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날이 더워 평양 냉면으로 저녁을 때우려고 우연히 들린 냉면집에서 아주 오래 전 일이 생각이 났다. 날이 더워 냉면을 먹겠다는 건 핑계이고 실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냉면을 좋아 했던 그 사람 생각이 나서..
1023. 냉면(소설)
처서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덥다. 도대체 언제나 날이 풀리려는 지?! 언젠가 날이 요즈음처럼 덥던 가을에 평양 냉면을 먹겠다고 인사동 골목 길 건너 파고다 공원 끝에 있던 싸구려 냉면 집인 유진식당을 다리가 아파서 쩔뚝 거리는 그 사람을 대리고 간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 그 사람이 "멀리 갈거다!" 라고 한 말이 문득 생각이 났다. 난 그 때 어리석게도 " 어디 광주?!, 제주도?!, 오끼나와?!" 라고 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이 멀리.. 아주 멀리 간 후에야 그 '멀리' 란 말이 무슨 말인 건지를 알게 됐다. 지금 것 마음 속 깊히 담아두었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고 한 말도..
그 후 지금까지 난 그 때의 나의 무지함에 대해 화를 내고 있다. 그것도 아주 무척이나.. 더구나 명색이 의사라는 사람이.. 물론 그 때도 내가 의사였었는데.. 다리가 하나 없어도 괜찮았었는데, 굳이 다리를 안 짜르겠다고 고집을 피우더니.. 아무튼 그 후 어디 가서 절대로 내가 먼저 의사라는 말을 안 한다. 너무 내 자신에게 화도 났었지만 창피하기까지 했어서..
그 사람이 더운 걸 힘들어 해 평양 냉면을 좋아 했었는데.. 특히나 날 더운 요즈음 그 사람과 같이 먹었던 평양 냉면 생각이 새삼 난다. 그 좋아하던 평양 냉면이라도 싫것 사줄 걸.. 하는 후회가 아직까지도 들고.. 뭐 그 때는 집을 사겠다고 그 사람이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저녁으로 평양 냉면을 먹는 내내 내가 냉면 육수를 마시는 건지 눈 물을 마시는 건지.. 후후!
글. 고 사리 |
첫댓글 이 가을엔 소설 꼭 완성하세요!
냉면은 단막극으로 하면 딱 좋을 듯이요. TV문학관 기분 살려 허름한 냉면집에서 종이에 써 붇힌 벽에 걸린 메뉴판이 낡아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비라도 내리는 우중충한 가을 어느 날에요... 촛점이 안 맞는 눈에 무언가를 허공에서 찾는 듯한 눈 빛으로.. 수염도 안 갂은 철 지난 옷을 걸친 기왕이면 아주 초라한 모습으로 ..
@고사리 아.... 기대하고 있을게요!!!
@종다리 기대는 마시는게.. 후후! 늘 역시나.. 라서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