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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북불교를 사랑하는 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이암 전철호
저잣거리 9년 “불법은 생활 속에”
[인터뷰] 태고종 열린선원장 법현스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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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령 기자 | budgate@hanmail.net |
2005년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에 문을 연 태고종 열린선원(원장 법현스님). 개원법회 당시 삼천사 회주 성운스님이 “힘들다고 부처님 업고 도망가지 말라”는 염려를 내비칠 정도로 ‘맨바닥’이었다. 상가 건물 2층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 상인들은 재정비 사업이나 재개발만 손꼽아 기다리고, 손님들은 물건 사면 떠나기 바쁜 곳이다. 오죽하면 최근 열린선원이 내부 리모델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건물 주인도 “무엇하러 돈을 들이냐”며 타박 아닌 타박을 했다.
2일 열린선원에서 만난 법현스님은 “그래도 예전에 비해 법당이 많이 훤해 지지 않았느냐”며 웃음을 지었다. “건물이 오래 돼 벽이 기울었어요.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르지만, 당장 오늘 절에 오는 사람이 즐거워야 하지 않겠어요?”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시점이라 선원에는 노보살님부터 시민단체 관계자, 지역 국회의원 부인까지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법현스님은 이들에게 최근 펴낸 책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을 건네며 두런두런 사는 얘기를 이어갔다.
먼저 재래시장에 자리를 잡은 이유를 물었다. 법현스님은 “조용한 곳에서 이뤄낸 수행의 결과도 시끄러운 곳이나 여러 복잡한 관계에 얽히면 깨어지는 것이 다반사”라며 “수행이란 조용한 곳에서만이 아니라 복잡한 저자에서도 해야 한다는 뜻에서 50여년 된 전통시장 건물 2층에 전법도량을 내게 됐다”고 답했다.
시장에 사찰을 연 것만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운영 방침도 적잖은 파격이었다. 우선 음력 법회 대신 토요일, 일요일 법회를 중점적으로 열었다. 의례와 기도문을 한글로 바꾸고 신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일일이 뜻을 풀이했다. 명절에 술 대신 차를 올리자는 운동을 시작하며 명절차례 시연법회도 봉행했다. 신도 교육을 위해선 4개월 과정의 ‘열린불교아카데미’를 개설해 올해 19번째 교육생을 배출한다.
안으로는 사찰 운영체계를 갖추는 한편, 밖으로는 신도들을 찾아 나섰다. 가게 지키느라 자리를 뜨기 힘든 상인들을 직접 찾아가 인사하고 불서를 나눠주고 소소한 고민을 들었다. 지역사회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갈현2동 두레복지위원, 서울시 1000인 원탁회의에 마을 대표로 참여했다. 스님으로서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불교가, 스님이 지역을 위해 쓰이는 게 오히려 고맙다”고 답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 대화위원을 맡아 종교간 교류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는 스님이 이번에 발간한 책의 ‘추천의 글’을 통해 “스님이 계시는 태고종이나 불교만의 지평이 아니라 범종교적인 지평을 지니고 살아가는 삶의 역동 속에서 비록 종단은 다르고 세대가 달라고 참 진리로 나아가는 따뜻한 마음을 느낀다”고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포교 성공 노하우’는 결국 “열심히 오래 하는 것”이라는 법현스님의 요즘 고민은 ‘효율성’이다. “설법을 듣고 감화하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아요. 저만큼 법에 관심을 갖고 설법에 대해 고민하는 이도 드물다고 자부하지만, 뭘 사주고 도와주는 게 오히려 효과적이지 법으로 감화시키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불교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법회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열린선원의 법회는 법문을 포함해 2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앞으로는 1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스님은 “한글 의례가 표준화 되면 신도들이 이해하기는 쉬우면서 시간은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회비’를 도입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요즘 신도님들에게 ‘회비를 내라’고 말씀드려요. 사찰 운영이라는 것이 예측불가능한 부분이 많지 않습니까. 신도들은 전법과 삼보 호지를 위해 정해진 액수를 시주하고, 대신 사찰은 기도나 49재를 무료로 지내주는 것이지요.” 요즘 스마트폰에 주목하는 이유도 ‘효율성’ 때문이다. “SNS에 매일 한 편씩 글을 쓰고 있어요. 굳이 절에 오지 않아도 절 소식이나 법문을 듣는데 이만한 곳이 없지요. 이제는 스마트폰이 전법의 장이자 또 다른 ‘열린선원’입니다.”
열린선원과 법현스님은 ‘저잣거리 포교’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제2, 제3의 ‘법현’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현스님은 ‘교육’을 꼽았다. “태고종은 승가 기초교육이 보다 체계화 되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한글 통일 법요집을 편찬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의식이 바뀌지 않고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요즘 출가자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열린선원에서만도 지금껏 10명의 스님이 배출됐습니다. 결국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의지인 셈이죠.”
앞으로의 목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것”이다. 쉽고 재미있어야 마음에 남고, 마음에 남아야 삶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9년 전, 개원 법회 당시 내세운 열린선원의 비전은 ‘쉬운 불교 여는 도량, 바른 불교 닦는 도량, 밝은 불교 펴는 도량, 모두 함께 웃는 도량’이다. 여기에 ‘더 많은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하는 도량’이라는 바람을 덧붙여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