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역은 새마을호는 안 간다
백양사 역은 새마을호는 안 온다
빠르고 비싼 것은
백양사역 못 선다, 못 밟는다
백양사역은 내리는 사람
나를 포함해 두셋 또는 셋넷
백양사역은 타는 사람
나를 포함해 둘 또는 셋
그런 몇 번째 날
초봄 찬 눈발 옅게 흩는 날
잔광도 구름에 다 가린 늦은 오후
상행길 홈
백양사역은 휘, 휘
허, 허롭게 허, 허하게
오직 나 혼자를 세웠다
오직 나 혼자를 손님으로 받았다
여행가방을 늘여들고
아직 길다란 옷을 벗지 못한 나를
그때 나는
열차가 들어오려는 2, 3분의
짧은 사이를 기다린 것이겠지만
더욱 기다리고 싶었던 것은,
그래서 귀 기울이고 싶었던 것은
그래서 마음 깊이 보고
넓디넓고 조용한
백양사역의 모든 것
특히 사람의 그림자를 지운
백양사의 본래 얼굴
낮고 흐린 채색으로
무한히 정지한 듯 열린
건너 커단 산봉우리 멀고
서울도 멀고
장성호 지나지나 다녀온
고불의 백양사도 이젠 멀고
간섭은 없다
백양사역은 그처럼 조용하고
넓은 채,
무슨 놀라는 일도 다그친 채
강산의 무랑만 적막이 되어
나는 서서 밟는다, 짧은 2, 3분 사이
느리고 헐한 이 모든 노래를
길에서 벗어난 길의 사이 백양사역을.
첫댓글 호남선 백양사역
느리고 헐한
모든 노래를
밟고 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