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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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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자유게시판 스크랩 지리산 둘레길 가탄-송정
see사이 추천 0 조회 44 13.09.02 20:3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5월 아내와 지리산둘레길 원부춘 가탄 구간을 상당히 힘들게 걸은 후 여름 날씨에 미리 겁먹고 쉬다가 날씨가 선선해진 오늘 오랫만에 아내와 둘이서 둘레길을 나섯다. 일요일 아침 시간에 늦잠을 자고 10시 쯤 집을 출발해서 11시 30분 오늘의 출발지 가탄 마을에 도착했다. 가탄 마을에 차를 주차한 후 화개천을 가로지는 다리를 건너 화개중학교를 지나 그 유명한 십리?꽃길을 가로질러 법하 마을로 들어섯다.

 

 출발지 가탄마을

 

화개 십리?꽃길

 

오늘 걷는 이번 구간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마을이 법하마을이다. 산 기슭에 자리잡아 마을을 관통하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그래도 마을 길가에는 한여름 동안 이겨낸 작물들이며 가을 수확을 기다리는 과실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길가 텃밭에는 가지가 달려있고 고구마도 줄기가 무성하다. 그리고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가지가 휘어지고 대추나무에는 셀수도 없을 정도로 대추가 많이 달려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의 할머니들께서는 마을한가운데 자리잡은 정자에 삼삼오오 모여 늦더위를 식히고 계셨다. 특이하게도 개방된 마을 정자에는 커다란 냉장고가 놓여져 있었다. 속으로 이런 시골 마을에서 여름나기는 별 문제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고 부럽기도 했다. 올 여름 얼마나 더웠나....

 

 

  법하마을 풍경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 점점 고도가 오르고 경사가 가팔라지더니 어느새 포장된 길이 끝이나고 이제는 좁은 밭두렁 길이 이리 저리 방향을 틀면서 산속으로 이어진다. 묵은 논밭도 보이고 그나마 차나무가 심어져 아직은 사람과 관계를 나누는 밭도 보인다. 작은 물도랑이 흐르는 밭두렁 풀밭길을 걸어가니 한낯 사람의 침입에 깜짝 놀란 방아개비, 귀신메뚜기, 귀뚜라미 등이 사방에서 제 각각의 방향으로 튀어오르고 나비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체 이리 저리 어지럽게 날아다니다. 마을 위에서부터 이러지던 밭두렁길도 끝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소나무 숲속으로 길이 이어진다.

 

 법하마을 뒷산을 오르는 아내. 힘들지만 즐거워 보인다.

 

 산속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그늘에 가려 있고 잘 정비된 둘레길을 따라 계속 위로 오르다 보니 어느새 작은재에 도착했다. 작은대에는 우리보다 먼저 출발하신 분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맛나게 점심식사 중이다. 우리도 땀을 훔치며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재촉한다.

 

작은재

 

기촌마을 가는 길에 소나무숲 사이로 언듯 언듯 보이는 섬진강.

작은재를 지나서 길은 내리막길로 바뀐다.  이리 저리 방향을 틀어가면서 아래로 향하더니 어느새 기촌마을에 도착한다. 기촌마을은 피아골의 입구에 있는 마을이다. 마을 앞에 흐르는 개울 한가운데 공원으로 꾸며진 작은 섬이 있어 둘레길 방향을 약간 벗어나 공원으로 들어섯다. 들어 서는 순간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할뻔 했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제법 운치가 있다. 간이 의자에서 좀 쉬다가 다시 개울로 내려가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기촌마을 개울 한가운데 있는 작은 공원

 

기촌마을에서 목아재로 가는 길은 너무 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평탄한 길도 아니다. 이리 저리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면서 지루한줄 모르고 걷는다. 특히나 대부분 길이 숲그늘아래에 있어 급경사가 있는 곳은 힘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유롭게 즐기면서 걸을 만한 곳이다. 안내판에 기촌 다음은 목아재인데 목아지가 빠지도록 찾아도 잘 다가 오지 않는다. 기촌마을에서 거리가 멀고 오르막 끝에 고개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웬걸 내리막길에 목아재가 있었다. 가서 보니 둘레길에서는 내리막 길이지만 임동에서 오르는 길은 목아재가 제일 높은 곳이었다.

 

목아재 안내판

목아재에서 송정으로 가는 길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되풀이 되지만 전부 숲그늘로 이어져 있어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었다. 작은재 이후  단 한명의 나그네도 만나지 못한 호젓한 숲속길을 아내와 둘이서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누면서 걷가가 쉬다가 하다 보니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다. 이제는 산길이 더이상 오르지는 않고 내려가는 길로 접어들고 고사리밭 사이를 지나고 밤나무 숲길 사이를 지난다. 길가에 알밤이 널려있는데 평소 채집을 좋아하는 아내는 자꾸 손이 가는 모양이다. 결국은 알밤 세개를 줏어들었다가 나에게 호된 잔소리를 듣고서 슬그머니 내려 놓는다.

 

 

 

송정마를 가는 길

 

송정마을이 가까워지자 밤나무밭에서 예취기로 잡초를 제거하다가 잠시 쉬고 계시는 부부를 만났다. 처음 보는 나그네한테 자꾸 막걸리를 한잔하시라고 권하신다. 한잔 벌컥벌컥 마시고싶은 마음을 꿀떡 같지만 사양하고 대신에 사람들이 자주 다니다 보면 밤나무가 손이 탈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 길을 내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밤나무밭을 지나 송정마을에 도착하니 여기도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 내린다.

 

 

 송정마을 앞에 흘러가는 개울물

 

개울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 후 양말을 벗고 시원한 물 속에 두다리를 담그고 세수도 하면서 땀을 식히는데 물 속에 뭔가 작은 물고기가 보일락 말락 헤엄을 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피리새끼다. 이상하게 사람이 다가가면 놀라 도망가는게 아니고 오히려 모여든다.  먹이를 찾기위해 본능적으로 몰려드는 것 같다.

 개울 속에 작은 피리새끼들

 

아래에서 세수를 하던 아내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세수하면서 떼어낸 코딱지를 피리새끼들이 서로 먹을려고 싸운다나 ㅎㅎㅎㅎ

 

오늘의 목적지 송정마을에 도착했지만 다시 내리막길을 따라 섬진강병의 큰길로 향했다. 아내는 평소같으면 다소 지치고 힘들텐데 그래도 씩씩하게 앞장서서 잘 걸어 내려간다. 섬진강변 국도에 도착해서 휴대폰 네비로 화개장터까지 거리를 확인하니 4킬로다. 차를 둔 가탄마을까지는 족히 5킬로는 될 것 같다. 여기서 가탄마을까지는 엄청 먼데 끝까지 걸어갈거냐고  아내에게 은근한 협박조로 물었더니 자기는 끝까지 걸어갈거란다. 속으로 택시비 아까워서 머리 굴리는 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 두 사람 중 힘들어 택시 부르는 사람이 택시비 내기로 약속하고 섬진강을 따라 국도변을 걷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아내는 잘 걷는다. 그래도 내 체력에 맞는 보폭으로 걸으면 역시나 뒤쳐진다. 가능하면 천천히 걸어 아내가 자기가 목적한 대로 출발지 차량을 회수할 때까지 걸어가서 나름의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끝까지 걸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힘들지만 스스로 자신의 체력에 만족한 아내는 오늘 걸은 거리가 거의 20킬로에 가깝다고 스스로 대견해 한다.

 

 

 

 해질무렵 섬진강 국도변을 걷는 모습

 

 

어둠이 밀려오는 시간 드디어 오늘 둘레길 출발지 가탄 마을에 도착했다.

 

집으로 돌아 오니 8시다 간단히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집으로 들어갔다. 오늘 걸었던 구간이 둘레길 구간중 난이도 "상"이었는데 아내가 힘들어하지 않고 잘 걸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둘레길 10여 구간을 나와 함께 걷더니만 이제는 당신도 체력이 상당히 좋아진 것 같다고 칭찬하자 아내도 흡족해한다. 

 

오늘 걸은 구간은 경상도 하동에서 전라도 구례로 넘어가는 구간이었다. 송정마을 아래 국도변의 작은 매점에서 생수를 사다가 아무 생각없이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멀뚱멀뚱해 계신다. 아하 우리가 출발할 때에는 경상도 였지만 여기는 전라도라는 생각을 잊고 있었다.

 

가게에서 생수를 사고 빈 생수병 두개를 내 놓으면서 아주머니께서 알아듣지 못한 내가 한말

"다문 통은 고마 요게다 낫도도 괜찬것나예?"

번역하면

 

"다 마신 빈 물통은 그냥 여기에 놓아 두어도 괜찮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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