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기 쉽고 많은 입주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도 군포시 산본11단지주공아파트(11개동 1400세대, 우리관리(주)) 관리주체와 입주민들은 투병중인 이웃에 헌혈증서를 모아 전달하고 입주자대표회장은 매달 판공비를 동사무소에 전달하는 등 불우이웃 돕기에 적극 나서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처럼 입주민들이 이웃사랑 실천에 적극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간 화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와 함께 관리주체는 관리비 절감에 앞장서는 한편 입주민 안전에도 역점을 두고 안락한 주거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 불우이웃 돕기 나서
산본11단지주공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해 투병중인 입주민에게 온정의 손길을 보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 아파트 입주민인 중국동포 강영란 씨는 재생불량성 빈혈로 2주에 한번 혈액제재를 수혈해야 하는 딱한 사정에 처해 있었다. 강씨는 특히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지 2년이 안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병원비를 대기조차 버거운 상황이었다.
이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관리주체는 각동 게시판의 공고문을 통해 입주민들에게 강씨의 사연을 알렸다. 이러한 딱한 사정을 들은 입주민들은 강씨를 돕기 위해 헌혈증서를 모으기 시작해 2달만에 200매를 모아 강씨에게 전달했다. 입주민들이 전달한 헌혈증서는 강씨가 1년 정도 수혈 받을 수 있는 양으로, 혈액종양으로 전이되는 등 병세가 악화되는 강씨에게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이 아파트 부녀회(회장 조점식)는 지난해 12월 ‘소년소녀가장 및 독거노인 김장담가주기 행사’를 개최했다. 부녀회원들은 이틀 동안 배추 200포기로 김장을 담갔고 이 김치는 군포시를 통해 관내 불우이웃 30세대에 전달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안항진 입주자대표회장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매달 받는 판공비 20만원을 동사무소에 전달하고 있다. 이 판공비는 관내 불우 청소년을 돕는데 사용되고 있다.
안 대표회장은 “대표회장의 판공비는 입주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하지만 이왕이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보람 있게 사용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꾸준히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 입주민 화합 노력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불우이웃 돕기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입주민간 화합이 잘 되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3월에는 입주민들이 단합된 힘을 발휘했다. 이 아파트에서 주관한 ‘3·1절 전세대 국기달기 행사’에 99%의 세대가 동참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부녀회는 재활용 판매수익금으로 국기를 단체로 구입해 전세대에 배부했고, 국기 게양을 독려했다.
또한 입주민 화합을 위해 대표회의와 부녀회는 지난 2월 대보름 척사대회도 개최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지난달 월드컵 기간 동안 관리직원과 미화원, 동대표, 부녀회원들이 ‘붉은악마’ 응원복 티셔츠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응원복 착용은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신화 재연을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직원과 입주민들간의 일체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이 아파트는 또 매년 관리직원, 동대표들이 참석해 체력단련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동대표, 부녀회원, 관리직원, 미화원 등이 강원도 영월에 이어 올 5월에는 강화도 보문사로 다녀왔다.
◎ 관리비 절감·안전에 역점
산본11단지주공아파트 관리주체는 연간 관리비를 약 3천4백만원 이상 절감하고 입주민 안전에 역점을 두고 있다.
관리주체는 지난해 5월 한전과의 전기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변경해 연간 2천5백만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줄였다.
또 산업용 전력 계량기를 교체해 연간 약 2백90만원의 관리비를 절감하고, 아파트 공용부분 전기요금에 포함된 인터넷 업체의 전기요금을 업체에 부과토록 조정해 연간 6백여만원의 비용을 아끼고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양이 버려지는 관리비 부과내역서의 부수를 조정해 연간 40만원을 절감했으며, 배관누수보수공사와 수목의 전지·전정을 자체적으로 실시해 입주민들의 부담을 줄였다.
관리주체는 또한 매주 월요일 어린이놀이터 시설물의 안전점검도 철저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리주체는 자체적으로 점검일지를 제작했다. 이 점검일지에는 ▲시설물의 파손, 고장, 훼손, 너트풀림 유무 ▲시설물의 작동부 주요 상태 ▲모래바닥의 이물질 유무 ▲물고임 등 배수상태 ▲울타리 상록수의 고사목 발생 여부 ▲놀이터 내 파고라, 의자의 훼손 여부 등을 체크하고 조치·보수사항을 기록토록 하고 있다.
이밖에 관리주체는 입주민들이 아파트 자치방송을 시청토록 했으며, 자체 소방훈련을 실시했고, 아파트 보수공사나 작업의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신동문 관리소장은 “올해로 아파트 관리소장 업무를 시작한 지 30년이 됐다.”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쾌적하고 안락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