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름 쓰기 좋은 일이나 1년에 하루만으론 부족
오태규 언론인. 전 한겨레 논설실장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이 우리 문화의 자랑인 한글을 창제한 지 577돌이 되는 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텔레비전 수상기를 켜 보니, 다른 날과 달리 수상기 왼쪽 위편에 ‘KBS’ ‘MBC’ ‘EBS’라는 영어 이름 대신 ‘한국방송’, ‘문화방송’, ‘교육방송’이라는 한글 회사 이름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비로소 오늘이 한글날이라는 걸 눈치챘습니다.
이런 일은 MBC가 2018년 처음으로 그해 한글날에 문화방송이란 이름을 쓴 이래, KBS와 EBS도 따라가면서 유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이 한글날 하루만 하고 마는 ‘일회성 보여주기’ 기획 상품이라는 점입니다.
한국방송, 문화방송, 교육방송은 한글날을 기리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이런 기획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세 방송사를 빼고는 어느 방송도 이런 일을 하지 않으니 ‘역시 공영방송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글날 하루만 한글 이름을 쓰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위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글날에만 한글 회사 이름을 내보내는 것으로, 한글날을 기리기 위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려는 것이라고 봅니다.
한글날을 위한 일회용 기획은 처음엔 시청자와 미디어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은 일도 자꾸 반복하면 싫증이 나는 것처럼, 이런 일회성 기획은 이제 신선미를 잃었습니다. 오히려 한글날만 하는 이런 일은, 한글날을 제외하고는 한글을 중시하지 않아도 되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면도 있다고 봅니다.
좀 가혹한 평가인지 모르지만, 세 방송사의 한글날 일회성 기획은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 애초 한글날과 한글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기획을 했다면, 한글날 하루만 한글 회사 이름을 내보낼 이유가 없습니다. 한글은 하루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똑같이 중요합니다. 애초 한글의 중요성을 생각해 만든 기획의 취지를 살려, 앞으로는 이런 일을 365일 연중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배운 다음과 같은 동화가 생각납니다. 어떤 청년이 언덕에서 넘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언덕에서 넘어지면 3년밖에 살지 못합니다. 그 청년은 낙담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넘어지면 3년을 사니까 계속 넘어지면 3년씩 생명이 연장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질 때까지 그 언덕에서 넘어졌습니다. 그래서 청년이 오래오래 살았다는 얘기입니다.
한글날인 9일 인천시 연수구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찾은 시민들이 한글관을 관람하고 있다. 2023.10.9. 연합뉴스
엉터리 영어작명 MBC
이제 세 방송사도 그 청년처럼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침 지역 방송사인 <광주문화방송>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광주문화방송>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광주MBC’ 대신 ‘광주문화방송’이란 회사 이름을 1년 이상 내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10월부터는 한글 이름을 훈민정음체로 가다듬어 쓰고 있습니다. 매년 한글날을 즈음해 우리말 지킴이와 우리말 헤살꾼(훼방꾼)을 뽑아 발표하는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공동대표 이대로 등)이 이런 점을 높이 사, <광주문화방송>(사장 김낙곤)을 ‘2023년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선정했습니다.
사실 방송사의 국적 불명 영어 이름을 한글로 쓰자고 맨 먼저 주장한 사람은, 1976년 최초의 순 한글 가로쓰기 잡지인 <뿌리 깊은 나무>를 창간한 한창기(1936~1997) 씨였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영어 약자로 쓰는 방송사 이름은, 미국의 NBC(National Broadcasting Company)나 ABC(American Broadcasting Company)나 일본의 NHK(일본방송협회, Nippon Hoso Kyokai)의 영어 이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든 엉터리라면서 한글 이름 사용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의 문제 제기를 <광주문화방송>이 46년 만인 지난해부터 전면 수용한 것입니다.
한국방송, 문화방송, 교육방송도 한글날 하루만 일회성 보여주기로 하는 한글 이름 사용을, 내년부터는 연중행사로 확대하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우리 문화의 씨앗, 한류의 씨앗인 한글이 더욱 깊게 뿌리를 내려서 좋은 열매를 맺는 데 힘을 보태주길 바랍니다.
한글날 일회성 행사, 그것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잘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출처 : 왜 한글날만 한국방송·문화방송·교육방송인가?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첫댓글 왜 ~~한글날 에 대통령은 참석 안했을까?
1억6천만원 지원 받았는데 비오는 날 야외에서 비옷입고 행사했다네요.
그리고 어느 작은 행사장보다도 못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이 정부의 역사인식입니다.
뼈속까지 토착왜구 같습니다.
한국민의 정통성 ,창조성,특별성을 개무시하는 식민사관에 쩌든 골수 분자들이죠.
뉴스보고 한심해서 말이 안 나왔죠.
시류에 따라 움직이는 언론과 역사학자들은 침묵하고 있고요.
아~~ 그리고,
훈민정음을 달리 해석하신 강상범 작가님이 '궁상각치우' 소설을 창간하셨는데요.
그 분 말씀이 기존 역사학자들의 머리가 굳어서 (초기 외국학자의 인식과 시선) 그 변화와 해석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밥의 그 나물처럼. 한통속이 되어 화석처럼 굳어 버렸다네요.
도봉샘이 강의하신 고대 한국 땅에서 외국학자와 한국학자들이 협력해서 밝혀 낸 dna 구성과 민족의 이동과 지리
인가?( 잘 생각이 안 나네요. 유튜브에 나오는대요)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서울대 출신들의 편협한 역사관과 자료가 틀렸는데도 바뀌질 않는다고 하였죠
이것이 현실이죠.
기득권층이 계급과 토착세력화해서 변화를 안 만들죠.
우물 안 개구리 집단화해서요.
메기를 풀어 넣어야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