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증조할아버지는 어디로 돌아가셨어요?★
유 세차 효증손 율 감소고우, 현증조고 학생부군~
(維 歲次 孝曾孫 律 敢昭告于, 顯曾祖考 學生府君~)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는 어디로 돌아가셨어요?
응 증조할아버지는 하늘나라로 돌아 가셨단다,,,,,,,,,,,,,,,,,,,,,,,,,,,,,,,,,,,,,,,,,,,,,,
아나로그 시대에 무슨 새똥 맞는 소리냐 하며, 타임캡슐을 타고 종가 집 안방으로 찾아가 할아버지와 손자 간의 대화 녹취록도 아닌, 설날 어느 시골 안방에서 있었던 대화이다.
인간 사회에 종교가 있고 신앙(信仰)이 있음은 사람은 죽어도 영혼은 살아 있음의 증표들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세시풍속에 양 명절(설날, 팔월 한가위 날)과 제일(祭日)에는 가장 주된 행사는 조상을 추모하는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를 지내면서 조상님들 생전의 음덕(蔭德)을 흠모(欽慕)하고 자손들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혈육의 장이다.
‘제사는 정성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말씀으로 겉 치례의 허울보다는 참신한 마음가짐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제삿날에는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집 안팎을 말끔히 청소하여 청결토록 했으며, 제사음식과 주과포혜(酒果脯醯)를 장만 할 때도 최상의 제품으로 선별구입하고 조리 할 때도 한치 어긋남 없도록 정성에 정성을 다하여 준비를 한다.
가세가 빈곤한 가정에서는 주과포혜의 준비가 안 되면 정한수 한 그릇이라도 온갖 정성을 다해 제사를 모셨다. 이렇게 제사는 동서고금 모두가 인간 영혼 존재를 전제로 한 의식행위이기 때문에 종교의 신앙적 행사로 대등소이하다고 본다.
나는 손자(구율)가 회임(懷妊)했을 때도 아버지 산소에 가서 간단한 주과포를 차려 놓고 조상님께 아뢰었다. 조상님들의 점지로 새로운 손(孫)이 탄생하여 가문의 대를 이을 동량(棟梁)을 주심에 감사하고 보다 더 좋은 동량으로 키워 가문의 영광을 지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뒤 손자(律)가 4세부터는 차례와 제사를 지낼 때는 꼭 축관(祝官)으로 배석시켜 서툴지만 축문을 읽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런데 금년(2017년 丁酉, 6세) 설 차례 때는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는 어디로 돌아가셨어요?” 하며 당돌한 질문을 하였다. “응, 증조할아버지는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단다.”라고 하니 무엇을 생각했는지 차례상의 촛불과 나의 얼굴을 동시에 바라보고 다문 입술을 보이면서 알았다는 표정인지 아직도 궁금하다는 뜻인지 나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