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80 화암(畵岩) 8경(8수)
제1경 화암약수
제2경 거북바위
제3경 용마소
제4경 화암동굴
제5경 화표주
제6경 소금강
제7경 몰운대
제8경 광대곡
* 강원도 정선군 화암리 일대에 소재하는 경승지 여덟 군데를 말한다. 최근 변경돼 제6경 신선암을 빼고, 대신 제8경에 광대곡(廣大谷)을 넣었다.
제1경 화암약수(畵岩藥水)
송학도(松鶴圖) 멋들어진 절벽 밑 감로천(甘露泉)
일월(日月)도 군침 흘린 저 붉은 빛 톡 쏘는 맛
과객은 한 모금 마셔 신선되어 난다네
* 강원도 정선군 동면 화암리 국민관광단지(1977년 지정) 입구. 오른 쪽 계류 변에 있는 기포 샘이다. 상하 두 곳 있으며, 탄산수로 붉은 빛이 약간 감돈다.
제2경 거북바위〔龜岩〕
두 눈은 멀뚱멀뚱 창천(蒼天)이 그리운가
북녘은 네 땅이니 슬금슬금 기어가서
껍데기 훌렁 벗고선 일광욕을 즐기렴
* 현무(玄武); 수신(水神). 북방의 수호신으로 거북과 뱀이 얽힌 형상. 북쪽은 물, 검은 색, 지(智), 신장 등을 상징한다.
제3경 용마소(龍馬沼)
잠룡이 떠오르니 검푸른 소 회오릴다
투레질 고고성(呱呱聲)에 강바위 갈라지고
퍼드덕 날개를 펴서 구만리를 솟구쳐
* 잠룡(潛龍); 물속에 잠겨 있어 아직 떠오르지 못한 용. 흔히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영웅을 뜻한다. 용마는 물에서는 용이었으나, 승천할 때에는 날개 달린 말로 변한다.
제4경 화암동굴(畵岩洞窟)
광맥이 끊어지니 고드름 종유굴로
붉은 폭(瀑) 쏟아지고 산만 한 황금석순(石筍)
반향(反響)은 오페라 유령 환몽(幻夢)에 든 내 임아
* 1922년부터 1945년까지 왜정시대 때 금을 캤던 ‘천포광산’으로 연간 순금 22,904g을 생산하는 국내 5위의 금광이었다. 금광굴진 중 발견된 천연 종유동굴과, 금광갱도를 이용하여 <금과 대자연의 만남> 이라는 주제로, 개발한 국내 유일의 테마 형 동굴이다. 천연 종유굴은 2,800㎡규모의 광장이고, 관람길이는 총1,803m로서, 전체 관람구간은 5개의 장, 41개 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람 소요시간은 1시간30분 정도이다. 4억~5억 년 전의 고생대 조선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동양최대의 붉은 유석(流石) 폭포, 높이 8m에 둘레 5m의 대형석순 등 볼거리가 많다. 강원도 지방기념물 33호(1980. 2. 25)로 지정되었다.(대한민국 구석구석 수정보완)
* 당시 자료가 빈약하여 2017. 4. 9 다시 지었다.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제113쪽에 수록된 처음 시조도 병기한다.
세월을 반죽하여 여근으로 빚었구나
공알을 슬쩍하다 조물주에 들켰거늘
꿀 먹은 벙어리마냥 홍당무가 되었네
註; 여자의 생식기에 숨은 씨 모양(음핵). 이를 닮은 진짜 종유석을 딸 것인가? 동굴전체를 여근으로 생각하여 상상 속에 교합하는 걸까?
제5경 화표주(華表柱)
다북솔 향 좋다만 산작약(山芍藥)은 한결 짙어
뭇바위 침묵해도 꽃바위는 벌을 끌고
우뚝 선 진홍빛 자태 군방(群芳) 으뜸 아니랴
* 화표주는 산작약(산함박꽃)을 많이 닮아 복스럽게 생겼으며, 절벽바위 주변에는 다북솔이 많다. 군방은 향기 나는 여러 가지 꽃들을 뜻한다.
제6경 소금강(小金剛)
풍악(楓岳)이 따로 있나 여기는 작은 봉래(蓬萊)
옥류(玉流)는 굽이치고 낭떠러지 까마득해
기경(奇境)에 홀린 나그네 도끼자루 썩느니
* 금강산의 가을 이름은 풍악산이고, 여름 이름은 봉래산이다. 이곳은 격류와 강안(江岸)절벽이 어울린 절경지로, 38번 국도를 따라 그림같이 펼쳐지는데, 흔히 ‘정선소금강’이라 부른다.
제7경 몰운대(沒雲臺)
고송(孤松)은 눈을 감고 백로(白鷺)는 한가론데
동대천(東大川) 물보라에 구름이 잠기건만
천렵(川獵)에 미친 소년은 벼랑 끝을 맴도네
* 동대천을 끼고 있는 절벽 즉, 몰운대는 화암8경 중에도 특히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암반 위에서 운치를 풍기든 300년 된 소나무는 아쉽게도, 1990년 말경 고사(枯死)하고 말았다. 동대천은 석회석 물이 녹은 코발트 빛깔로, 물보라 치는 광경이 정말 눈부시다. 몰운대 밑 여름철에 천렵하는 아이들과, 벼랑 끝에 맴도는 구름은 한 폭의 동양화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제8경 광대곡(廣大谷)
광대(廣大)에 빠져들면 남몰래 신선놀음
용소에 목축이니 유곡(幽谷)은 접입가경(漸入佳境)
심신을 정결히 해야 속내 전부 보여줘
* 몰운리에 있는 계곡으로, 몰운대를 지나 왼쪽으로 접어들어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나타난다. 12용소를 비롯해 바가지소·골뱅이소·영천폭포·촛대바위 등이 유명하고, 특히 가을 단풍이 볼만하다(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하늘과 구름과 땅이 맞붙은 신비의 계곡으로, 태고적부터 부정한 사람들이 함부로 출입하는 것을 금하는 전설이 있다. 금기시(禁忌視)하는 개고기를 먹고 입산하면, 모든 나뭇가지가 뱀으로 보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부상을 당하는 예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탐승에 앞서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라”는 뜻일 게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발췌수정-한국관광공사 제공)
* 졸작 산악시조 후음 제89번 ‘묘기 부린 광대’-광대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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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화암8경 제110~117면. (주) 도서출판 삶과꿈 발행(2002. 5. 10).
* 그 후 화암8경 변경으로 제6경 ‘신선암’을 빼고, 대신 제8경에 ‘광대곡’을 넣었다(2017. 4. 9). 참고로 그 시조도 소개한다.
제6경 신선암(神仙岩)
청류에 손 씻으니 선인(仙人)이 오라하네
대작타 화답하다 나도 몰래 취해 졸다
황혼 쯤 깨어나 보니 흰 바위만 내 곁에 (註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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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저 풍치시조집 『명승보』 제10번 화암8경 79~83쪽 참조.
* 졸저 『山窓』 산악시조 제2집 110~117면. 2002. 5. 10 ㈜도서출판 삶과꿈.
첫댓글 제1경 화암약수--->해와 달조차 탐낼 만큼 귀한 약수를 시각과 미각,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점이 인상적이어요~ 저 역시 지구별 여행자의 입장에서 이 약수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속세의 모든 근심을 잊고 신선이 되어 하늘을 나는 듯한 해방감과 환희를 경험할 거 같아요.
네! 약수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제2경 거북바위--->슬금슬금, 훌렁, 일광욕이라는 익살스러운 상상으로 현무의 위엄과 거북이의 해학을 대비시킨 게 인상적이어요. 장엄한 신화적 상징을 친근한 풍자로 풀어내는 상상이 유쾌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재치가 재밌어요.
거북바위! 멋 있습니다. 고맙습니디.
제3경 용마소--->깊은 용마소에 잠들어 있던 잠룡이 마침내 깨어나는 순간, 물속의 용은 용마로 변해 구만리를 향해 힘차게 솟구쳐 오릅니다. 더 이상 숨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마침내 자신의 때를 만나 세상을 향해 비상하는 영웅이 되었네요. 문득 제 삶에도 그런 용마소 같은 시간이 과연 올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아직도 물속에서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힘을 기르는 시간일까요? 사실 비상은 남보다 먼저 떠오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준비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용마소! 하하 호경필 아우 님도 노년에는 용마로 변합니다. 고맙습니다.
제4경 화암동굴--->사람이 찾았던 황금은 언젠가 바닥나는 유한한 보물이지만 자연이 빚어낸 황금은 수억 년의 시간을 품은 영원한 보물이 되었네요. 욕망의 황금과 자연의 황금은 역시 다릅니다. 황금은 땅속에서 캐낼 수 있지만 진정한 보물은 시간 속에서 빚어지죠. 황금을 찾아 들어간 천포광산에서 결국 발견한 것은 황금이 아니라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 시간은 자연이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오래되고도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까요?
회암동굴! 참 운치 있지오? 맞습니다. 대자연 자체가 보물입니다. 고맙습니다.
제5경 화표주--->다북솔의 향기도 깊지만 결국 벌을 불러 모으는 것은 산작약의 향기였습니다. 향기는 붙잡을 수 없지만 가장 멀리 퍼지고 아름다움은 소리치지 않아도 스스로 사람을 끌어 옵니다. 그래서 진정한 품격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향기를 지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삶도 산작약처럼 은은한 향기로 누군가의 발걸음을 잠시 머물게 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황금은 사람을 모으지만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모으죠^^
화표주! 꽃을 닮은 일종의 기둥바위이지오? 좋은 비평입니다. "향기는 사람을 모이게" 합니다. 고맙습니다.
제6경 소금강--->어느 산이든 이름이 명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을 마주한 사람의 감동이 명산을 완성하는 거 같아요.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몰랐던 것은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세월보다 더 소중한 아름다움 속에 머물렀기 때문이죠. 저의 인생에도 이런 소금강 같은 시간이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잘 살아온 삶이 아닐까 싶네요^^
네! 좋습니다. 우리가 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는 건, 심미안이 있다는 뜻이겠지오? 고맙습니다.
제7경 몰운대--->고송과 백로, 구름과 물보라, 그리고 천렵에 빠진 소년이 모두 한 화면 안에서 움직이며 하늘이 물속으로 스며드는 신비로운 풍경을 그려 냅니다. 고요함과 생동감이 한데 어우러져 몰운대는 한 폭의 수묵 산수화가 되었어요.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벼랑 끝을 피하는 법은 배웠지만 그만큼 가슴 뛰는 설렘은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벼랑 끝을 맴도는 소년은 위험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가 아니라 나이가 들며 잃어버린 설렘과 호기심을 다시 찾아오라고 손짓하는 거 같아요^^
동감입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 아닐까요? 이제 설렘은 추억으로만 남습니다. 고맙습니다.
제8경 광대곡--->화암 8경에서 시인은 산을 오르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산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부터 닦으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산을 사람 위에 놓지 않고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로 삼고 있습니다. 용마소에서는 잠재된 가능성과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화암동굴에서는 욕망의 황금보다 시간의 보물을, 화표주에서는 드러냄보다 향기를 지키는 품격을, 소금강에서는 시간을 잊을 만큼 몰입하는 아름다움을, 몰운대에서는 잃어버린 동심을, 광대곡에서는 마침내 마음을 정결히 하는 수행을 이야기 했어요. 아름다운 풍경은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죠. 같은 바위를 보고도 어떤 이는 황금을 찾고, 어떤 이는 수억 년 세월의 흔적을 보고, 또 어떤 이는 그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봅니다. 산은 높이 오른 사람에게만 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운 사람에게 비로소 그 속내를 내어주는 거 같아요. 어쩌면 우리가 평생 올라야 할 가장 높은 산은 눈앞의 봉우리가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 쌓아 올린 욕망과 집착을 하나씩 내려놓는 수행의 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山은 '수행의 장' 환영합니다. 내 자신 부터 배우고 닦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