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며, 또 영원히 함께 있으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사라지게 할 때까지 함께 있으리라.
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서까지도.
허나 그대들은 공존(共存)에는 거리를 두라, 천공(天空)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서로 사랑하라, 허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 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말라.
서로 저희의 빵을 주되, 어느 한 편 빵만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외로운 기타 줄들처럼.
서로 가슴을 주라, 허나 간직하지는 말라.
오직 삶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허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