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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엄마표 학습지지도법 유아초중고등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Education] 전문가 3인이 일러주는 ‘성공 부르는 우리 아이 말하기 교육법 완전 가이드’ 글 이영래 기자 | 사진 조영철 지호영 기자
Part 1_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 1호, 김은성 아나운서의 스피치 비법 “다양한 경험 쌓게 해 말하기 소재 만들어주고 ‘스피치 개요서’ 쓰게 해요” KBS 1TV 주말 ‘뉴스 광장’을 진행 중인 김은성 아나운서(39)는 ‘마음을 사로잡는 파워 스피치’ ‘오바마처럼 연설하고 오프라처럼 대화하라’ ‘어린이를 위한 파워 스피치’ 등의 책을 낸, 말 그대로 ‘스피치 전문가’다. 아나운서란 직업상 ‘말하기의 달인’인 그는 자신의 주전공을 특화해 지난 2006년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그가 국내 1호. “학문적 데이터 없이 스피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제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스피치를 어떻게 향상시킬 것이냐’였어요. 자료를 모으고, 많은 명연설가를 분석한 끝에 제 나름대로의 스피치 훈련 요령을 찾았고, 그걸 정리해본 거죠.” 그가 처음 초점을 둔 것은 성인들의 스피치였다. 그러나 자신의 ‘파워 스피치’ 이론이 성공을 거두자 그는 스피치 훈련법을 자신의 딸, 예원양(10)에게 적용했고, 그 결과물은 곧 ‘어린이를 위한 파워 스피치’(시공주니어)로 이어졌다. “처음 계기는 단순했어요.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반에서 매주 월요일이면 ‘새 소식’ 발표를 해야 했어요. 한 명씩 앞에 나가서 어떤 새 소식이 있는지 발표를 하는 수업이었죠. 이것 때문에 엄마들이 난리가 났었어요. 대본을 써주고, 아이에게 그걸 외우라고 시키고…. 그런데 아이들이 그 긴 대본을 어떻게 외웁니까? 막상 앞에 나가면 당황해서 버벅거리는 거죠.” ‘말은 체득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 말하기 훈련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는데, 그 첫 시작은 ‘다양한 경험’이라고 한다. 소재가 없는 말하기, 글쓰기란 없다. 매주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줘야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생기는 법. 그러다 보면 저절로 말하기가 늘게 된다. 그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은 효율적으로 말하기 훈련이 필요하지만, 저학년인 경우에는 무조건 말을 많이 하게 하는 것이 최고”라고 한다. 그는 딸 예원양에게 대본을 써주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던졌다. “지난 주엔 뭐 했지?” “뭐가 제일 인상 깊었어?” “어떤 걸 이야기하고 싶어?” 등등 인터뷰를 통해 딸이 말하고 싶어 하는 바를 일단 다 끌어내보는 것이다. 일단 이야깃거리가 정해지면 예원양에게 그 내용을 원고로 쓰게 했다. 보통 부모라면 여기서 끝냈겠지만, 그는 그 원고를 외우지 못하게 했다. 대신, 한 장의 종이에 그 내용을 요약한 ‘스피치 개요서’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원고가 아닌 그 스피치 개요서만 보면서 이야기하게 시켰다고. 두세 번 어려워하던 단계를 지나 익숙해지자 예원양의 말하기 실력, 프레젠테이션 요령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한다. “이런 방법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예원이 반 친구 10명에게 같은 식으로 말하기 훈련을 시켰어요. 역시 효과가 나타나더라고요. 그 아이들은 저학년이니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생각했죠. 그래서 국제중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고학년 아이들 10명을 모아서 말하기 특강을 진행했어요. 국제중학교 입시에서는 말하기 평가가 많아요. 먼저 수학이나 과학 문제를 칠판에 푼 다음 그 과정을 설명해야 해요. 그뿐인가요, 영어 말하기 섹션, 심층면접이 이어집니다. 국제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주로 외국에서 살다 와 말하기 교육이 잘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에서 공부한 아이들은 이것 때문에 골치 아파지죠.” 국제중 입시의 심층면접에서는 ‘국제화 리더의 자질 조건이 무엇인지 논하고, 자신이 리더 자격이 있는지 초등학교 시절 일 등을 한 사례를 들어 소개해보라’라든가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지 않고 고구려가 통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등의 질문이 쏟아진다고 한다.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답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려운 질문이라는 느낌이 든다. 때문에 사교육에 대한 유혹을 받게 되지만, 말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그는 단언한다. 집에서도 충분히 효과적인 말하기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요체는 앞서 언급한 ‘스피치 개요서’ 훈련에 있다고.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녹음 또는 녹화를 해서 어떤 면이 좋고, 어떤 면이 나쁜지 기준점을 가지고 같이 이야기해보는 것. “아나운서들도 방송을 오래 하면 점점 멋져지고, 예뻐지고 또 말투도 세련돼져요. 모니터링을 하면서 최적의 상태를 자기 스스로 찾아내는 거죠. 스스로 모니터링을 해야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실제 아나운서 지망생들도 다 이렇게 훈련을 합니다.” 모니터링을 할 때는 반드시 기준점을 가지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체크해볼 수 있는 말하기 평가표를 제시한다. (옆의 표 참조) 말하기 훈련에는 자유로운 대화와 역할 모델이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유교적 문화 탓에 자유로운 대화가 힘든데다 마땅한 역할 모델을 찾기도 힘들다고 그는 한탄한다. “‘100분 토론’ 같은 것을 봐도 그래요. 타인을 감동시키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 논쟁을 하죠. 자기 할 말만 하고 남의 말은 잘 안 들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논리로 타인을 압도하는 건 잘하는데 감동이 없죠? 이런 식의 스피치는 역할 모델로 삼기 힘들어요.” 스피치의 역할 모델로 그가 손꼽는 인물은 미국 대통령 오바마, 프레젠테이션 모델은 스티브 잡스다. “2004년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서 불과 4년 만에 미국 대통령이 된 인물이 오바마예요. 이 인물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감동을 주는 스피치, 연설이죠. 힐러리와 오바마의 차이가 뭐냐면 힐러리는 꼼꼼하고 분석적인 설명을 하는데, 오바마는 오직 하나의 핵심, 변화와 통합만을 강조하면서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죠. 스피치라는 건 말하는 순간에 자신의 메시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오바마와 힐러리의 차이는 곧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차이기도 하다고. 잡스는 간단한 숫자나 메시지, 또는 영상 이미지 하나만 보여주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나의 쇼로 승화시키지만, 빌 게이츠는 구구절절하게 텍스트 위주의 설명을 해 지루하고 어려운 강연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역사상 최고의 연설가로 저는 예수님과 히틀러를 꼽습니다. 히틀러를 흔히 선동의 달인이라고 하지만 감동을 자아내는 히틀러의 스피치 실력은 압권이거든요. 그의 스피치는 철저한 준비의 소산이에요. 연설 일주일 전에는 아무 스케줄도 잡지 않고 오로지 연설 준비만 했다고 해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 그것도 청중 뒤에서 등장해 무대에 오르는 등 그의 쇼맨십은 최고였지요. 심지어 강연에 참석하는 사람들 성향까지 다 조사해서 연설문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연설 현장에서는 히틀러 또한 스피치 개요서를 활용했습니다. 스티브 잡스,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체임버스 회장 등 스피치의 대가들은 다 스피치 개요서를 활용해 연설 준비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죠.” 인터뷰 말미에 그는 다시 한 번 스피치 개요서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art 2_ 대화 전문가, 이정숙의 글로벌 언어교육법 “언어교육은 유년기 뇌 세팅에 의해 좌우, 고전 많이 들려주세요” 커뮤니케이션 전문 교육기관인 (주)에듀테이너 대표이사인 이정숙씨(55)는 우리나라에서 대화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 그는 지난 75년 공채 3기 아나운서로 KBS에 입사, 20여 년 동안 근무하다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스피치 이론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수료한 뒤 돌아와 커뮤니케이션 교육 및 컨설팅을 하며 ‘대화 전문가’라는 영역을 개척해왔다. 2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는 유쾌한 대화법 78’을 비롯해 ‘성공하는 여자는 대화법이 다르다’ 등 30여 권의 대화법 전문 서적을 쓴 작가이기도 한 그녀는 최근 자신의 육아비법을 담은 ‘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라는 책을 출판했다. 20대에 7개 국어를 하는 재원이자 자신의 독특한 공부법을 담아 일찍이 ‘공부 기술’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던 그녀의 둘째 아들인 조승연씨(29)를 키우면서 느낀 점을 이 책에 모았다. “제 친정아버지는 젊은 시절 일본 유학까지 마치고 와서 돈 한 번 버시지 않고 고고하게 선비로 한평생을 사시다 가신 분이었어요. 선대에 할아버지께서 장사로 돈을 많이 버셨는데, 장사꾼이란 소리를 듣는 게 창피하셨는지 제 아버지만큼은 선비로 남길 바라셨던 거죠. 그 뜻을 따르려고 하셨는지 아버지는 어려운 철학책, 문학 전집들로 집안을 채우고 평생 책만 읽다 가셨지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제가 친정아버지를 모셔야 했는데, 그 덕에 우리 아이들 교육에는 아버지 입김이 많이 작용했어요.” 이정숙씨는 ‘눈높이 교육’이란 말을 부정한다. 어린아이는 뇌에 어떤 말과 자극을 입력했는지에 따라 인성과 지능이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는 이를 ‘뇌 세팅’이라고 표현한다. “친정아버지께선 우리 아이들이 말을 채 배우기 전부터 아이들에게 칸트니 니체니 사르트르니 푸코니 하는 어려운 철학자들의 책을 읽어주셨어요. 처음엔 저런 걸 아이들에게 읽어준다고 알아나 들을까 싶었죠. 그런데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 우리 아이들이 그런 어려운 철학책들을 꺼내들고 읽는 거예요. 익숙한 것에 손이 가서 그랬나봐요.” 둘째 아들 승연씨는 유치원 때부터 웬만큼 어려운 책도 그냥 다 읽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유학 가는 어머니 이씨를 따라 미국으로 간 중학교 2학년 이후, 급속히 외국어에 눈을 떴다. 그가 ‘뇌 세팅’ 효과에 대해 눈을 뜬 것도 이때의 경험 덕분이다. 승연씨는 고교시절 가장 어려운 수준의 수업이 이뤄지는 AP(Advanced Placement) 클래스에서 수업을 받았는데, 이때 승연씨의 반 친구 80%가 유대인이었다고 한다. 그때 그는 신기하게도 친정아버지의 교육법과 유대인의 그것이 닮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유대인 엄마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집안 책꽂이에서 잡지나 흥미 위주의 책들을 치우고 묵직한 고전으로 채운다고 해요. 아기 두뇌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 프로그램을 최고의 것으로 세팅하려고 명문장과 명시, 고전문학, 철학책 등을 구비해두고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읽어주는 거죠.” 그가 미국에서 유대인 엄마들에게서 들은 유아교육법의 핵심은 아기가 어릴수록 명시와 고전을 많이 들려주라는 것. 말하기 실력을 늘려주는 비결 두 번째는 부모 자신이 아이의 좋은 언어 모델이 돼주는 것. 그는 아이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얼핏 보기에 정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말 버릇처럼 고치기 힘든 습관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또한 아이들 앞에서 저급한 말로 부부싸움을 하는 것도 삼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정숙씨 제안! 언어두뇌 발달 위한 실천법
1. 아기 뇌, 언어로 밑그림을 그린다 | 영아기에 입력된 단어는 평생의 어휘 능력을 결정한다. 재롱피우는 수준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고 세련되고 좋은 문장을 들려줘야 아이의 어휘 능력이 틀을 잡는다. | 2. 아이의 좋은 언어 모델이 되라 | 아이는 엄마를 통해 말을 배운다. 엄마가 나쁜 말, 틀린 표현을 쓰면 아이의 언어감각 또한 뒤틀리게 된다. 아이 앞에서는 좋은 말만 들려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 3. 말을 가지고 같이 놀으라 | 하루에 한 번씩은 말잇기 놀이를 같이 해주고, 형제나 친구끼리 낱말 카드 놀이를 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TV를 보며 출연자들의 ‘틀린 말 찾기’ 놀이를 같이 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 4. 책 읽기로 단어와 문장의 개념을 각인시키라 | 장난감에 익숙해지기 전 책을 장난감으로 주고 부모가 자주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 5. 질문으로 어휘력을 향상시키라 | 아이의 기발한 질문은 질문으로 대응하고, 단순한 생각은 질문으로 사고를 넓혀준다. | 6. 유사어를 하나로 묶어서 이해시키라 | 단어는 원형과 변형을 연결해 익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형용사로 ‘빨갛다’는 원형을 알려준 뒤 유사어인 ‘붉다, 검붉다, 붉으죽죽하다’ 등 앞뒤로 다른 말을 붙여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파노라마처럼 알려주면 아이는 언어의 변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문화와 역사책을 많이 읽히는 게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 7. 쓰기로 언어능력을 완성하게 하라 | 일기 쓰기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잘 배려하고, 일기에 좋은 말을 한마디씩 인용하도록 유도한다. | 8. 외국어는 언어가 아닌 문화로 익히게 하라 | 영어학원 보낼 돈 있으면 해외여행을 시키는 게 낫다. 해외 여행지에서는 가급적 아이에게 물건을 사보게 하고, 아이에게 길잡이 노릇을 맡겨본다. | 9. 국어에 익숙해진 후 외국어를 가르치라 | 외국 동화는 외울 때까지 읽게 한 후 원서로 보게 하는 편이 좋다. 단어는 문장의 맥락에서 익히게 하는 게 정석이다. | 10. 발표의 자신감을 길러주라 | 기회만 닿으면 아이를 무대에 세우고, 발표 후에는 반드시 좋았던 점을 말해준다. 또 3분 스피치 훈련으로 발표력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Part 3_ 두 아이 영재로 키운 시인, 서석영의 말 일기 교육법 “일기 못 쓰는 영유아기, 말 일기 대신 써주면 아이 머리가 일찍 깨요” 말하기, 읽기, 쓰기는 국어교육에서 가장 강조되는 세 항목이지만 콩나물 시루의 교육현장에선 오직 읽기만이 강조됐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교육 여건이 개선되면서 논술을 중심으로 한 쓰기 교육, 또 최근에는 발표 수업이 많이 이뤄지면서 말하기 교육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말하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게 현실. “영어 유치원이다, 뭐다 외국어도 조기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 말에 대한 개념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어까지 가르치면 오히려 아이들이 혼란 상태에 빠져요. 우리 말에 대한 훈련이 잘되면 외국어를 배울 때도 보다 쉽게,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서석영씨(47)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름의 교육법을 정리, 이미 지난 2004년 ‘영어 1등은 초등학교 때 만들어진다’ 등의 책을 내기도 했다. 영문학 전공자인 그는 어린 딸들을 학원에 안 보내고 직접 가르친 노하우를 이 책에 소개, 화제를 모았는데 당시 그는 ‘한글을 가르쳤던 노하우를 살리면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학부모에게 던졌다. 실제 그의 큰딸 최원양(20)은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서울대 약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며 중학교 2학년인 둘째 딸 최영양(14)은 영재교육원에 선발될 정도로 학업성적이 우수하다. “어린 시절, 우리 말에 대한 개념을 일찍 잡아준 덕에 대여섯 살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데 큰 무리가 없었어요. 초등학교 때 영어같이 비중이 큰 과목을 해결해주면 중고등학교 때 편해지는 거죠. 다른 과목에 그만큼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으니까요.” 큰딸 최원양은 외고가 아닌 과학고를 갔으나 이미 어린 시절부터 영어 실력이 출중했고, 중학생인 둘째 딸 최영양도 영어를 무척 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어린 시절, 두 자녀의 언어교육을 어떻게 시작했을까? 엉뚱하게도 그는 ‘말 일기’ 노트를 펼쳐들었다. “아이가 글을 배워서 일기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두 살, 세 살 때 아이들 하는 말을 들어보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그 예쁜 말들을 그냥 흘려보내는 게 너무 아까워서 그냥 적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말을 적어서 며칠 후 읽어주니까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엄마, 엄마, 나 그때 그랬어’ 하고 다시 신명나게 이야기를 엮어내고, 나중에는 문자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더라고요. 자기가 했던 말들이 문자라는 수단을 빌려 남겨진다는 게 신기했나봐요. 자기 혼자 노트에 이상한 문자 같은 걸 만들어서 혼자 읽고 다니는 거예요. 아이가 문자를 배우고 싶어하니까 한글을 가르치는 것도 쉽고 빨랐고,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쉬워진 거죠.” 서씨는 아주 낡은 수첩 같은 것을 보여주는데, 그 한쪽에는 어린 시절 최원양이 써놓은 메모가 있다. 삼각형과 네모, 그리고 꼬불꼬불한 외계언어 같은 것이 빼곡히 적혀 있는 그 메모는 최원양의 첫 일기인 셈이다. 그는 자신이 딸들을 대신해 써온 ‘말 일기’와 말 일기를 통한 교육 노하우를 정리, 최근 ‘엄마의 선물 말일기’(영교 출판)를 냈다. 그녀가 공개한 말 일기는 말 그대로 어린 딸들의 말들을 별 다른 해석 없이 기록한 것인데 읽는 내내 폭소를 자아낸다.
시인 서석영씨가 일러주는 말 일기 쓰기 요령
1. 말하기 시작하는 2세부터 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7세까지 써준다 | 갓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어린아이들이 하는 말은 한정적이다. ‘엄마, 아빠, 밥 줘’ 등. 그런 말들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아이들이 문장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써주고, 아이들이 직접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 그만둔다. | 2. 말일기를 적겠다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깨지 말라 | 어차피 아이들이 하는 말은 단문이며 그걸 적겠다고 따로 펜과 노트를 준비해둘 필요는 없다. 그때그때 아이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나중에 적어준다. | 3. 간단한 상황과 말만 기록한다 | 자세하게 설명을 붙여놓을 필요는 없다. 간단한 설명과 아이의 말만 기록돼 있으면 훗날 들여다보면서 그때의 상황을 고스란히 기억해낼 수 있다. 의외로 어린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모든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훗날 이야기하면 엄마가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털어놓기도 한다.
1992년 6월3일 수(3년 3개월) ‘잘못 걸려온 전화’ | (따르릉 전화벨소리)/ “원아, 아빠 전화인가보다. 전화 받아봐.”/ “여보세~”/ (흥분된 얼굴로 수화기를 재빨리 건네주고는)/ “엄마, 전화 속에서 할아버지 목소리가 나와. 할아버지가 땅속에서 튀어나와 전화한 거야? 엄마, 내 말 좀 들어봐. 할아버지가 땅속에서 튀어나와 전화한 거냐고?” 1993년 4월17일(4년 1개월) | “엄마, 크면 이빨 저절로 빠져?”/ “으응.”/ “빠지려고 하면 빨리 쓰레기통에 가서 입 대고 있어야 해?”/ “빠지려고 하면 빼면 돼.”/ “그런데 또 어떻게 끼워?”/ “끼우는 게 아니고 빠진 데서 저절로 자라나.”/ “(쓰러질 듯 웃으며) 헤헤헤…. 우습다. 괴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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