 43초 꼴로 이뤄진 전례 없는 날림 심사에 대한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 위원장은 당일에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과 면접조차도 생략한 채 회의를 소집해 각 분야의 대표성과 방송에 관한 전문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의결했다"며 "법이 요구하는 이사 선임방법을 무시하고 법에도 위반되고 관례에도 어긋나는 일방 통행과 독주를 감행했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이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2024.7.31. 연합뉴스
법원도 여러 번 지적한 2인 체제 문제
특히 여러 탄핵 사유 가운데 MBC 장악을 위해 밀실에서 방문진 이사를 선임한 '2인 체제'가 이번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인 체제 의사 결정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본래 설립 취지를 해칠 뿐 아니라, 법원에서도 탄핵 이전에 여러 차례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서울고법 행정7부는 와이티엔(YTN)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처분'(YTN 대주주를 유진그룹으로 변경 승인한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2인 체제 방통위가 이 승인을 의결한 것은 절차적 위법성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서울고법은 방통위가 방문진의 권태선 이사를 해임한 후, 2인 의결로 김성근을 후임이사로 임명한 의결에 대해 효력 정지를 신청한 사건에서 "방통위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다"며, 2인 체제가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결정했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은 5인 상임위원(위원장 1인 포함)으로 구성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한 방통위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현행 방통위법은 상임위원 2인 이상 요구로 회의를 소집하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이므로 상임위원 2인은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2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위원장 1인을 포함해 최소 3인 이상으로 운영해야 합당하다는 게 야당과 언론 단체의 주장이다.
만약 정부·여당 주장대로 2인에 위원장을 포함하게 된다면, 위원장은 현행법상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기 때문에 2인 조항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는 2인에 위원장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결국, 위원장을 포함해 최소 3인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 것이 법이 의도한 목적이라 볼 수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4.7.31. 연합뉴스
2인 체제에서 안건을 의결한 전례도 없다. 방통위가 2008년에 설립된 이후 2인 체제로 운영된 사례는 2017년 6월 14일부터 같은 해 7월 31일까지 48일 동안 단 한 차례 있었는데, 당시 2인 체제에서는 안건을 의결하지 않았다.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의 설립 취지와 방통위법의 본래 목적을 반영해 운영했다고 볼 수 있다.
헌법상 권력분립 해친 방통위 2인 체제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한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 임명 3인, 국회 선출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등 위원 9인으로 구성하는데, 선관위원 임명지연, 임기 만료, 유고 등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3인만 재직하고 있을 때, 3인이 출석해 2인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의결절차의 위법으로 무효가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 국회 선출 4인, 대통령 지명 4인, 대법원장 지명 3인 등 11인(위원장 1인, 상임위원 3인 포함)으로 구성하는데, 마찬가지로 위원의 임명지연, 임기만료, 유고 등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4인만이 재직하고 있는 상태에서 회의를 개의하고 3인 찬성으로 심의·의결 사항을 의결한다면 위법한 의결이 된다.
이들 기관이 이같이 운영되는 이유는 독립성, 중립성 때문이다. 방통위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여당 1인, 야당 2인)가 추천한다. 그런데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은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 부위원장 2인이 회의를 소집하고 의결했다. 다른 독립기관의 운영을 고려한다면, 헌법상 권력분립이 위배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히려 야당이 5인 체제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이날 본회의 표결 전 의사진행 발언에서 "국회가 당연히 임명하고 추천해야 될 3명의 몫을 그중에 특히 야당 몫 2명을 민주당이 추천조차 하고 있지 않다"면서, 방통위 2인 체제의 책임을 야당으로 돌렸다.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4.8.2. 연합뉴스
하지만 이 역시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해 3월 최민희 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했지만, 법제처가 7개월이 지나도록 결격 사유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임명 지연에 항의하며 자진사퇴했고 이후 국회 추천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아울러 방통위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경우, 국회의장이 추천한 황열현 위원은 임명을 기다리다 그만 뒀고, 민주당이 추천한 최선영 위원은 8개월 이상 기다리다 임기가 끝났다. 반면 대통령 몫의 위원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임명됐다.☞관련기사
이같은 파행 운영의 목적은 확실해 보인다. 대통령이 자기 입맛에 맞는 인물만 임명함으로써 보다 원활하게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다.
실제 지난해 윤 대통령의 이동관 전 위원장 임명 강행 뒤 2인 체제가 된 방통위는 와이티엔(YTN) 강제 민영화를 하고, MBC 사장 교체를 위해 임기가 남은 방문진의 야권 추천 인사를 해임했다. 법인 카드 2000원 초과를 이유로 EBS 이사장 해임을 추진하기도 했다.
2인 체제가 합법이라는 이진숙과 대통령실
이 위원장과 대통령실은 2인 체제에서 강행한 결정이 합법이라 주장하며, 탄핵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탄핵소추의 부당함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방통위원장으로서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횡포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부위원장의 사퇴는 정략적 탄핵으로 인해 방통위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희생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탄핵소추-자진사퇴'의 악순환을 더 이상 지속할 수는 없다. 이제는 이러한 악순환을 끝내야 할 때"라고 했다.
탄핵 전 자진 사퇴한 이전 위원장들과 달리 이 위원장이 탄핵 심판을 밀어붙이는 배경엔 대통령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이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기로 한 데 대해 "탄핵의 악순환 고리를 이번에 끊겠다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라며, 이 위원장과 말을 맞췄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 참석해 국회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의결된 것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8.2. 연합뉴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방통위원장이 근무 단 하루 동안 대체 어떻게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행위를 저질렀다는 건지 묻고 싶다"며 탄핵안에 대해 "반헌법·반법률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안에 대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낸 것과 야당이 오물탄핵을 하는 것에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탄핵안을 북한의 오물 풍선에 비유한 대통령실을 향해 "이 위원장의 위법과 불법을 심판하려는 국회를 모욕해 놓고 헌정 파괴를 운운하느냐"면서 "3권 분립을 무너뜨린 윤석열 정권이 바로 헌정 파괴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대통령 부부를 지키기 위해 방통위가 불법을 일삼도록 만들어놓고, 국민의 심판을 운운하다니 들끓는 민심이 보이지 않느냐"며 "철면피처럼 방송장악·언론탄압과 독선의 국정을 밀어붙이려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야말로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더럽히는 '오물'"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는 "헌정을 파괴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은 더 이상 국민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며 "윤석열 정권은 더 이상의 독주를 멈추고, 국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출처 : 이진숙 방통위 '2인 체제'가 탄핵 심판 대상인 이유 < 정치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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