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페인팅, 역시 비용이 문제
지난해 집 전체를 벽지 대신 페인트로 마감한 방송인 이기상 씨의 집을 보고 나서부터 기자도 도배 대신 페인팅을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벽지보다는 차가운 느낌이 들지만 공간이 훨씬 깔끔하고 감각적이며 고급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생각에는 이기상 씨의 집처럼 벽지를 뜯어내고 페인팅을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먼저 벽지를 뜯어내는 일이 만만치 다고 한다. 겹겹이 도배가 되어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기상 씨의 집도 벽지를 뜯는 작업에만 3일이 걸렸다 한다. 벽지를 제거한 다음에는 벽에 생긴 틈을 석고 성분인 퍼티로 일일이 메우고, 퍼티가 마르면 샌딩을 하는 일명 빠데 작업을 한다. 만약 벽면이 석고 보드로 되어 있다면 그 위에 합판을 덧대고 여기에도 폴리퍼티를 바른 뒤 샌딩을 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페인팅이 가능한 것이다. 페인팅이 도배보다 비싼 건 사실 페인트 가격보다 앞서 이루어지는 이런 사전 작업에 드는 비용 때문이었다. 빠데 작업에 드는 비용은 한 벽면만 해도 약 60만원 선. 게다가 벽지를 뜯어내고 샌딩 작업을 하면 엄청난 양의 먼지가 발생한다.
벽지 위에 바로 페인팅
요즘엔 대안으로 벽지 위에 그대로 페인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는 도배한 지 4년 이상 되었거나 벽지가 여기저기 찢겨 있으면 안 되고, 벽지 상태는 좋지만 색을 바꾸고 싶을 때 이용하면 좋은 방법이다. 실크 벽지, 합지, 발포 벽지 등 모든 벽지에 사용할 수 있는 벽지 전용 페인트(국산 2ℓ짜리 1만8천원, 5~6평 시공)도 있지만 실크 벽지일 경우에는 일반 수성페인트를 칠해도 상관없다. 만약 종이 벽지라면 수성페인트는 위험한데, 아무래도 물이다 보니 벽지가 물을 머금어 터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벽지 위에 바로 페인팅하는 것이 도배보다 번잡스럽지 다는 게 해본 이들의 얘기다. 도배지를 뜯어내지 아도 되니 먼지도 없을뿐더러 수성페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냄새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도배보다도 훨씬 저렴하니 비용 면에서 만족스럽다. 109m2(33평형)평을 도배할 경우 인건비를 포함해 1백30만~1백50만원(국산 벽지만 사용)이 들지만 벽지 위에 그대로 페인팅을 하면 60만원 정도 든다. 물론 수입 페인트를 사용하면 가격 차이가 나겠지만 수입 벽지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페인트는 비싼 제품일수록 입자가 고와서 색이 더 잘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은 두세 번 덧칠해야 할 것을 한 번만 칠해도 두 번 칠한 효과가 난다고.
벽지 위 페인팅, 단점도 있다
단점이라면 벽지 위에 페인트를 바를 때는 롤러를 사용하지만 구석진 부분이나 좁은 부분은 붓으로 칠하다 보니 옆에서 보면 붓으로 칠한 곳과 롤러로 칠한 곳의 경계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페인팅을 맡길 때 마스킹 테이프를 꼼꼼히 붙인 다음 롤러로만 작업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좋다. 그렇더라도 아무래도 벽지 위에 덧바르는 페인팅은 벽지를 모두 떼어내고 작업한 것에 비하면 완성도 면에서 차이가 나기는 한다. 짐이 무 많은 경우 일일이 마스킹 작업을 해야 해 더 번거로울 수도 있다. 또한 밋밋한 벽지보다는 입체감 있는 발포 벽지에 페인팅을 하는 것이 더 낫다. 표면이 밋밋한 벽지는 칠하고 나면 롤러 자국이 꽤 남는데, 입체감 있는 벽지는 칠을 하면 입체감이 더 도드라져서 롤러 자국도 덜할뿐더러 또 다른 문양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페인팅은 특히 칠하는 이의 실력에 따라 완성도에서 차이가 많이 나므로 인건비를 아끼지 말라는 것도 전문가와 이미 해본 이들의 조언이다.
시멘트 벽면 위에 페인팅을 한 케이스. 벽지 위에 바른 것보다 붓 자국이 없어 더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금방 질리는 화려한 문양의 포인트 벽지 대신 포인트가 되도록 주황색 페인트를 사용했다. 집 전체를 페인팅하면 무 차가워 보일 수 있어 거실 벽면은 벽지를, 포인트 부분과 주방과 거실 사이의 가벽은 페인트를 사용했다.
벽지 위에 그대로 페인팅을 한 케이스. 모래 문양의 흰색 발포 벽지로 도배한 지 4년 정도 되었으나 도배 상태가 깔끔한 데다 차가운 느낌이 나는 회색 벽지는 좀처럼 찾을 수가 없어 결국 페인트(벤자민 무어)를 칠했다. 천장을 제외한 벽면만 시공했는데 하루 만에 공사가 끝났다. 기존 벽지가 모래 문양이었기 때문에 페인팅 후 마치 회벽이나 시멘트 위에 색을 칠한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