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난 순서대로 읊을께.
2000년 3월이었나 보다. 2횐가 3횐가 서울마라톤대회가 열렸는데 그때만해도 자원봉사자들 구하기가 지금보다 어려웠던 것 같다. 런클의 연대장이 여기저기 자원봉사자 모집한다고 눈물겨운 호소를 하길래 아는 처지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자원했고, 5킬로 지점 그러니까 동작대교 근처에서 식수보급이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았다.
십여명의 여고생을 데리고 물도 건네고 고함도 질러주고 하는데 갑자기 10여미터 전방에서 어떤 서양여자가 “게러레이!”라고 고함을 지르며 뛰어오더라. 순간적으로 Get away! 라는 걸로 알아듣고 ‘이 넘의 가시나. 무슨 칙사라도 되나. 비키라고 고함이야 고함은.’하며 은근히 부아를 내며, 의욕이 앞서 주로에 어지럽게 나와서 물컵을 건네던 여학생들에게 좀 물러나라고 하던 중에 아차 싶었지. 비키라는 말을 ‘Get away’라고 할 것 같지 않았고 설사 그렇더라도 ‘게러웨이’라고 했을덴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아항! 게토레이를 찾는구나 싶었다.
몇 초 후에 급수대에 와서 두리번 거리는데 이온음료가 없는데 어쩌냐. 약오르지 기집애야. 그래도 겉으로는 미안한 표정 지으며 유감이며 물이나 마시라고 했지. 그 여성을 보내고 잠시 혼자서 게러레이, 게러레이 혓바닥을 굴리며 중얼거리다 닭살이 돋길래 그만 두었다. 그리고 미국-그 여자를 미국사람이라고 이해했다-에서는 포카리스웨트보다 게러레이가 더 유명하다는 소중한 진리를 하나 배웠다.
두 번째. 다음 해인가 춘천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15킬로쯤 지나고 있었는데 조금 앞에서 역시 백인여성 하나가 몹시 힘들게 뛰고 있었다. 아직 반도 안 지났는데 영 안쓰러울 정도로 몸이 무거워 보였기에 내가 지나치면서 괜찮냐고 물으니 “I’m hanging in there.”라더라. 처음 듣는 표현이었으나 뭐 좀 힘들다는 말이려니 하고 힘내라고 하면서 앞질러 갔다.
가끔 맥주 한 잔씩 하던 캐나다 친구가 있어서 며칠 후 그 이야기를 하며 ‘I’m hanging there’ (난 그렇게 들렸거든)가 무슨 뜻이냐고 하니 ‘I’m hanging in there’라고 고쳐주면서 설명을 해주는데 대강은 알 것 같은데 어차피 영어로 설명을 들으니 미진한 구석이 있었다. 뭐누고 덜 닦은 것처럼 말이다.
다시 잠시 잊고 있다가 우연히 미국여권을 가진 한국인 후배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 친구 왈, "버티고 있다는 뜻이에요" 하더라. 그렇구나 아이 개운해라. 비데를 쓰면 이럴까?
이 표현은 가끔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좀 어려웠던 시절 미국파트너가 “Just hang in there.”라고 말한 적도 있고, 영화 다이하드 1편에 건물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존 메클레인과 무전으로 대화를 하고난 흑인경사가 “Hang in there.”라고 독백하는 장면도 나온다. 우짜든동 잘 버티라는 말이겠지.
세 번째는 뉴욕에서였다.
출장기간 중에 주말이 끼어 같이 갔던 직원에게 문화에 대한 엄청난 견문을 넓혀주겠다고 큰 소리치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을 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뉴요커들 달리는 모습을 보려고 센트럴 파크 주위의 도로를 걸으며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이 근처 숙소를 잡아서 몇 바퀴 뛰어보리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뒤쪽 어디에서 “I am on your left!”라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리더라.
우리말고는 걷는 사람이 없었으니 뻔하지 뭐. 또 충분히 이해하지. 왜 뛰는데 앞에 얼쩡거리는 사람이나 자전거와 조금이라도 부딪히거나 부딪힐 뻔하여 갑자기 멈추게 되면 순식간에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상당히 기운이 빠지잖냐. 그래서 같이 가던 직원을 붙잡아 제자리에 가만히 멈추고 서서 그 여성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머리에 이어폰을 끼고 가슴과 궁디를 출렁거리며 흑인여성이 쿵쿵 지나갔다. 내가 지나가고 싶은 방향을 그렇게 표현하는구나 싶었다.
…
꼭달이가 한 마디 해보라는데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고 쓰긴했지만 쓰고나서 보니 영 재미없네. 쓰으~
오래 전에 궁금했던 것 하나.
지금은 나도 썹쓰리니 썹포니 하는 말을 거리낌없이 쓴다만 처음 이 표현을 들었을 때 뭐랄까 상당히 생경함을 느꼈는데, 그러니까 한국사람 누군가 억지로 맞춘 영어가 아닌가 하는 거 말이야.
원래 이게 마라톤 전문용어냐? 누구 아는 사람 말해주라. 선착순 1명!
티물.아는거도 많다. 썹쓰리 썹포는 마라톤 역사가 훨씬 긴 일본넘들이 쓰기 시작해서 울나라에도 광범위하게 보급된 말이다.내가 일본에서 1997년 마라톤 첨 시작했을때 이 용어를 알았고 나중에 한국에서 이 용어 보급하는데 나도 꽤 역할을 많이 했다. 좋은 역할이건 나쁜 역할이건간에 말이다.
첫댓글 음, 영어 강의 잘 들었구, sub 머시기 하는 말이 마라톤 전문 용어냐 아니냐 하는 건 민병철 같은 사람한테 맡겨두고 우린 걍 열쒸미 뛰자구.^^
글구 말이란게 원산지를 떠나면 뜻도 달라지거든. 싱가폴 싱글리시처럼 말여. 오죽하면 영국영어하구 미국영어하고도 단어 쓰임새가 꽤나 다른데 몰. 나 예전에 밀라노 근무할 때 거기서 이태리 타월 열씨미 찾았더랬다. 물론 헛구고 혔지...^^
폴~ 모스크바는 도대체 몇시냐?? 낮이냐?? 밤이냐?? 여기는 잠잘라고 하는시간인데 오후10:20분이다......티므르~~ 잘지내고 있냐?? 한참 일하는시간이구나..
슈퍼맨 잘 있다. 이거 오랜만에 글 올렸더니 미소 양대국에서 메시지 보내네.
티물.아는거도 많다. 썹쓰리 썹포는 마라톤 역사가 훨씬 긴 일본넘들이 쓰기 시작해서 울나라에도 광범위하게 보급된 말이다.내가 일본에서 1997년 마라톤 첨 시작했을때 이 용어를 알았고 나중에 한국에서 이 용어 보급하는데 나도 꽤 역할을 많이 했다. 좋은 역할이건 나쁜 역할이건간에 말이다.
수신 양호!
오오 티무르... 위대한 제국이여. 아는 것도 참 많다. 멋진 영어, 멋진 글이다. 니가 모르면 어찌 알아들을 수 있겠니.
아니, 인간들이 모하길래 암것두 안허고 여기만 쳐다보구 있냐?^^(사실 나두 글구 있지만...ㅋㅋ) 모스크바는 지난 일욜부터 썸머타임중이라 서울보다 5시간 느리고(아닐 땐 6시간 늦지) LA보다는 아마도 11시간 빠를 것이여.(뉴욕보다 8시간 빠르니까 계산 정확허지?^^) 근디 미국은 아직 썸머타임 안하나벼?
여기가 밤이면 거기는 낮이구만...여기는 다음주 부터..매년4월 첫째일요일 부터 섬머타임 시작이다... 근디 니히들은 일은 안하니?? 나야 잠자려고 하니 시간이 많지만...
슈퍼맨, 티물이 하는 얘기가 다 맞는 말이냐?
티므르 영어 실력은 대댄한...고수중고수다.. 다맞는말이야...여기서는 모든 단어에 "T" 발음을 안한다... 그래서 개러레이 가 되는거야..
말에 가시를 넣었던 치사한 꼭달아, 들었냐?
후와~ 티물.... 베리굿, ㅎㅎㅎ
우쒸~ 여기 안 끼면 영어(증말 궁색)의 몸이 되겠군~~.
증말 신기한 세상이군, 미쏘 한국~ 동시 개덜 짖음.
나는 영어 나와서 빠질란다
요즘 쓸만한 글이 안올라오니까 이거라두 열씨미 읽구 댓글 올리는구나...티물 재미있는 글좀 올려라.쉬운걸루 말이다.
티무르, 폴, 슈퍼맨, 해버굳타임! 바~라, 'T" 발음되잖여? 글 자주 올려라. 티, 티, 티 해가면서... 히---임.
티물, 반응이 굿이다, 계속 속편 올려라~ 달리다 코쟁이 만나면 짐짓 피하는데, 그러지 말고 한마디 써먹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