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은 화이트데이입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지요. 하필 제 생일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제 생일은 늘 우울했습니다. 여자애들은 사탕 받을 생각에 제 생일을 잊어버리고, 남자애들은 여자친구에게 사탕 주느라 제 생일은 관심 밖이었습니다. 거기에 형 생일이 2월이어서 집안 분위기상 생일상을 기대하지도 못했지요.
이스라엘에는 하누카라는 명절이 있습니다. 12월 25일인데요. 우리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날이어서 하누카가 이스라엘의 크리스마스쯤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하누카는 성경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수전절(修殿節)입니다. (수전절을 손 떠는 날로 오해했던 적도 있었지요.) 이날은 주전 164년에 빼앗겼던 성전을 회복하고 수리했던 날을 기념하여 지키는 절기입니다.
로마사를 보면 포에니 전쟁이라고 불리는 아주 중요한 전쟁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2차 전쟁부터 나오는 한니발이라는 장군이 로마를 유린해서 한니발 전쟁이라고도 부르는 전투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니발은 로마의 스키피오 장군에게 참패를 당하고 맙니다. 하지만 한니발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한니발의 조국 카르타고가 한심한 짓은 하는 바람에 진 거라 패장이 된 한니발로서는 오명에 해당하지요. 시리아의 왕은 이런 한니발을 전격 스카우트해서 로마와 전쟁을 하는데, 명장이기는 하나 이미 늙어버린 한니발은 한창 주가의 스키피오를 당해내지 못하고 역시 또 지고 맙니다.
이 일로 시리아 왕의 아들이 로마에 볼모로 잡혀갔습니다. 로마의 정책은 볼모를 학대하기보다 극진하게 대해줘서 친로마파로 만드는 것이라, 왕자가 제대로 세뇌 교육받고 친로마파가 되어 돌아가 시리아를 짝퉁 로마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시기에 시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집트가 반기를 들었고, 이를 평정하러 이집트에 간 이 친로마파가 로마 원로원의 꾸중을 받고 자기 집으로 되돌아가 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열 받은 이 친로마파는 돌아가는 길에 팔레스타인에 화풀이하고 가는데, 바로 이때 이스라엘 성전을 뺏긴 것입니다. 친로마파였던 탓에 이스라엘 사람들을 로마화하려고 무리하게 유대교를 금하고 율법을 폐기하고 제우스를 섬기게 했던 것이지요. 이 시기가 주전 167년입니다. 이스라엘 인류(16)의 치(7)욕스런 날입니다.
이 친로마파가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입니다. 안티오쿠스는 아빠 이름을 받은 것이고, 에피파네스는 로마에서 받은 이름으로 ‘신의 현현’이라는 뜻입니다. 이 왕이 얼마나 꼴통 짓을 했던지 당대 사람들은 에피파네스(신의 현현)라는 이름 대신 에피마네스(대충 ‘미친놈’이나 ‘꼴통’이란 뜻)라는 별명으로 불렀다고 하네요. 에피파네스의 꼴통 짓 중 하나가 바로 성전을 제우스 신전으로 바꾼 일입니다. 제우스 신상을 세우고 그 앞에 돼지 제사를 지내고 돼지 피를 성전에 뿌려버린 것입니다. 이날이 12월 16일이었고, 꼴통 에피파네스의 생일은 12월 25일이라 매년 12월 25일이 되면 이 같은 돼지 제사를 지낼 것을 명령했지요.
이런 꼴통 짓이 마카비 가문으로 하여금 제대로 열받게 하면서 마카비 혁명이 일어납니다. 마카비는 게릴라 전술에 뛰어난 능력을 나타내며 3년간의 전투 끝에 성전을 탈환하고 재봉헌하게 됩니다. 그것도 딱 만 3년 만에 말이지요. 그래서 제우스신에게 돼지 제사를 지내야 하는 날인 12월 25일에 성전을 수리하고 하나님께 봉헌하게 됩니다. 이날을 기념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누카라는 명절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크리스마스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날입니다.
에피파네스에게 당할 때는 무기력하더니 성전을 치니까 분노가 일어서 어마어마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스라엘을 보고 후에 헤롯은 성전을 이용해서 이스라엘을 어르고 달래는 정책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헤롯 성전이 되었지요.
마카비가 성전을 수리할 때 성전 안에는 등을 밝힐 기름이 하루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불을 켜니 기적처럼 8일간 불을 밝혔다고 해서 수전절을 8일간의 축제로 지키며 집마다 불을 켜두는 관습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수전절을 빛의 날이라고도 합니다. 바로 이 빛의 날이라는 개념에서 예수님과의 연관성이 생기는데, 예수님이 수전절 즈음에 하신 말씀이 “내가 세상의 빛이다”라고 하셨지요. 우리의 크리스마스도 대림절부터 초를 밝히는 전통이 있는데 이것이 하누카와 크리스마스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성전으로 비유하셨던 적이 있고, 예수를 믿는 무리가 바로 성전임을 가르친 사도들의 전승도 있어서, 하누카와 크리스마스가 비슷해 보입니다.
하누카는 시리아 왕이었던 친로마파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의 생일과 관련이 있는 절기입니다. 공교롭게도 예수님의 생일과도 겹치네요. 제 생일은 화이트데이인데 에피파네스는 크리스마스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