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의 비유- 미나리
오늘 복음은 루카 복음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를 전에는 ‘탈렌트의 비유’라고 했는데 새 번역 [성서]에 따라 ‘미나의 비유’가 되었습니다. ‘미나’라고 하니까 사람이름 같아요. 제가 오래 전에 함께 했던 예비자 교리반에 이미나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지요. 영어식으로 성과 이름을 바꿔 우리가 미나리라고 불렀지요.
미나리 비유는 예수님의 비유 중에서 아주 독특한 비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보통 비유를 드실 때 아주 일상적인 일,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는 풍경이나 사물에서 비유를 드시지요. 예를 들면, 양, 겨자씨, 은전, 누룩, 포도원 등등. 그런데 오늘 비유는 유일하게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비유의 서두에서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고 하지요. 폭군이던 헤로데 대왕이 역사적으로는 B.C. 4년에 죽었어요. 예수님이 태어나시던 때 헤로데 대왕이 다스리고 있던 것으로 미루어 역사학자들은 예수님의 탄생을 기준으로 하는 기원이 잘못되었다고 하지요. 오늘날의 기원으로 보면 예수님은 기원전 5년이나 4년에 태어나신 셈이니까요.
헤로데 대왕은 죽으면서 유언으로 나라를 삼등분하여 세 아들, 헤로데 안티파스, 헤로데 필립, 아킬라우스에게 나누어 주도록 했지요. 그런데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은 로마의 식민지였지요. 식민지이지만 우리나라가 일제의 식민지였던 것과는 달리, 정치적으로는 어느 정도 왕권을 인정하고 경제적으로 수탈하는 정책을 썼었지요. 곧 유다 지역에도 처음에는 총독을 파견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자주권을 인정하여 왕권을 주었었지요. 그래도 왕이 마음대로 나라를 자식들에게 나누어줄 수는 없고 로마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요.
그런데 헤로데 대왕은 남부 유대지역은 아킬라우스가 다스리도록 유언을 남겼어요. 아킬라우스는 그 왕권을 승인받기 위해서 로마로 떠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로마의 황제였던 아우구스티누스를 알현하고 왕권을 받아오기 위해서지요. 한편, 유대의 원로들은 아킬라우스가 왕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50명의 사절단을 뒤따라 보냈지요.
로마 황제에게 “우리는 아킬라우스가 왕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차라리 총독을 보내 주십시오.”라고 청했던 것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늘 예수님께서 비유에서 말씀하신대로입니다. 로마황제 아우구스티누스는 아킬라우스를 왕으로 승인해 줍니다. 단 칭호는 왕이라고 하지 않았었고,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지만요. 왕이 되어 돌아온 아킬라우스가 어떻게 했겠습니까? 불을 보듯 뻔 하지요. 오늘 복음의 비유에서처럼 원로들을 처형을 당합니다. 예수님의 비유를 듣는 사람들은 그 역사적 사건을 잘 알고 있었지요. 불과 30여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니까요.
그러면 예수님께서 들려주시는 이 비유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이 비유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예수님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요? 비유가 들려주는 교훈은 역사적인 사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비유는 비유이지요. 비유에서 왕은 아킬라우스가 아니지요. 비유에서 왕은 하느님이지요. 비유의 핵심을 간단히 말씀드립니다.
첫째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신뢰를 말합니다. 종들에게 미나리를 맡겨주시듯이 우리에게 삶을 맡겨주십니다.
둘째는 우리 삶 안에 시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미나리, 다시 말해, 삶을 어떻게 사는가를 보신다는 것입니다. 미나의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그 미나리, 삶에 따라 거기 상이나 상급, 보상이 따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유에서 보면, 상급은 무엇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상급이지요. 언뜻,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갖게 된다고 하시는 말씀은 불공평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이 삶의 법칙입니다. 세상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노력하는 그만큼 받게 되는 것이지요. 미나라고 하니까 역시 우리에게 그 의미가 선뜻 와 닿지 않아요. 탈렌트 하면, 즉시 재능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렇습니다. 마나는 바로 하느님이 주신 선물을 말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삶 그 자체’입니다.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그냥 수건에 싸서 보관할 것인가?
제가 번역한 [할아버지의 축복]에서 보면, 저자 레이첼 레멘은 자기가 자랄 때 늘 가족에게서 듣는 말은 “계단 조심해라. 물건 잃어버리지 말도록 조심해라. 차 조심해라. 소매치기 조심해라.” 등등. 조심하고 경계하라는 말이었답니다. 삶이 중요하고 가치가 있기 때문에 잃어버리거나 잘못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삶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인생을 방어하고 지키는 것보다 오히려 즐기고 누리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라고 합니다.
인생을 즐기고 누린다는 것은 완성을 향해 나아가도록 각자 나름대로의 길을 따르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운명에 자신을 맡기면서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도록 스스로 격려하는 일이겠지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때론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요. 지니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수건에 싸서 둘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잘 활용해야 하지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당신이 주신 탈렌트, 선물로 주신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꿈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거기에 당연히 실패가 따를 수도 있지요. 그러나 하나의 미나로 열 개의 미나리로 만들 수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궁극적으로 일을 이루시는 분은 그분이라는 신뢰로 우리에게 주어진 미나리를 가지고 즐기고 누리면서 살아야 합니다. 자, 우리에게 주어진 재능을 마음껏 누리도록 합시다.
첫댓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삶 그 자체’입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미나' 는 곧 선물이군요
삶을 선물로 거저주신 그분의 뜻을 헤아리며...
선물도 '삶
상도 '삶'
달란트를 잘 찾는 것이 참 중요하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대하니 감격입니다ᆢ
영적으로 배고픈 자로써 부탁 드립니다
많이 들려 주십시오 영혼이 살찌겠습니다ᆢ고마운 마음으로 ᆢ
신부님 감사합니다!
미나의 비유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분명하게 알아 듣고 기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