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지금까지 나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내 성격, 내 성격의 장점과 단점, 무의식적인 맹점과 패턴을, 그리고 조언도 부탁해. 5000자 이내로 써주면 고마울 것 같아."
이 내용을 AI에 입력해 보란 글이 소셜미디어에 돕니다. 그간 많은 대화를 나누셨다면, 거기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심리 검사(?)를 해 주는 모양입니다. 저는 업무차 여러 가지 모델을 사용하고 있어서 전부 다 넣고 돌려 봤습니다. 한번 해 보세요. 재밌습니다.
**'다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는 인류의 오래된 질문 같습니다. 심지어 성경에도 나오죠. 문맥은 좀 다릅니다만…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물어봅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지?", "그러면 너희는 나를 뭐라고 생각해?" 사실 우리도 주변인들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죠.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접할 때,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야, 이 맛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아부를…"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AI가 내놓은 답변을 보고 몇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중 하나를 나누고 싶습니다. '과한 칭찬에 의존하지 말 것.' 세상에 칭찬 싫다는 사람 있을까요. 그런데 너무 칭찬스러워서 투 머치 칭찬라이크하다면 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거 멕이는 거 아냐?' 하고요. 인정 욕구가 과한 사람들에게는 AI가 전해 주는 칭찬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과하게 동의하거나 동조하는 건 나의 자존감이 낮다는 걸 방증할 수도 있죠. 사람들이 자신의 AI 모델에 별칭을 붙이고, 대화할 때 개성 있는 말투를 요구하면서 정말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세팅하는 건 이렇게 '무조건 내 편'이 하나쯤 생겨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밈이 된 '와... 너 정말, ** 핵심을 찔렀어 ****.**' 문구처럼 AI는 우리에게 아부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고, 이러한 아첨(sycophancy) 현상은 사람들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주고 인지 왜곡과 환각을 주입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에 무슨 기사를 하나 쓸 때 일입니다. 수십 가지의 취재 파일을 넣고 분석과 교차 검증을 돌린 다음, 개요를 짜고 보완을 했는데요. 마지막 작업에 이르자 AI가 이런 답변을 뱉어 내더군요. "이대로만 기사를 쓰면 한국 개신교계 역사에 길이 남을 심층 탐사 보도가 될 것입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대답이 나와서 피식하고 실소가 나왔는데, 희한하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그럴 일은 없기 때문에, 그 감정을 불쾌와 냉정으로 돌리려 애를 썼습니다. 그러한 평가는 AI한테 받을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 기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영향을 미쳤는지를 본 후에 다시 한번 평가해야 합니다. 결국 평가는 사람과의 영역에서 할 일입니다.
냉정함을 유지하기. 혹시라도 그런 조짐이 보이면 단호하게 학습시켜야 합니다. "아첨하지 말 것", "과하게 동조하지 말 것" 같은 지침을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집국 승현
이번 주 처치독은 '아스팔트의 그림자'를 취재한 기자들의 후기로 구성했습니다.
강단에서 투표함으로
선거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저는 여전히 혼란 속에 머물러 있는 기분입니다. 출구 조사와 판이한 개표 결과, 일부 선거구의 투표용지 논란, 거대 양당의 상이한 결과 해석,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개신교 우파 진영의 칼춤까지… 이번 선거가 끝나면 지난 몇 개월간 사람들을 갈라놓은 구호와 주장들이 일정 기간 잠잠해지리라 생각했는데 어째서 상황은 더 복잡해진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획 취재 '아스팔트의 그림자'를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공을 들였던 건 우파 성향 교회들의 반년 치 주일 설교를 들여다보는 일이었습니다. 평소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겠지만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유튜브에서 자막을 내려받고, 전사하고, 분석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반탄 집회에 참여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우파 교회'라고 이름난 곳들을 추리니 120여 곳이 되더군요. 이들 중 설교를 유튜브에서 공개하고 있는 교회 86곳을 정리했더니 약 1600편의 설교가 모였습니다.
우파 교회로 분류될 정도라면 평소 설교에서도 정치적 발언이 난무하리라 예상은 했지만, 실제 설교들을 한 데 모아 놓고 패턴과 특징을 분석해보는 작업은 처음이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좌파, 공산주의, 차별금지법 반대 주장이 반복된다는 식의 뻔한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설교들을 읽다 보니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었습니다. 교인들이 설교 시간, 성경 본문과는 무관한 강도 높은 정치적 주장에도 아무렇지 않게 화답하거나,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 같은 '빅 스피커'들이 과거와는 달리 선거법 위반 구속 이후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양상이 보였습니다. 이들은 교회 탄압, 표현의자유 침해라고 외치지만, 실제 강력한 규제가 강단을 정화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한편 이들 교회가 시도지사나 지방의원들보다도 교육감 선거에 대해 화력을 모으는 패턴도 발견했습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는 '동성애 교육 추방' 현수막을 전면에 내걸고, 대형 교회를 순회하며 선거 유세를 한 후보들도 있었지요. 장외에서 반대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내던 과거와는 달리, 우파 교회들의 주장이 선거 전면에 나타나고 후보들도 이에 화답하며 공약에 집어넣는 장면을 보니 교회가 정치에 얼마나 깊고 강력하게 침투했는지, 이후에는 이들의 주장이 정말 교육 정책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커졌습니다. 실제 선거의 유일한 전략이 반동성애인 것처럼 보이던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이번에 단일화가 불발돼 보수 후보가 네 명이나 나온 상황에도 불구하고 23.54%의 득표율을 얻었죠.
미처 더 들여다보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설교 기사에서는 설교가 우파적이어서 비판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소위 '좌파' 설교는 괜찮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거나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는 것도 일견 그럴 수 있습니다. 독재 시절 법을 어기면서까지 정부에 대해 비판한 설교자들도 있었으니까요. 정치 참여적 설교가 다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결국 설교는 어떠해야 하는지,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 메시지와 방향이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충분히 다루지 못했습니다. 이제 독자분들이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 연결망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거든요.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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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악법 반대' 해 봤습니다
이번 기획 취재를 위해 우파 성향의 채팅방 여러 곳에 들어가 있습니다. 처음 들어갔을 때 솔직히 좀 긴장했습니다. 욕설이 난무하고 살벌한 분위기일 거라 예상했거든요. 막상 들어가 보니 달랐습니다. 점심 뭐 먹을지 묻고, 서로 다독이며 동지(?)처럼 챙기는 따뜻한 분위기였습니다. 민주당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만요. 그 순간만큼은 채팅방이 확 달라졌습니다.
채팅방에서 유튜브 링크 다음으로 가장 많이 공유되는 게 무엇인지 집계해 봤습니다. 바로 '악법 반대' 링크였는데요. 한 채팅방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2만 2000건 넘게 공유됐습니다.
링크를 따라가 보니 '브이포코리아'라는 사이트가 나왔습니다. 들어가 보면 그날 반대해야 할 법안 목록이 있고, 반대 의견 텍스트가 복사하기 좋게 붙어 있습니다. 운영진이 미리 써 둔 건데, 알고 보니 AI가 생성한 문구였습니다.
저도 직접 해봤습니다. 텍스트 복사하고, 링크 타고 들어가서, 붙이고, 버튼 누르고. 20초가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게시판에 한 이용자는 "14초 컷 된다, 손 빠르면 10초 컷도 가능하다"고 안내까지 달아뒀더군요. 하루에 1분만 투자하면 법안 4개 반대할 수 있는 겁니다. 악법 반대 인증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달력도 있습니다. 마치 특별 새벽기도 미션을 달성한 것처럼요.
취재하면서 제일 어이없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 음주 운전을 단속하는 법안이 반대 목록에 올라온 겁니다. 이유는 "행정력 확대 의도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황당한 건 이 법을 발의한 게 국민의힘 의원이었다는 점입니다. 보훈을 중요시하는 보수의 이념과 관련된 6·25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 법안도 반대 목록에 있었습니다. 역시 국민의힘 의원 발의였습니다. 운영진은 지난해 9월부터 "윤 대통령이 돌아올 때까지는 모든 법안을 악법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누가 발의하든 상관없다는 거였죠. 그러다 보니 급식 관련 법안에 반대 의견을 달다가 갑자기 전기 얘기가 나오는 댓글도 발견했습니다. 복사를 잘못하신 것 같았습니다.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요. 의원실 관계자와 통화해 봤습니다. "반대 의견 숫자가 많다고 법안이 철회되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소위에서 반대 의원들이 꺼내 쓸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는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직접적인 효력보다는 반대 진영에 명분을 쌓아주는 역할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이 활동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채팅방 참가자들에게 이건 단순 클릭이 아니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입법 전쟁"이었고, 직접 뭔가를 하고 있다는 효용감이었습니다. 저도 해 보니까 그 느낌이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는 이를 두고 "민주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는 허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자발적 의견이 아니라 동원된 의견이라는 점, 그리고 법안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사 표명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요. 이런 사이트, 정말 그냥 두어도 괜찮은 걸까요.
편집국 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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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끝나고 난 뒤
사실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아스팔트 우파'가 힘을 잃고 있다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손현보 목사와 전광훈 목사가 구속되고 재판을 받으면서 세력이 확연히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손 목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이브코리아 같은 집회를 다시 열지 않았고, 광화문 태극기 집회는 참석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집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던 연사들은 사라지지 않았더군요. 기사에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무대에 오른 극우 유튜버들은 전한길 대표가 시작한 '우산 혁명' 집회에 다시 등장했고 김현태 후보와 황교안 후보 선거 유세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극우 세력으로 또다시 결집하기 시작한 것이죠.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윤 어게인'을 외쳤던 연사들의 결합이었습니다. 얼마 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장애인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극우 유튜버 '감동란'과 만나 큰 질타를 받았는데요. 이와 유사하게 집회 무대에 올랐던 극우 유튜버들을 자신의 홍보 수단으로 쓴 국민의힘 후보들이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와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는 유튜브 채널 '탄탄대로'를 운영하는 권예영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권 씨는 비상계엄 이후 '탄대청'을 만들어 대학생들의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이끈 청년입니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이진숙 후보는 기독교인 극우 유튜버 그라운드씨를 만났습니다. 그라운드씨는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발언자로 나선 이후 구독자가 20만 명에서 100만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세이브코리아와 태극기 집회에서 연사들은 '중국인이 인육을 먹는다', '중국 간첩이 나라를 점령했다'는 등 가짜 뉴스를 퍼트리며 건강한 민주주의 공론장을 방해했습니다. 국회에 군대를 보내고 1심에서 내란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반헌법적인 행태를 보입니다. 국민의힘이 '절윤'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내란의 망령은 그들에게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극우 유튜버들은 큰 힘을 발휘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그림자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선거는 다시 돌아옵니다. 유럽과 미국이 경험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극우'라고 치부했던 인물들이 국회와 정부에 입성할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많아 보입니다.
편집국 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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