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은 봉은사 홍매화로부터 온다.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1200여 년
이 넘은 천년 고찰 봉은사가 그모습을 드러낸다.
매화당 앞에 청초한 매화가 가지가지마다 한껏
봄을 알리고 있다.
천리를 간다는 매화향.
옹골차고 야무진 매화꽃망울이 나대지 않고 조용
한 자태로 빛을 발하고 있다.
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오색전등이 대웅
전 앞마당을 채웠구나.
질서정연한 오색전등 위에 걸린 ‘대웅전’ 편액은
추사 김정희가 쓴 것이다.
대웅전 글씨는 추사 김정희 쓴 것.
스님들의 공부방인 ‘다래헌’은 법정스님이 〈무소
유〉를 집필한 곳이다.
법정 스님이 '무소유'를 집필한 '다래헌'
베스트셀러가 된 ‘무소유’에 나오는 다래헌 이야
기가 바로 여기를 말한다.
1856년(철종7)에 영기 스님이 새긴 〈화엄경수
소연의초〉등의 경판을 봉은사에 안치하기 위해
지은 ‘版殿판전’
이 현판은 조선후기 문인서화가 추사秋史 김정희
金正喜(1786~1856)가 쓴 것이다.
추사 김정희가 직접 쓴 '판전'
김정희는 1852년 북청의 유배지에서 풀려난
뒤 과천果川에 있는 과지초당瓜地草堂 에 머물
렀는데, 그곳에서 봉은사를 왕래하다가 1856년
10월 10일에 별세하였다.
이 현판은 그가 별세하기 사흘 전에 썼다는데
굳센 필세를 드러낸다.
말미에 ‘칠십일과병중작(七十一果病中作, 71
살 과천 늙은이가 병중에 쓰다)이라고 낙관한
장면에선 왜 코끝이 찡하지.
꾸밈이 없는 글씨에서 김정희 말년의 청정무구
淸淨無垢한 심상을 엿볼 수 있다.
대웅전 뒤에 샛노란 산수유가 톡톡 꽃망울을 터
뜨리고 있네.
빌딩 숲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
는 산수유는 봄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는다.
봉은사에서 가장 유명한 홍매화.
꺄, 만개했구나.
홍매화 한 그루와 우리 전통의 ‘영각’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는구나.
천재 바둑기사 오청원 선생이 얘기했지.
‘바둑은 조화라고’
서울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봄의 전
령사 홍매화를 대나무로 울타리 친 스님의 수도
처에서 내려다보니 너무 잘 어울린다.
왜 해마다 봄이면 많은 사람들이 대포 카메라를
메고 출사를 하는지 알겠구나.
영각 오른쪽 처마로 발걸음을 옮기니 축늘어진
능수홍매화 사이로 참새가 나를 내려다보네.
아, 예쁘다. 너무 예쁘다.
강렬한 핑크빛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시선 강탈.
봉은사는 지금 봄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