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병원이 들어선 등촌동을 거쳐 화곡 사거리를 지나면
공항방향으로 시원하게 뚫린 대로가 나타난다
김포가도라고도 했던 공항로다
공항까지 승용차로 오분 정도면 지나칠 길지 않은 도로지만
도로 양편은 건물 하나 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으로
서울에서는 드물게 벼가 자랐다
이전엔 마곡들이라 했다
번잡한 시내를 빠져나오느라 출근도 하기 전에 지쳐버린 분주함은
시원하게 트인 공항로가 반갑다
봄바람 부는 마곡들은 풋풋한 싱그러움으로 뒤덮였고
아침 안개 희뿌였게 내려앉는 날에는 꾀죄죄해서 쿵큼한 퇴비 내음이 풍겼고
가을 문턱엔 누런 벼가 익어가는 넉넉함과 풍요로움이 넘쳐나서
바쁜 출근시간에도 스치는 순간이 아쉬워 자동차 속도를 줄이고는 했다
공항이 문을 닫아버린 퇴근 녘이면
김포가도는 한적하다
노란 전등 빛이 조올조올 내비치는 가로등만 보일뿐
들판은 잠든 모든 것을 품에안은 듯 적막하여
아침과는 사뭇 다른 정경이다
그런데 유독 잠들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가로등 바로 아래 조도가 강한 불빛이 비치는 곳에서는 벼가 웃자랐다
까만 밤이 사라진 곳에서는 벼가 웃자랐다
식물도 동물과 다름없이 까만 밤에는 잠을 자야 번창하고 생육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낮과 밤도 없이 공항로의 가로등 밑에서는 벼가 웃자랐고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웃자란 벼를 사람들이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삼십 년도 지난 오래 전의 마곡들이 떠오른 건
이웃집의 밝은 전등빛 탓이다
스물여섯 세대뿐인 작은 동네에서 어름어름하다 보니 터줏대감 격이라
맞인사 없이도 이웃들을 짐작하는데
최근에는 자주 바뀌어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새로운 이웃이 작년 말쯤에 이사를 하여 입출구 도로가 하나인 동네이니 오가며 살피게 되었는데
이 이웃이 특이하다
그동안
동양인은 터줏대감인 내 집과 동네 중간의 중국인 달랑 두 세대
새로운 이웃이 생김새로 보아 인디언(인도인)이니
동네에서는 3세대가 비백인이 셈이다
다행히 이 동네에 검은색 사람들은 없다
이사 오기전, 두어 달 집수리를 별스럽게 했다
거무죽죽한 생김새이니 인도 상층 출신인 아닐 게고 - 신분사회인 인도의 상층은 희끄무리하게 생겼다
어디서 목돈을 끌어왔는지 내부를 많이도 고쳤다
그동안 내 집의 전기배선 손볼곳이 있어
공사 중인 전기 공사팀에게 견적을 받아볼까 하여 잠깐 들렀다가
집안 전부를 뜯어고치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유난스러운 공사가 끝났고
몇 개월 오다가다 보니
이 집에 밤새 불이 켜져 있다
밤늦게 이른 새벽에도 불 끄는 걸 본 적이 없다
특히 복도에 달린 스팟등은 조도가 매우 밝아 잠깐잠깐 볼일이 있을 때만 켜는 게 일반적인데
스팟등뿐 아니라 집안 전체를 밤새워 환희 켜 둔다
차고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고
하도 기이해서 이른 아침 출근길에 잠깐 멈추고는
무례하지만 남의 집을 한 장 찍었다
인디언들은 전깃불 환하게 켜 두고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인지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단편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양한 민족 문화 종교로 구성된 인디언들
여러 면에서 매우 독특한 사람들이다
다만, 인도 대륙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곳에 거주하는 인디언들에 국한된 이야기다
흰 피부 검정 피부 고루 섞였고
남녀 불문 금은 장식이 신분의 척도이며
비호감의 독특한 인도식 영어 억양에
염치와 부끄러움 거짓말의 개념이 없는 특이한 행동양식
돈(물질)에 대한 무서운 집착
확연히 드러나는 영악함과 눈치보기
고약한 카레의 체취
이익을 위해서 몸 까지 바치는 행위(전문직이고 박사였던 다수 여학생의 실제상황)
이처럼 외적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불가사의한 행동양식이지만
인디언들 무서운 사람들이다
이 나라에 워낙 많이 쏟아져 들어오니 그럴 수도 있지만
전문직과 고급 기술직 고위 공무원의 비중이 비백인계에서는 으뜸일 것이다
그 인디언이 새로 이사를 했고
특이하고 기이하게 밤을 새워 온 집안에 불을 밝히며 지낸다
밤을 새워 마곡들의 벼가 자라듯이 밤낮 구분없이 부쩍부쩍 세상살이에 웃자라고 싶은 것인지
인디언 특유의 내세우고 싶은 과시욕인지
방범의 목적인지
이다지 어둡기만한 세상을 환하게 해보려는 의도인지
훤한 조명 아래 단잠을 잘 수가 있을까?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성적이지 않아 보이는 기이한 광경이다
오늘 복권을 샀다
당첨금이 누적되어 당첨액이 상당하다
복권 파는 점원 녀석이 속으로 아마 그랬을 것이다
" 어리석은 녀석아
그래 니가 당첨될 끼라고 그 아까운 돈을 그냥 내다 버리냐
기이한 놈 같으니라고 "
내 돈 내고 내 옷 사 입었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고
맞는 말 같다 ~
세상에 어디 기이한 일이 한둘인가
복권 사는 나도 기이하고
밤새 불 밝히는 인디언도 기이하고
옷이 많다는 여인도 기이하고
세상에는 기이한게 천지빼까리다~
(어떻게 저렇게 훤하게 밤새 불 밝히고 잠을 잘수 있는지, 묘한 사람들이다)
첫댓글 인도 사람은 거의 다 얼굴 색이 가무잡잡한 줄 알았습니다.
같은 민족인데도 얼굴 색으로 신분이 드러난다니 참 신기합니다.
낮은 계급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뙤약볕에 그을린 줄 알았거든요.
가로등 밑의 식물이 잘 자라다는 것도 처음 듣습니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 때 햇볕과 유사한 파장을 가진 전등을 설치하는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단풍 님이 관찰력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고마운 날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사진 속 풍경은 정말 멋있습니다.
이곳 이민자들중 인도인이 가장 많아 보입니다
YMCA 도서관 같은 곳에서는 인도아이들만 보이는 것 같아요
이 나라 이러다 인도것이 되는게 아니냐고도 해요
워낙 아이들도 많이 생산해 내니까요 ㅎ
돌맞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가까이 하고 쉽지않는 사람들입니다
ㅎ 이전에 마곡들의 벼가 그랬어요
나락들의 높낮이가 뚜렷한 층계를 보였지요
강한 조명이 농작물의 생육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밤낮은 가려야 지장이 없는 것처럼 밤에는 빛을 줄여야
마땅한 줄 압니다. 아마 집을 과시하는 것도 같고 이니면 보안을 위한 방편인 것도 같습니다만
그 내막은 집 주인만이 알겠지요.
TV에서 보는 인도인들은 이목구비가 뚜렸하여 여성의 경우 미인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말씀처럼 얼굴이 검은 편이 아니고 흰 얼굴도 많아서 그 인물이 돋보였지요 ㅎ.
사진에서 보는 집이 동화에서나 봄직한 그림처럼 보입니다.
네,이전에 마곡들의 벼가 그랬습니다
가로등 바로밑에는 나락들의 높낮이가 뚜렷한 층계를 보였지요
불 밝히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출퇴근때 유심히 보면 아주 특이합니다
인도 남쪽은 아주 까맣지만
북쪽 출신은 백인에 가까워 보이데요
가끔, 딱 보아도 상류층 느낌이 드는 인도사람들
돈 많고 거만하며 흰피부인데 가까이 하면 지독한 카레 냄새가 납니다
마곡 들판에서 조명 때문에 웃자란 곡식,소출이 적은 것을 정부에서 보상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재판 결과였던거 같아요. 오래되서 가물가물..
그런일이 있었군요
제가 공항쪽으로 이십여년 출퇴근을 해서 마곡들을 자주 댕겼습니다
이제는 아파트 들어서서 전부 변했다고 하데요
첫구절 김포 가도 묘사에 이 양반이 이조시대 야그를 하나 했습니다.
이 곳에도 인도인이 iT 전문인력으로 대거 몰려와 사는 바
인도에서는 지식층일 터이나 단풍님 글 처럼 저도 이상하게
이들이 싫습니다. 인종 차별 같지만 냄새 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것들이
싫은건 솔직한 심정이지요. ㅎ
불 밝히며 사는 그 사람들 , 왜 그런지 저도 궁금하네요.
인도사람에 대한 단풍님의 견해, 사적인 견해이나
저도 공감하며 ㅎ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ㅎ 맞아요 호랭이 담배 먹던때 이야기입니다
찾아보니 통합병원 허물어 아파트 들어섰고
마곡들도 이제 아파트가 들어차서 없어졌다고 하네요
목동에서 등촌동을 지나 공항로가 제 출퇴근 길이었습니다
인도사람 좋아하는 축은 별로 없을낀데요
이곳 캐나디언들도 그렇게 생각 하는것 같아요,워낙 특이한 사람들이니까요
세상에는 기이한 일들이
이 곳 저 곳에 나타나지요.
그 때 그 시절엔,
김포가도, 비록 시골풍경이지만
공항으로 가는 길이 훤하고
외국 먼 어느 곳으로 가는 길이어서
가슴 설레는 길이었거던요.
어딘지 모르게 신분상승을 꿈꾸는 길이었답니다.
지금은 그런 말 하면, 그야말로 촌 사람이겠지요.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정보화 사회로 발전해 가는 중에
토속적인 것이 사라지고 문명으로 문화로 개발되는 곳도 많아지지요.
사람으로 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딪치는
사주팔자 같은 것입니다.
자연 본래의 모습에서 개발이라는 것 때문에
편리성에서 좋으나 자연의 파괴도 따르게 되지요.
단풍들것네님은 생각하는 것이 많아서
옛 것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문화생활에 먼저 가는것인지 알송달송하거던요.^^
ㅎ 제가 위에 묘사한 정경은 삼십년도 전이니 오래되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제글에 표현되는 느낌이나 감성은
제가 떠나올 당시의 그 시절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딱 멈추어 있는 시절의 모습이지요
생각이 많아서 옛것이 그리워울수도 있지만
요즈음 변화된것은 알지 못하고
그냥 떠오르는것이 전부 이전 모습이라 그럴겁니다
이전의 김포가도는 참 편안하고 괜찮은 곳이었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맞아, 이전 글에서 외국에서 아이들과 공부했다던 언급을 본것 같아요
큰 동네는 아니고 중간 정도 될겁니다
여기도 인구가 늘어 주변 개발이 많이 진행됩니다, 반가운 일은 아니지요
ㅎㅎ 좀체로 가깝게 여기지질 않는 사람들인데
이런 편견 없애기가 쉽지 않아요
글로벌 시대이니
이 카페에 인도사람 며느리나 사위 있는분들도 있을텐데
그런분들이 이글을 보시기에는 몹시 불편할것 같네요
혹, 그런분이 계시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몰르겠네요 워낙 빛에 둔감한 사람들인지 ~ 어쨌던 묘한 풍경입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국생활 이야기가 늘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처음 이사하여 무섭고 낯설어서 불을 환히 켜놓은 것 아닐까요?
계속 불을 밝혀 단풍님의 수면에 방해가 된다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세요.
ㅎ
남의 일이니 그러려니 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