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예보 - 차인표 생명의 소중함 전하고 싶어
1993년 방송 데뷔 이래 폭넓은 연기활동은 물론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나눔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차인표가 두 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를 출간한다. 2009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처녀작 『잘가요언덕』에서 차분하고 투명한 문장으로 아픈 과거사를 조명했던 그는, 『오늘예보』에서 고단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작과는 또다른 유머와 위트 넘치는 문체로 그려낸다.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변경 혹은 중지될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
1장 죽어야 하는 남자
인간수명연장연구소
피치 못할 사정
웨이터 ‘쫌만 더’
스테이크를 그대 품안에
아저씨, 배고파요
2장 레디, 액션
45인승 버스
아빠, 힘내세요
9회 말 투아웃
달려!
3장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건널목
광어 가라사대
기도
물총싸움
에필로그
그날
하늘이 건넨 한마디
작가의 말
악명 높은 인생예보자,
'DJ 데빌'의 망원경에 세 남자가 떠올랐다!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대
작가 차인표가 전하는 코끝 찡한 위로!
오늘이 ‘끝’이라는 악마의 속삭임…… 진실일까?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제자리 인생들의 기막힌 반전
상처투성이 세상을 보듬는 가슴 따듯한 이야기꾼 차인표의 신작!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되는 일 없이 제자리만 맴도는 인생,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최후의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인정머리 없는 세상, 꿈조차 꿀 수 없는 이들에게도 내일이 있을까. 오늘이 우리 인생에 주어진 마지막 하루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1993년 방송 데뷔 이래 폭넓은 연기활동은 물론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나눔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차인표가 두 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를 출간한다. 2009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처녀작 『잘가요언덕』에서 차분하고 투명한 문장으로 아픈 과거사를 조명했던 그는, 『오늘예보』에서 고단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작과는 또다른 유머와 위트 넘치는 문체로 그려낸다.
특히 연기를 통해 동시대인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현실의 문제를 보다 깊이 공유하고자 글쓰기를 시작한 차인표 작가.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가려진 곳, 아픈 이들의 속살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세상을 보듬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적 지향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1998년 IMF로 많은 사람들이 돌아갈 곳을 잃어버리고 방황을 거듭하던 때 우연히 한강변에서 울고 있는 남자를 보고 그냥 지나쳤던 미안함을 간직하고 있던 작가는 몇 년 뒤 갑작스런 동료의 죽음을 계기로 본 작품을 본격 집필하게 되었다. “글이 사람을 안아줄 순 없겠지만, 안아주고픈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글을 끝까지 썼다”고 밝히듯이, 작가는 이 시대의 지치고 고단한 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속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 이미 구상된 『오늘예보』는 처음에는 영화 시나리오로 썼다가, 다시 연극 대본으로 수정하고, 최종적으로 소설로 완성되었다. 여러 명이던 주요 인물도 세 명으로 압축하고 관련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취재를 통해 각각의 인물들과 상황을 보다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소설은 악명 높은 ‘인생예보자’ DJ 데빌의 하루예보로 시작되는데 불행한 앞날이 예고된 세 남자의 하루가 옴니버스 식으로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10년 노력이 물거품 된 채 노숙자로 전락하여 이제는 죽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할 것이 없는 전직 웨이터, 일당 4만 원을 벌기 위해 촬영현장에서 밤을 새가며 고군분투하는 주식 브로커 출신 보조출연자, 떼인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죽음 직전의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도망자를 쫓는 것뿐인 퇴락한 전직 조폭. 이들의 기막히고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서로의 현재와 미래와 교묘하게 얽히며 극적 긴장감과 함께 예상치 못한 반전을 일으킨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자신의 ‘오늘’을 붙들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지치고 고달픈 현실을 살아내는 오늘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들은 현실의 무게와 생존의 부담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삶의 비루함을 기꺼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우리 시대 가장들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타인의 죽음마저 그저 귀찮은 일로 치부하는 무신경함으로 가득 찬 곳으로 서로 상처를 할퀴고, 삶의 진실은 뼈아픈 시행착오 후에나 알려주는, ‘인정머리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인물들의 행보를 통해 이 삶을 지속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나아가 “결국 부대끼며, 의지하고, 서로 토닥거리며 끝까지 살아야 하기에. 휴식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진짜 진실을 일깨운다.
세 남자의 가슴 먹먹하도록 기막힌 이야기를 웃음기 가득 경쾌하게 담아낸 『오늘예보』는, 비록 보잘것없을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을 충실하게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보내는 뜨거운 찬사이다. 이 소설은 팍팍한 현실과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로 불안하기만 한 우리들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며 또다른 인생의 반전을 기대하게 해줄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간 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스쳐 보냈다. 한번만 더 돌아보았으면, 한발자국만 더 다가갔으면, 한마디라도 위로를 했으면 덜 아파했을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 한 발자국 다가가서 건네는 그 말 한마디가, 먼 훗날 어떤 미래가 되어 우리 모두를 기다릴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안아주는 일뿐이다. …… 글이 사람을 안아줄 순 없겠지만, 안아주고픈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글을 끝까지 썼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때로는 낄낄거리며 웃고, 때로는 훌쩍이며 울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때로는 낄낄 거리며 웃고, 때로는 훌쩍이며 울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말이다. 결국 부대끼며, 의지하고, 서로 토닥거리며 끝까지 살아야 하기에. 휴식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등장인물 소개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선 세 남자의 이야기!
고통만 길고 긴~ 나? 고... 단...
소방수 아버지의 세심한(!) 배려로 ‘고통은 짧게’라는 뜻의 이름을 얻었으나 고통만 길고 길 뿐인 답답한 인생. 152센티미터의 키로 ‘쫌만 더’라는 별명을 내세워 웨이터 생활로 제법 돈을 모아 사업을 시작하지만 거듭되는 실패로 노숙자로 전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한강변을 찾는데…….
남의 돈 들고 튄 후 쫄딱 망한 이! 보... 출...
한방에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주식 투자에 손댔다 전 재산 탕진. 결국 초등학생 아들과 떨어져 고시원 생활을 전전하게 된 사나이. 우연히 드라마 ‘보조출연’으로 땀 흘리기 시작하면서 삶의 기쁨을 새록새록 느끼지만, 문제는 쫓기는 신세라는 것!
소박한 행복 꿈꾸지만 현실은 쪽! 박~ 대...수...
조직에서 손 떼며 가까스로 마련한 사업 밑천은 지인의 손에서 사라지고, 인생갱생의 의지를 불어넣어준 늦둥이 딸은 희귀병에 걸려 무균실 가림막 너머에서 웃고 있다. 오늘도 떼인 돈을 찾아 빗속을 달리는데…….
작품의 줄거리
유쾌한 내용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DJ 데빌의 하루예보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생존 시간이 20분밖에 안 남았다는 내용의 황당한 꿈에서 깬 나고단은 배고픔을 달래려 용산 밥퍼로 향한다. 어려서부터 유독 작은 키 때문에 어머니의 걱정을 샀지만, 웨이터 ‘쫌만 더’로 활약하며 돈도 모으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부인은 도망쳤고, 십년 노력을 쏟아부어 연 미국산 스테이크 가게는 미국식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와 함께 막을 내렸다. 그는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고,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도착한 한강변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또다른 남자, 이보출은 여의도 한 방송국 별관 도로에 서 있다. 4만 원 일당을 위해 새벽부터 9천 원짜리 택시를 타고 온 보조출연자이지만, 드라마가 조기종영의 운명을 맞는 바람에 다시 실업자로 돌아갈 운명이다. 이때 그는 보조출연자 총괄 반장이 다음 작품의 팀원을 꾸렸는데 한 자리가 비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는다. 어떻게든 반장의 눈에 들어야 한다. 촬영이 시작되고, 주인공이 실감나는 연기를 해보겠다며 맨엉덩이에 곤장을 맞으며 한창 분위기가 고조되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고, 그는 촬영장에서 쫓겨나고 마는데…….
한편 열아홉 시절 동네 후배를 폭행해 감옥살이를 한 이후 건달로 감옥을 들락거리며 살아온 전직 조폭인 박대수는 마흔이 넘은 어느 날 딸이 태어나면서 조직생활을 정리한다. 장사밑천으로 9천만 원을 겨우 마련했으나 후배의 주식대박 꾐에 넘어가 모두 날리고, 지금은 그를 쫓아 전국을 떠돌고 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딸이 골수 이식을 해야만 살 수 있는 희귀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몇 개월 전에 후배를 잡을 뻔하다가 놓쳤던 그는 사실 후배가 돈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그를 계속 찾아 떠도는 것은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의사는 딸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를 전하고, 마음이 다급해진 그는 결국 후배의 아들을 수소문해 보호하기로 한다…….
여전히 생방송 중인 DJ 데빌은 오늘예보를 끝내고, 20년 후 어느 결혼식장의 풍경이 펼쳐진다.
<책 속으로 추가>
“아저씨, 안 아파요?”
“응? 뭐가? 뭐시 아파?”
“내가 지금 아저씨 그림자 밟고 있잖아요. 진짜 안 아파요?”
“으응, 그래, 아프네. 많이 아퍼.”
태평이가 배를 잡고 까르르르 웃더니, 콩콩 뛰며 더 세게 밟는다. 길게 드리운 내 그림자가 아파서 운다.
수은등 불빛이 태평이와 나의 머리 위로 살금살금 떨어져서 우리 둘의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다.
“아저씨, 그림자는 누가 만들었게요?”
“응? 그림자는 사람이 만들었지. 사람이 있어야 그림자도 있으니까.”
“땡! 그림자는 빛이 만든 거예요. 빛이 비춰줘야지 그림자가 생기잖아요. 빛 없는 깜깜한 밤에는 아무 그림자도 없잖아요.”
늘 느끼는 거지만 아이가 어른보다 똑똑하다. 왜 그럴까? 어른이 더 많이 배웠는데.
_3장 「물총싸움」 중에서
“나 죽으면 슬퍼할 사람 단 한 명도 없다.”
그들은 결국은 이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키 크고 마른 놈은 아무 표정 변화가 없지만, 퉁퉁한 놈은 웃음을 참고 있는 게 확실하다.
“에이, 한 명도 없을 리가 있어요?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잘 생각해 보세요. 분명히
있어요. 누구나 함께 슬퍼해 줄 누군가는 있는 법이에요.”
슬퍼해 줄 누군가가 없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는 것을 네가 알게 될 때쯤, 너는 나를 떠올리며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없어, 없다고. 네가 슬퍼할래? 너 나 죽으면 슬퍼할 거야? 솔직하게 말해 봐, 임마.”
대답이 없다. 그렇게 잘 나불거리던 퉁퉁한 녀석이 대답이 없다. 옆에 말없이 서 있던 키 큰 놈에게도 물었다.
“그럼 네가 슬퍼할 거야?”
역시 대답이 없다.
(……)
“아저씨, 그럼 반포대교로 가세요, 네?”
“뭐?”
퉁퉁한 놈도 그것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듯이 가세한다.
“그래, 그래. 그거 좋다. 반포대교로 가세요. 거기 진짜 뛰어내리기 좋아요.”
처음부터 이놈들이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였다. 뭘 하든 딴 구역에 가서 하라는 거. 이 이야기를 하려고 홍수환, 내 마누라, 자식, 사업까지 다 끄집어낸 것이다. 정말 너무한다. 이놈의 세상,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더럽게 불친절하다. 정나미가 떨어진다. 소리 지를 기운도 없어진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리고 옷을 챙겨 입고 그 자리를 떠났다.
_1장 「아저씨, 배고파요」 중에서
“레디! 액션!”
우리 왜군들은 배에서 뛰어내려 갯벌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넘어지는 놈, 미끄러지는 놈, 자빠진 놈 위로 또 자빠지는 놈 등등, 정말 아비규환이었다. 나도 곧 넘어갈 것 같은 숨을 헐떡이며 열심히 갯벌을 가로질러 육지를 향해 뛰었다. 갯벌을 다 가로질렀다 싶었는데 ‘컷’ 소리가 들렸다.
“컷, 컷, 컷! 그래, 잘했어. 지금이랑 똑같이 한 번 더 하는 거야. 알았지? 자…… 왜군들 원위치!”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이 세상의 모든 말 중 가장 무서운 말이 ‘원위치’라는 것을……. 얼마나 열심히 달려 왔는데…… 원위치라니.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원위치라니. 그 세 글자에 백 명이 넘는 왜군들은 다시 방향을 틀어 갯벌을 지나 배를 향해 질퍽거리며 나아가야 했다. 촬영은 끝없이 반복되었다. 함성이 적다고 원위치, 너무 많이 넘어진다고 원위치, 카메라 배터리 나갔다고 원위치.
나는 그날 열심히 달렸다.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내 아들 태평이를 위해서 숨이 넘어갈 만큼 달렸다. 달려도 달려도 원위치되는 이 지친 인생을 이겨내고 내 아들 태평이와 함께 살 방 한 칸을 마련하고자 갯벌 위를 하루 종일 목숨 걸고 달렸다.
_2장 「45인승 버스」 중에서
평생을 남이 떼인 돈을 받아다 주며 먹고살아온 내가, 헌 삶을 정리하고 새 삶을 시작하는 시
점에서 내가 떼인 돈을 받으러 다니게 된 것은 어쩌면 오래전부터 정해진 나의 운명일는지도 모른다. 쫓아다니면서도 보출이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는 보출이가 잡히는 순간 나의 영
화가 끝나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기 만을 문턱 에서 기다리고 있는 딸의
죽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굳이 비유를 들자면, 42.195 킬로를 다 달려 지치고 피곤하지만 결승선 뒤에 기다리는 누군가가 두려워 결승선이 끝없이 멀어지기를 바라는 마라토너 같다고나 할까. 그 누군가가 없었다면 알 파치노가 늙은 대부가 되지 못했듯, 보출이가 없으면 박대수는 병든 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능한 아빠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_3장 「건널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