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테스탄티즘과 문해력 ]
1517년 독일의 비텐베르크에서 마르틴 루터는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판매 관행에 관한 학문적 논쟁을 호소하는 95개조 논제를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루터는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되었지만 그가 작성한 95개조 논제는 프로테스탄트 종교 개혁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루터의 종교 개혁을 계기로 탄생한 프로테스탄티즘(Protestantism)은 개인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성스러운 문서인 성경을 혼자 힘으로 읽고 해석해야 한다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루터는 라틴어로 되어 있던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했고 문해력과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설파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의 제후들이 프로테스탄티즘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학교가 세워지고 사람들의 문해력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땅을 넘어서 프로테스탄티즘이 확산한 나라들에서도 문해율이 빠르게 향상되었습니다. 프로테스탄티즘을 받아들인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는 가톨릭 국가였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비해 성인 문해율이 두 배나 높았습니다. 성경에 적힌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읽고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문해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개신교도들은 경제적 이익이나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문자를 배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성경을 스스로 읽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글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수백 년 뒤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왔을 때 이 지역의 향상된 문해력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줄은 그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루터의 프로테스탄티즘은 가톨릭교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보통교육의 토대를 닦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여성의 문해력을 높임으로써 여성들이 아이들을 더 적게 낳아 더 건강하고 똑똑하게 키우도록 만들었습니다.
루터가 촉발한, 모든 개인이 스스로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종교적 믿음은 유럽을 필두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 남녀 모두의 문해력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문해력의 증대는 사람들의 뇌 구조와 인지능력을 변화시켰습니다. 여성들이 글을 깨치고 교육을 받으면서 아동의 건강과 인지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다양한 변화들이 정치/사회적 변혁 및 기술혁신 등과 결합하면서 경제적 번영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유럽의 변방 스코틀랜드에서도 1560년에 종교 개혁이 시작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종교 개혁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상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이를 위해 세계 최초로 지방 교육세를 도입하여 국민들을 교육했습니다. 그 결과 데이비드 흄에서 애덤 스미스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지성계를 지배한 지적 권위자들이 스코틀랜드에서 배출되었습니다.
해방 직후 78퍼센트에 이르렀던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현재 1퍼센트 미만으로 낮아졌지만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OECD의 국가별 성인 문해력 평균 점수는 260점인데 우리나라는 그에 못 미치는 249점을 기록하였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실시한 제4차 성인문해능력조사(2023년)에서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6.6%인 약 735만 명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해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학생 문해력은 2022년 기준으로 아일랜드,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매우 높은 편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문해력이 가파르게 하락하여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일 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고 살아간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장려한 국가들이 높은 문해력을 바탕으로 역사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평생 교육을 통한 전 국민적인 문해력 향상은 선진 국가가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입니다.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
첫댓글 좋은글에 머물다갑니다.
여름철 건강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