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령 장편소설
140×200mm) |188쪽 | 값 14,000원
ISBN: 979-11-93599-31-0 (03810)
발행일: 2026년 5월 26일
■ 책 소개
이유도 모른 채 가해자가 되던 날
‘기억의 창고’가 열렸다!
비룡소·살림 문학상 수상작가 박하령 화제작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2016년 책따세 겨울방학 추천도서
청소년의 현재를 짚는 작가 박하령의 《기억을 빌려줄게》(전면개정판)가 출간됐다. 2016년 선보인 《기필코 서바이벌》을 새롭게 다듬은 이번 개정판은, 학교 폭력과 집단 심리라는 현실적 문제 위에 ‘기억’이라는 강력한 장치를 결합해 한층 깊어진 서사를 선보인다. 특히 온라인 공간 ‘기억의 창고’라는 설정을 통해 타인의 기억을 빌려 자신의 삶을 다시 구성하려는 주인공의 필사적 노력을 담아냈다.
주인공 장세란은 학폭 가해자라는 누명을 쓰고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오해를 벗으려 발버둥 치지만 몸과 마음은 더 깊이 가라앉는다. 진실을 쫓던 세란은 누군가의 행복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카페 ‘기억의 창고’를 발견하고, 타인의 기억을 빌려 무너진 하루를 견딘다. 세란은 누명을 벗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작품의 핵심 장치는 ‘기억의 창고’다. 이곳에서는 타인의 좋은 기억을 빌려와 자신의 기억처럼 체험할 수 있다. 따뜻했던 순간, 인정받았던 기억, 사랑받았던 감정들. 세란은 이 기억을 통해 현재의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지탱할 힘을 얻는다. 상처로 가득 찬 자신의 과거 대신 타인의 빛나는 기억을 덧대어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설정은 판타지적 위안에 머물지 않는다. 세란은 타인의 기억에 의지해 버티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결국 나아가야 할 방향은 ‘기억을 바꾸는 것’을 넘어 ‘진실을 직면하는 것’임을 깨닫는 것이다.
■ 출판사 리뷰
새싹회원 환영! 희망으로 등업!
온라인 카페 ‘기억의 창고’에서 되찾은 용기
“나는 절대 만만한 애가 아니다.”
장세란은 같은 반 친구 서하늬를 괴롭혀 전학을 가도록 만들었다는 누명을 쓴다. 전교생이 세란을 따돌리지만 당찬 세란은 비굴하게 굴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비난하는 말을 적어 잔뜩 쌓아둔 쪽지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운동장에 날리며 정면 승부를 예고한다.
하지만 ‘왕따’라는 엄청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함정에 빠지면 ‘여기가 끝일지도 몰라.’ 이런 생각이 들며 막막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제멋대로 웃자란 두려움이 우리를 꽁꽁 옭아매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 작가는 그럴 때 생각을 먼저 바꿔 보라고 말한다. 생각은 감정을 일으키는 원인이므로.
작품에서는 생각을 바꾸는 계기로 ‘기억의 창고’를 중심에 두고 서사를 전개한다. 이곳에서는 타인의 좋은 기억을 빌려와 마치 자신의 기억처럼 체험할 수 있다. 따뜻했던 순간, 인정받았던 기억, 사랑받았던 감정들. 타인의 좋은 기억을 빌려 쓰는 치유의 공간인 셈이다. 상처로 가득 찬 자신의 과거 대신, 타인의 빛나는 기억을 덧대어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세란은 이곳에서 자신처럼 상처를 가진 이들과 소통하며 힘을 얻고, 사건 뒤에 숨겨진 송윤미의 악의적인 함정과 친구들이 방관하는 이유를 하나씩 밝혀 나간다. 이 덕분에 작품은 단순한 학교 폭력 서사를 넘어 ‘기억과 정체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탐구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번 작품은 원작에서 두드러진 ‘강렬한 의지’를 계승하면서도, 인물의 내면 묘사를 보강했다. 무엇보다 《기억을 빌려줄게》라는 제목처럼 작품이 관통하는 핵심 주제인 ‘기억과 치유’의 과정과 가치를 선명히 드러냈다.
저마다 살아남으려는 고군분투
진정한 사과와 화해를 위하여
소설에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아남으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세란은 물론이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실을 외면하는 시영, 가족의 압박에서 도망치려는 하늬, 내면 깊숙이 숨어 버린 수림, 거짓말의 악순환에 빠진 윤미가 그렇다.
이 소설은 피재자의 ‘복수’에 집중하지 않는다. 인물 간 관계와 사건의 인과를 더욱 정교하게 엮어 가해와 피해를 넘어 진정한 사과와 화해로 나아간다. 그 사이사이 사라진 친구의 수첩, 삭제된 휴대폰 기록, 이니셜로 남겨진 단서를 쫓는 과정 같은 장치는 긴장감을 더한다. 가해자 송윤미, 피해자 장세란과 주수림, 그리고 방관자였던 이시영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고통을 울음으로 게워 내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박하령 작가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해피엔딩이 시작됨을 역설한다. 저마다의 곤란과 역경 속에서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새로우면서 발랄한 해법을 알려 준다.
《기억을 빌려줄게》는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에게도 묻는다. 지금의 나를 만든 기억이 나를 무너뜨리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기억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조용히 답한다. 타인의 기억은 잠시 나를 버티게 해 줄 수 있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내가 마주한 진실에서 나온다고. 더불어 작가는 힘주어 강조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으며, 우리는 부지런히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길은 찾은 사람의 몫이기 때문에.
■ 차례
사건의 발단
루비콘강을 건너다
로그아웃!
기억 덧대어 쓰기
세상 모든 비밀의 꼬리
골리앗을 위한 덫
누군가 해야 할 일
우리가 전진하는 이유
기억의 장례식
작가의 말
■ 줄거리
열일곱 장세란은 학폭 가해자 누명을 쓰고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오해를 벗으려 발버둥 치지만 몸과 마음은 더 깊이 가라앉는다. 진실을 쫓던 세란은 누군가의 행복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카페 ‘기억의 창고’를 알게 되고, 타인의 기억을 빌려 무너진 하루를 견딘다. 세란은 누명을 벗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빌린 기억’이 아닌, 자신의 감정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 본문 중에서
테라스 끝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내 손가락 끝을 박차고 허공을 활주로 삼아 종이비행기들이 하나둘씩 날기 시작했다. 천천히 허공을 선회하며 아래로 내려가는 종이비행기의 행렬이 나름 근사했다. 어둠을 가르고 부유하듯 지상으로 낙하하는 하 얀 종이비행기는 존재감도 제법이었다. 난 조용히 뇌까렸다. “뿌린 자, 그대로 거두리라.”
_p.24~25
‘혹시 저 안에 무슨 단서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내 심장은 대책 없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손은 그것들을 내 가방 속으로 좌표 이동을 시키고 있었다. 놀라운 순발력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치밀함도 있었다. 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그로부터 30분가량 떨리는 심장을 누르며 그곳에 더 있었다. 중간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고맙게도 그사이에 옆 침상에 계신 할머니의 문병객이 여럿 다녀갔으니, 혹여 분실 사실을 알게 된다 해도 내가 의심받을 확률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리고 병실에서 나오기 직전 예의 바르게 하늬에 게 양해도 구했다.
‘네 폰과 수첩은 내가 잠시 접수! 왜냐?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하니까! 언더스탠드?’
_p.33
“두 번째 기억 이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기억 이식이라니? 처음에 오탈자인가 했다. 아니면 의과 대학생들이 하는 카페에서 잘못 온 건가? 하여튼 기억의 창고라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한데 기억 이식이라니? 진작에 발견했더라면 궁금해 뒤져 보았을 텐데 즐겨찾기 목록에 없었기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전체 공지라는데 아무리 봐도 내용이 너무 황당무계하면서도 환상적이었다. 정체불명의 설렘이 내 안에서 뒤섞였다.
_p.54
“당당해져 봐. 네 잘못이 아니잖아!”
“그니까.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왜 그 고통을 혼자 껴안아야 한담?”
“이렇게 생각해 봐. 만약, 누군가 너에게 욕을 하는데 네가 받지 않잖아? 그럼 그건 그 사람 몫으로 남아 있는 거지. 넌 그냥 한 발짝 떨어져서 그걸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고. 선의는 마치 우산을 씌워 주는 것과 같아서 두 사람이 같이 비를 피하고 온기도 나누면서 그렇게 훈훈해지지만, 반면 잘못 배달된 적의는 네가 안 받으면 되돌아가서 보낸 사람이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물 폭탄 양동이 같은 거야.”
까만색 타르 같은 적의를 뒤집어쓰고 있는 아이들을 상상하니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_p.74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윤미를 긴장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었다.
“따질 필요가 없다니?”
“걔가 알아서 기어야 할 거야. 움츠리던 겨울은 끝났고 곧 공격을 개시할 거거든.”
“뭔 소리야?”
“겨울 다음엔 봄이라고.”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남기고, 나는 보란 듯이 내 폰을 열어 사진첩을 천천히 넘겼다.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을 짓던 희주는 고개를 빼고 내 폰을 들여다봤다. 마치 자신이 새로운 임무라도 받았다는 듯이.
_p.158
“그게 그런다고 없어질까?”
“완전히 없어지진 않겠지만 큰 도움이 될 거야. 나쁜 기억의 장례식을 우리가 치르는 거니까.”
“기억의 장례식?”
“응. 그러니까 윤미의 사과는 일종의 상징적인 거지.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서 윤미의 사과를 받고 안 좋은 과거를 태워서 묻고 그리고 우린 손을 터는 거야. 이제 끝! 이런 식으로.”
내 말에 한참 동안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리던 수림이가 또다시 두려움에 머리채를 잡혀서는 봉창을 두드렸다.
_p.179
■ 지은이 소개
박하령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2010년 「난 삐뚤어질 테다!」가 ‘KBS 미니 시리즈 공모전’에 당선되었고, 장편소설 《의자 뺏기》로 제5회 살림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로 제 10회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했으며, 《발버둥치다》는 ‘2020 서울시 올해의 한 책’에 선정됐다. 쓴 책으로는 《내 점수는 별 다섯 개》 《씁쓸한 사랑에 달콤한 해독제를》 《한판 붙을 결심》 《나의 스파링 파트너》 《숏컷》 《나는 파괴되지 않아》 《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 다》 《메타버스에서 내리다》 《굴러라 공》 등이 있다. 경쾌한 가운데 마음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