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곤리도'
어디서 봤다 했더니… 아름다운 노을지는 스마트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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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리도 언덕배기에서 바라본 섬 마을 전경. |
- 풍광 좋아 방송·영화 속 배경으로 인기
- 70세 이상 홀로노인 50가구 대상
- 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스템 운영
- 화재 등 비상상황때 자동경보 울려
- 화상통해 원격 진료 상담도 가능
경남 통영 삼덕항을 출발한 13t급 (정원 35명) 도선인 협동어촌호가 바다를 가른지 채 10분이나 됐을까,
배는 이내 곤리도에 다다랐다.
바닷길로 겨우 2㎞ 남짓 거리라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해 버린다.
통영의 섬 570개 가운데 육지와 가까운 섬 축에 든다.
가두리 양식장 어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올 만큼 이 섬은 가두리 양식장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의 모습이 고니 형상이라 해서 고니도, 곤이도로 불리다가 곤리도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 영화·방송 촬영지로 각광
섬에 내리자마자 영화 촬영세트인듯한 건물 하나가 보인다.
이 섬은 최근 개봉한 영화 '백프로'의 주 촬영 장소로 이용됐다.
영화는 도시에서 온 선생님과 순수한 섬마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폐교를 막기 위해 골프를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다소 엉뚱하면서도 다정다감하게 느껴진다.
2011년 초 촬영이 진행됐으나 제작비 문제 등으로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이달 들어 개봉했다.
영화에는 섬의 아름다운 배경이 곳곳에 등장한다.
정감있는 섬 풍광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로 다가온다.
섬의 한 가운데 지은 촬영세트인 막걸리 가게는 영화에 자주 나오지만, 촬영 이후 방치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곤리도는 또 모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인 '섬마을 쌤'이 촬영됐던 곳이기도 하다.
이 섬은 육지와 가까운 데다 풍광마저 뛰어나 최근 들어 영화·방송 관계자들이 많이 찾는다.
섬 마을 길을 따라 집이 형성돼 있고, 작은 어선들이 물결을 따라 출렁거리는 선착장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제격이다.
섬의 언덕배기에는 아담한 초등학교(산양초등학교 곤리분교)가 자리잡고 있다.
이 섬에는 5명의 학생들이 다녔다.
그러나 올해 2명이 육지의 중학교로 진학하는 바람에 현재 3명만이 남아 있다.
영화 '백프로'의 내용처럼 실제로 폐교가 되는 것이 아닌지 주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 경남 최초의 스마트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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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프로'에 등장한 섬마을 막걸리 가게 촬영세트. |
이 섬마을 주민과 학생들은 배를 타고 뭍으로 나가지 않아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방과 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섬에 도입된 유비쿼스트 시스템 덕분이다.
통영시는 지난 2012년 '지능형 홈네트워크 산업기반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이 곳에 '스마트 아일랜드'를 구축했다.
현재 섬마을 주민 중 70세 이상 홀로노인을 중심으로 50가구에
이 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가구별로 화재와 가스 누출 등 비상상황 발생 때 자동 경보가 작동되고,
마을 이장 스마트폰과 보건진료소로 실시간 상황이 전송된다.
섬 특성상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어려움도 해결됐다.
원격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노인들은 보건진료소에서 화상을 통해
통영노인전문병원으로부터 진료 상담을 받는다.
이 섬에서 가장 최신식 건물인 보건진료소의 역할은 대단하다.
노인들이 수시로 제집 드나들듯이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진료 상담은 물론 마을 주민 간 안부를 전하는 등
사랑방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어린 학생들은 서울에 있는 강사와 화상으로 만나 '양방향 방과 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섬이 '스마트해지면서' 육지와 연결된 셈이다.
통영시는 '스마트 아일랜드' 사업을 44개 유인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 외롭지 않은, 노을이 아름다운 섬
통영 삼덕항에서 오전 8시 첫 배를 시작으로 하루에 1시간 30분 간격으로 9회 편도 운항하는 도선이
육지와 연결되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섬에는 70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70대 이상 홀로노인들이 많다.
젊었을 때 어선어업을 영위했으나 나이가 들면서 자식들은 섬을 떠나고 혼자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는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가두리 양식장이 섬의 모든 수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마저도 지난해 적조로 인해 성장 중인 어류가 대량 폐사하면서 아픔을 겪었다.
섬 앞바다에 떠 있는 대규모 가두리양식장은 섬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노을이 아름다운 섬'으로 이름난 이 곳은 결코 외롭지 않다.
쑥섬, 가마섬, 소장군도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형상으로도 그럴뿐 아니라
섬 곳곳이 낚시 포인트라 낚시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곤리항 방파제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감성돔·참돔·볼락 등 다양한 어종이 올라 온다.
섬을 방문하면 곳곳에서 낚시꾼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영화·방송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탐방객들도 늘고 있다.
# "떠나는 섬 아닌 돌아오는 섬 만들 것"
■ 김광곤 곤리도 이장
- 3명 학생있는 분교, 폐교 대신 활성화
- 곤리도 둘레길 조성하면 관광명소 자신
곤리도의 김광곤(60) 이장은 이 섬의 '안전 지킴이'로 통한다.
'스마트 아일랜드' 특성상 섬에 살고 있는 홀로노인들의
안전을 일차적으로 책임 지고 있어서다.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 실시간 상황이 그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되지만,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경보음이 울리지 않기를 하루하루 기원하며
살아가고 있다.
김 이장은 곤리도에서 태어나 줄곧 이 섬에서 살고 있다.
100여 명의 주민 중 그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은 한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어선어업을 하다 정리하던 차에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이 이장을 해야 섬이 발전할 수 있다'는
주위의 적극 권유로 2007년부터 이장을 맡고 있다.
그가 이장이 된 이후 섬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마을을 깔끔하게 정비하고 '스마트 아일랜드'를 도입했다.
하지만 갈길은 아직 멀다.
김 이장은 기존 오솔길 정비를 통한 '곤리도 둘레길'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숲이 너무 우거져 섬을 한바퀴 둘러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1시간 가량의 탐방길이 정비되면 섬 비경은 물론 욕지도와 사량도까지 조망할 수 있는
또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듯 했다.
김 이장은 "떠나는 섬이 아닌 찾아 오고 싶은 섬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몇번이나 강조했다.
또 3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 분교는 폐교를 시킬 것이 아니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폐교가 되면 어린 학생들은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간 뒤 버스를 이용해 학교로 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풍랑이라도 거세면 결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섬에 살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이 자식 교육 때문에 섬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김 이장은 "내년에 학생 3명이 입학할 예정"이라며
"섬을 살리기 위해서도 폐교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