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19금 대화...술독에 빠진 유튜브, 음담패설에 취했다
초등생도 보는 ‘술방’서 만취
김예랑 기자
입력 2023.12.15. 04:21업데이트 2023.12.15. 10:22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백형선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유튜브에 올라온 ‘술방(술을 먹는 방송)’ 영상 가운데 조회 수 상위 100개를 모니터링했더니 99개에서 문제 장면을 발견했다고 한다. 폭음과 만취 장면이 평균 2번 이상, 욕설과 폭력 등 장면이 최소 1번 이상 있었다는 것이다. 이 동영상들의 평균 조회 수는 145만회에 이른다.
도를 넘는 유튜브 ‘술방’ 영상은 더 많아지는 추세다. 지난 2021년에는 100개 중 90개가 문제가 있는 음주 장면이 등장한 걸로 집계됐는데 1년 사이에 99개로 증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청소년 연령 제한을 설정한 영상은 하나도 없었다. 연령 제한은 채널 운영자가 설정하는데, 조회 수 감소와 수익 감소를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남자 친구와 속궁합은 잘 맞으시나요?” 구독자 32만명인 한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달 남녀 유튜버들이 소주를 마시며 ‘19금’ 수준 대화를 하는 ‘술방’ 영상이 올라왔다. 술을 마신 출연자들은 비틀댔고 방송 후반부에는 “함께 출연한 남자 친구와 성관계를 지금 하고 싶다”는 식의 말까지 했다. 14일까지 이 영상의 조회 수는 19만회이며 연령 제한도 없었다.
구독자 20만명가량인 한 유튜버는 포장마차 분위기로 꾸며놓은 세트장에서 소주를 종류별로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콘텐츠를 올렸다. 출연진의 음주 속도가 빨라지며 비속어가 등장했다. 구독자가 100만명에 가까운 연예인 A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는 A씨가 “마셔도 마셔도 맛있다”고 음주를 긍정적으로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취기가 오르면서 성적인 농담이 오갔다.
이런 유튜브 ‘술방’은 “취중진담의 묘미가 있다”는 이유로 높은 조회 수를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이런 ‘술방’에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담패설이 오가는 ‘술방’이 진행될 때 채팅창에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한 댓글들이 올라오는 경우도 발견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 라인’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복지부는 이번에 ‘음주 행위 미화 콘텐츠는 연령 제한을 통해 어린이·청소년 접근을 최소화해야 한다’ ‘음주 행위 미화 장면에는 경고 문구로 음주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새로 넣었다. ‘음주와 연계된 위험 행동’으로 ‘성적 묘사’를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가이드 라인은 ‘권고’일 뿐 강제력이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여성가족부도 각각 청소년 유해 매체와 술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관들도 사후적으로 모니터링한 뒤 자율 규제를 요청하는 방식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백형선
한편, 유튜브 ‘술방’처럼 선정적이진 않지만 온라인 영상 서비스(OTT) 콘텐츠에도 음주 장면이 자주 등장하긴 마찬가지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넷플릭스 등 OTT 7곳에 지난해 업로드된 프로그램 96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음주 장면이 249회 나왔다고 한다. 한 편당 음주 장면이 2.5회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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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OTT 영상은 현재 심의 사각지대에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OTT 콘텐츠는 TV로 방영되는 영화·드라마와 달리 방송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OTT 영상물도 유해성을 심의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지만, 실제로 심의를 담당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한에 관한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경희사이버대 심영섭 교수는 “유튜브, OTT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규제하려면 다른 나라와 형평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술방’ 같은 청소년 유해 콘텐츠에 대한 책임은 가이드 라인보다는 법령으로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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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12/15/F2TWWX6UJBGLRO5OYOM7VZ5RF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