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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일기
해가 갈수록 금연에 대한 인식은 높아가고 상대적으로 흡연자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건물의 한 쪽 구석에서 궁상맞게 피우던 것조차도 이제는 못하게 된 건물이 많아졌다.
담배에 붙는 세금은 다른 제품에 비해 얼마나 비율이 높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리 행사는 꿈도 못 꾸고 오히려 마약 복용자처럼 범죄자 취급을 당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지만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주석을 달자면 젊은 쥐에게 발암 물질을 투여하면 세포가 죽지만 늙은 쥐에게 투여하면 세포가 죽지 않고 암세포로 바뀐다고 하니 나이가 많을수록 담배가 더욱 해롭다는 이야기다.
피워보면 나이가 들수록 담배에게 밀리는 자신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누가 안 끊고 싶어서 안 끊나!
못 끊어서 피우지!
여러 차례 금연에 도전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한 사람들은 차라리 체념을 하고 금연에 성공한 사람을 향하여 "천년 만년 살아라! 독한 놈! 학같이 살아라!" 등 비아냥거리지만 마음은 편하지가 못하다.
시중에는 금연 보조제도 많지만 비싸기도 하고 성공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 그
래서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또 실패하면 어쩌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이 말장난일 뿐인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방법이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해 보자. 문제는 꼭 끊겠다는 마음이 있어야한다.
전에는 마음은 있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해서 실패를 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선 내 경험부터 이야기해보자.
제1막
1969년 3월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여 1988년 8월까지 19년 5개월간을 하루에 한 갑 가량을 피웠으며 술도 자주 마시는 편인데 1973년부터는 일 주일에 4∼5 일은 술을 마셨으며 대체로 폭음이고 술 마실 때는 피우는 양이 무한정이다. 그리고 피울 때는 필터 부근까지 피운다. 그러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으며 몸이 견디지를 못하여 담배를 피우면 헛구역질이 나는 횟수도 늘어갔다. 감기가 걸려 기침을 할 때도 담배는 계속 피웠으며 심할 때는 목에서 피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담배를 끊어야 되겠다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심하여 즉시 손이 담배로 갔다. 줄여보는 것은 일시적이고 오히려 그 다음에는 더 많이 피우게 되었다.
왜 이다지도 고통스러우면서 피우는 이유가 무엇이며 끊을 방도는 없는 가?
내 나름대로 해석을 내렸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일정량의 니코틴 성분이 혈액 속에 들어 있는데 심장에서 펌프질을 하여 피를 맑게 하니 시간이 흐르면 혈액 속의 니코틴 농도가 묽어져서 몸이 니코틴을 보충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신호에 응하지 않으면 정신적인 안정감이 무너져서 일을 할 때 실수를 한다든지 무엇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등 정서불안 증세를 보인다.
술을 마실 때는 알콜에 의해서 혈액순환이 빨라지니 니코틴 농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그만큼 담배도 자주 피워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예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은 피우고 싶은 욕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혈액 속에 니코틴이 아예 없다면 피우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인데 어떻게 하면 혈액 속의 니코틴을 제거할 수 있을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굉장히 많은 양을 한꺼번에 줄일 수는 있다.
혈액 속의 니코틴의 농도가 매우 묽으면 담배와 한 판 전쟁을 해 볼 만하다. 방법은 단식이다.
여기까지 읽고서 실망한 사람들은 인내심을 발휘하기 바란다.
돈은 한 푼도 안 들고 단식 기간도 매우 짧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도 모두 실패하였다.
눈만 뜨면 이불 속에서 엎드린 채로 담배부터 한 대 피우고 일어나며 내가 사무실에서 걸어가면 여직원들은 내가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불편해 했다. 왜냐하면 니코틴 덩어리가 지나가니 그 불쾌함을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르리라. 점심 시간에 식사를 주문하고는 또는 점심 먹으러 가면서 식사 전에 한 개피를 못 피울까 노심초사하며 급하게 연기를 빨아들인다.
제발 하루만 담배를 안 피울 수 있다면 나는 평생을 안 피울텐데.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단식이었다.
단식 첫째 날은 맹물만 마시며 할 일 다하고 담배도 피우고 싶은 만큼 피웠다. 처음 한 끼를 굶으면 마음은 각오가 되어 있지만 몸은 깨닫지를 못하고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럴수록 맹물만 먹여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 놈도 포기를 하고 방어 태세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몸이란 것이 참 신기하다.
그 때부터는 창고에 비축된 정부미를 방출하는 것이다. 이후 부터는 허기도 참을 만 하며 고통스럽지가 않다.
둘째 날은 그래도 내가 담배끊기로 결심한 대장부인데 사회적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조금 줄여봐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평소 같으면 어림도 없지만 하루를 굶고 나서는 참는 것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고 참을 만했다.
할 일을 하면서 하루 동안 반 갑을 피웠는데 여러분들은 가급적이면 휴가를 내더라도 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몸은 이미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비축된 에너지로 버티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식사 욕구라든지 그 외의 고통은 없고 평온할 뿐이다. 따라서 여러분은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며 만사가 귀찮으면 잠을 자도 좋은데 탈수 증세를 방지하기 위하여 물을 많이 마셔야 하며 반드시 생수를 마셔야 한다.
또한 물을 많이 마시면 니코틴의 농도를 묽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굶고 있는 동안 몸은 노폐물을 태우며 체중이 줄어들고 몸 속에 있는 니코틴도 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드디어 셋째 날.
오늘은 한 대도 안 피워야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담배는 참겠는데 옆에서 음식 냄새가 나니까 참기가 힘이 든다. 식구들은 식사를 해야 하니 그 시간에는 피하든지 자든지 해야 할 것이다.
첫날은 노폐물을 제거시키기 위하여 땀을 흘리며 운동도 했지만 지금은 힘이 없다. 그래도 산책 정도는 하는 것이 좋다. 숲 속에서 심호흡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드라이브를 한다든지 담배 생각을 안 할 수 있는 방법이면 무엇이든지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
오늘은 한 개피도 안 피운 역사적인 날이다.
내가 애초에 하루만 담배를 안 피우면 평생을 안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성공을 했다.
나는 오늘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넷째 날. 죽 한 공기를 김치와 함께 천천히 먹었다. 평소에 밥을 반 그릇 정도 밖에 못 먹었고 그것도 옆 사람들이 밥맛 떨어지게 겨우 먹었는데 지금은 꿀맛이다.
이토록 맛이 좋을 수가…
굶어본 사람만이 쥬스 한 잔의 위력을 알리라.
여러분들 중에서 밥맛이 없는 사람들은 쉬는 앞날의 점심부터 세끼를 금식하는 것을 일주일에 한 번씩 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보통은 토요일 점심부터 굶어서 일요일 아침까지 굶으면 노폐물도 상당히 제거되고 몸도 가뿐해지며 밥맛이 좋아진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금식후의 과식은 몸을 망치는 행위이니 삼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숟가락을 놓자마자 담배 욕구가 강하게 일어났다. 굶을 때는 금연이 쉬웠는데 곡기가 들어가니 다시 욕구가 꿈틀거렸다.
지금부터가 담배와의 진짜 전쟁이다.
그러나, 전에는 끊을 생각만 해도 담배를 더 많이 피웠는데 지금은 고통스럽긴 하지만 담배를 안 피우고 있잖은가?
내 자신을 대견스럽게 생각하며 버티었다.
이때 한의원에서 이침(耳針)을 맞아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가짜 담배를 입에 문다든지, 피우면서 끊는다는 금연 보조제를 이용하거나 그 외에 껌이나 과자 등을 이용하는 것은 실패의 확률이 높다.
무엇인가에 기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며 혹시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날 수도 있으니 미리 마음을 넓게 먹고 주변의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자꾸만 자신에게 관대해지려는 나약함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려는 비굴함과의 싸움이지만 첫째 날이 가장 힘들 것이다. 그러니 오늘을 잘 넘기면 내일은 오늘보다 수월할 것이다.
두 번째 식사와 세 번째 식사는 죽의 양을 점점 늘여서 먹었고 다음날은 삶은 죽밥을 먹었으며 셋째 날부터는 정상적인 식사를 했는데 예전과 달리 밥맛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확실히 둘째 날이 견디기가 쉬웠으며 날이 갈수록 점점 좋아졌다. 처음에는 식사 후에 나도 모르게 담배를 찾는다고 손이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녔다. 이제는 시간이 약이겠지만 몇 가지는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커피 같은 기호식품은 멀리하고 술자리 뿐만 아니라 사람 만나는 것을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서는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러느냐, 며칠이나 가는지 두고보겠다. 심지어는 담배를 권하기까지 하였지만 날이 갈수록 견디기도 쉬웠지만 불현듯 욕구가 치밀어 올라도 이때까지 안 피운 것이 아까워서라도 피울 수가 없었다.
특히, 화가 나거나 무슨 일이 꼬일 때가 어려운데 그 때는 처음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던 기억을 떠올려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으며 한 달쯤 지났을 때는 담배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금연은 성공이었다.
제2막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사람들은 나를 신기하다고도 생각했고 독하다고도 생각했다.
게 중에는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담배를 끊고 나니 목이 가깝하지도 않고 가래도 없어졌으며 무엇보다도 격무에 시달려 마칠 때쯤이면 몸이 파김치가 되든 것이 힘이 남아돌았다.
예전에는 체중 미달이었지만 담배를 끊은 후에는 식사를 제대로 하게 되어 몸무게가 정상이 되었다.
혹시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분들은 금연 후에 몸이 더욱 불어나면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 이러한 분들은 식사할 때 물기가 없는 음식이나 수분을 최대한 줄여서, 예를 들면 국을 안 먹든지 건더기만 먹고 물은 식사 전후 2시간 이후에 마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참조: 이상문 저 "밥 따로 물 따로")
술을 좋아하다 보니 술집에 자주 가게되고 같이 마시는 사람의 대부분이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니 나는 피우지는 않지만 항상 담배에 노출되어 있었다. 1990년 가을이 시작될 무렵쯤이라 생각되는데 어쩌다가 장난 삼아 술자리에서 담배를 피워 보았다.
옛날 맛있게 피우던 추억과는 거리가 먼 고약한 맛이라서 이내 꺼버렸다. 그리고는 담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한 두 대 씩 입에 물어도 다음날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는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차츰 차츰 담배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져갔다. 그러니 술자리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려 담배를 피워도 그 다음날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이쯤 되니 나는 담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지게 되었으며 술자리에서의 담배 피우는 양이 점점 늘어가더니 어느 날은 술자리에서 한 갑을 다 피웠고 다음날 아침에는 담배를 안 피우고는 못 견디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담배를 다시 입에 문지 6개월 여 만에 완전히 골초로 돌아서게 되었다.
끊었다가 다시 피우면 그전보다 훨씬 많이 피우게 된다.
이제는 한 갑 반이 기본이 되어 버렸다. 새로 담배를 피우면서부터는 예전처럼 연기를 목구멍으로 넘기지를 않는 소위 말하는 뽀끔 담배를 피웠지만 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해서 97년 여름까지 7년여를 또다시 줄기차게 피우다가 다시 끊어야 되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방법은 지난번과 같이해서 첫날은 굶으면서 혼자서 넓은 산소의 벌초를 다했다.
이제는 끊게 되면 어떤 경우에도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담배를 입에 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담배를 다시 끊었지만 처음 끊을 때는 한달 여 만에 담배 생각이 안 났지만 이번에는 2년 동안이나 담배 생각이 났다.
두 번째가 훨씬 어려웠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내 주변에서도 담배를 끊으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데 의사의 강력한 경고가 없는 경우에는 정말 힘이 든다.
절연을 한 사람들 중에는 한 두 대는 괜찮다며 피우는데 내가 말려도 피우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일단 끊었으면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담배끊기로 마음먹으면 며칠은 쉽게 안 피우는 사람은 정말로 담배끊기가 어렵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마음과 처절하게 싸워야 할 것이다.
담배를 안 사고 얻어 피우는 것은 담배도 못 끊고 추해 보일 뿐이다.
고비에서 쓰러지는 사람은 절대로 승리의 쾌감을 맛 볼 수 없다.
끊고 나면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해지며 몸에서 힘이 쏟는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인다면 단식은 3일만 해야지 그 이상을 집에서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니 4일 이상 단식을 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금연을 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여! 이제 이주일씨도 작고하셨습니다. 그분을 반면 교사로 삼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기원합니다.
2003년 가을에 두실
첫댓글 형님의 글 가슴을 마구칩니다. 저도 노력하리라 다짐합니다.
형님 대단하십니다..!! 몸소 살아가는데 모범을 보여주시니, 고개가 숙여집니다. 건강하십시요...^^*
형님...뵌지 오래네요...건강한 모습으로 산에서 뵙기를...^^*저도 조만간 금연운동에 동참할 예정 입니다^^*
감동 받았습니다~ 저희 아빠도 두실님처럼 끊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아예 끊으실 생각도 않으시니..에구구ㅠ.ㅠ 제 주변에서도 지금 금연때문에 고생하시는 사람이 있는데..., 못 피는 스트레스로 신경이 좀 예민해 진 것 같아요..그래도 넓은 아량으로 제가 참아야겠죠 *^^* 이글 프린터해서 줄려고 퍼갑니다~
묵고 싶은 것 묵고 죽을랍니다...
난 담배안펴요~~야호~!!
우와~~ 넘 길어요~~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담배피는 울님들 한번 시도해 보심이 어떤지....
정우 애비는 그리 힘들게 안 끊던디`~~ 지금 금연한지 8개월 넘었으니~~~ 두실님! 우찌 그리 힘들어서 어카니껴? 핫팅
열심히 도전 해봐야지...아자 화이팅!!!
헉 장문이당~ 도망가야쥐~ 휘리릭. 담배는 각종 암이나 청소년 임산부 등등등... 해롭답니다. 이참에 다들 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