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0% 급락 ... '재난지역'방불
핵심대로 368개 매장 현황
-호객행위 사라진 텅빈거리
-유네스코빌딩~ 사보이호텔
67개 매장중 35개 휴.폐업
-대형브랜드 직영점 많은데
-임대료 인하 세혜택 제외
-매출 추락 .높은 임대료 이중고
국내 중소 화장품 편집숍 A사는 최근 명동에 있는 총 6개 전점에 대해 휴업에 들어갔다. 입구에 붙은 '50% 빅세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적막감만 흐른다. 코로나19감염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임시 휴점이라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영업이 언제 재개될 지 알 수 없다. 외국인들이 김. 홍삼 등을 사기 위해 들르는 식품 마트는 15개 중 10개가 휴업.폐점(각각 8개.2개)한 상태다.
최대관광상권인 명동이 코로나19로 인해 붕괴 조짐이다. 매일경제가 국내 대표 유통업체 상권분석팀과 공동으로 명동 지역 주요 대로 상가 368개를 취재한 결과 주요 대로변 상권 휴.폐점률은 3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처리퍼블릭 플래그십스터어 매장에서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에 이르는 메인대로, 아디다스, ABC마트, 미샤, 애플매장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가 즐비한 이곳은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 대로변과 주요 골목길에 있는 매장(1층 기준) 176개 가운데 39개가 휴업 20개가 폐점, 공실 상태로 휴.폐점 비율(공실 포함)이 33.5%에 이른다.
명동 유네스코회관부터 사보이호텔에 이르는 또 다른 명동길, 이니스프리 명동커피 설빙 등이 모여 있는 이곳 사정은 더 처참하다. 매장 67개 가운데 30개가 휴업, 5개가 폐점.공실 샃태로 휴.폐점 비율이 52.2%에 이른다. 문 닫은 곳이 문을 열어놓은 곳보다 많다.
이처럼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명동 일대 사업체는 6770개(2019년 말)에 달한다. 이번 조사 취재한 곳은 대부분 대로 주변 1층 상권이기 때문에 그보다 상권 환경이 열악한 2층 이상 소재 점포와 골목길, 주변 점포 등은 상황이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대상 기준으로 최소 2100~3000개 이상 점포가 문을 닫았을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27일 현재 사실상 명동의 모습은 '준재난지역'이라 다름없다. 코노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명동은 경제적으로 초토화됐따. 매장과 길거리 노점은 문을 닫았고, 손님을 끄는 호객 행위도 사라졌다.
명동 업체 대부분은 지난달 매출이 90%까지 급락했다. 이들은 일하던 직원을 내보냈고 천정부지 임대료에 고통이 가중됐다. 대형 브랜드는 물론 소상공인과 직원까지 입은 타격은 다르지 않았다.
스트리트패션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올해 대로변으로 매장을 이전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 지난해까지 명동 골목길에서 매장을 운영했던 그는 올해 초 대로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 스트리트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외국인으로 북적이던 매장이 좁았기 때문이다. 좀 더 크고 눈에 띄는 매장에서 장사를 열심히 해보겠다는 그는 대로변에 새 매장을 구했지만 지금은 독이 됏따. 김씨는 "매출은 없다시피 하는데, 월 1억원에 가까운 임대료에 심신이 지쳤다"며 넋두리를 늘어놨다.
명동의 또 다른 대형 화장품 매장은 지난달 하루 매출이 100만원대에 그쳤다. 서울 시내 주택가 매장보다 못한 수준이다. 특히 문제는 임대료다. 임대료 고통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명동에서는 '착한 임대인'마저 찾기 힘들다며 입을 모은다. 착한 임대료 혜택을 받는 소상공인도 극소수에 그친다. 대형 브랜드 업체는 임대료 조정을 요청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나만 돈을 받으면 된다'는 식의 건물주 태도가 문제다, 명동 건물주 대부분은 임대업체의 임대료 부담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최고의 상권'이라는 특수성이 임대료 문제를 가중시킨다. 명동에서는 임대 계약시 '중도 해지'조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도 중간에 나가거나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피치 못해 중도에 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면 동일한 조건의 임차인을 직접 구해야 한다. 한 명동 상인은 "여름까지야 버티겠지만 연말에는 규모에 상관없이 망하는 곳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말이 돈다"며 "이게 무슨 말이겠느냐. 개인도 기업도 다 망할 것 같은 조짐이 느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도 크게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명동 주요 상권에는 대형 브랜드 매장이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지난 2월 말 정부가 내놓은 임대료 인하 대책은 소상공인에게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민간 부문에서 임대료 인하 시 인하분 중 50%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해주기로 했다.
서울의 또 다른 관광상권인 동대문.홍대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패션.뷰티 등 주요 매장의 3월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동대문 80%, 홍대 5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따.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같은 매출 하락 감소폭은 해당 지역 외국인 고객 비율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 매일경제 2020년 4월 28일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