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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하루 앞둔 4월 10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쌍문동 한일병원 본관 1층 접수대 앞을 ‘점거농성’하고 있는 이 병원 식당노동자들 중 한 사람인 송영옥 씨의 이야기다. 그는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에 속한 한일병원분회의 분회장을 맡고 있다.
▲ 4월 10일 오후 1시경, 식당노동자들과 노동조합 활동가 등이 한일병원 본관 1층 접수대 앞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
이소선 여사 영면한 곳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식당노동자들의 싸움
이들은 노동조합, 진보정당 활동가들과 함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자신들이 일해 온 한일병원 본관 1층을 기습적으로 점거했다. 한일병원은 의료법인 한전의료재단이 운영하는 종합병원으로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생애 마지막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여느 종합병원과 다름없이 입퇴원 수속을 밟는 환자들의 발걸음과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던 원무팀 접수대 앞은 순식간에 구호와 고성이 터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난장판이 되었다. 식당노동자와 활동가들은 병원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접수대 앞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활동가들의 보호를 받으며 7명의 식당노동자들은 병원 바닥에 앉아 나일론 줄로 서로의 몸을 엮었고, “억울하다”고 외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 서로의 몸을 나일론 줄로 엮은채 병원 바닥에서 농성 중인 식당노동자들이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용역업체 교체 과정에서 고용승계 안 이뤄져 1월 1일 해고
천막 치고 삭발까지 하며 100일 넘게 투쟁
한일병원에서 13년 동안 용역업체에 고용된 식당노동자로 일한 송영옥 분회장을 비롯한 15명은 지난 1월 1일 용역업체가 아워홈에서 씨제이(CJ)프레시웨이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해고되었다. 이에 식당노동자들은 병원 들머리에 천막을 치고 해고철회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노숙과 다름없는 투쟁을 100일 넘게 이어왔다.
2월 29일 오후에 한일병원 앞에서 열린 ‘부당해고 철회와 고용승계 쟁취를 위한 투쟁선포대회’에서 이들 중 한 사람인 고정화 씨가 눈물을 흘리며 삭발을 하는 모습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후 3월부터 사측과 노조는 여러 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진전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한일병원 식당, 1999년부터 외주화, 임금은 최저임금선, 비품 지급도 안 돼 고무장갑 사비 구입
▲ 송영옥 한일병원분회장 |
한일병원은 2011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아워홈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씨제이프레시웨이를 새 용역업체로 선정했다. 송 분회장은 “그동안 한화, 신세계, 아워홈을 거치면서 고용승계가 자연스럽게 되어왔다”며 “이번 씨제이만 그런 것이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 하나로 (고용승계가) 안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 가입 후 종종 용역회사와 병원 측으로부터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재미없다”는 식의 협박을 당했다고 한다. 아워홈의 계약만료일이었던 2011년 12월 31일, 식당노동자들은 자신이 해고되는 줄도 모르고 저녁 8시까지 잔업을 했다.
“1월 1일도 출근하려고 했죠. 잔업을 하고 나니까 잘린 것이더라고요. ‘여사님들을 고용하지 못하겠다’ 이런 소리도 못 듣고, 그냥 잘라버린 거예요. 병원 영양사가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내일부터 출근하시면 월급이 없는데 출근하셔야 뭐하시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때 잘린 줄 알았어요.”
일하던 자리로 돌려보내달라는 것 뿐...병원 직접고용은 바라지도 않는다
송 분회장은 식당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일했던 자리로 돌려보내달라는 것 뿐”이라며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그는 한일병원의 “직접고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고용만 되면 된다”며 “직접고용이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교회가 가르치는 ‘이웃과의 사랑’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앞으로 우리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겨나면 안 된다. 빛, 사랑을 함께 누리며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용역업체 씨제이프레시웨이, 한일병원에서 철수할 것으로 알려져
농성장에서 활동가들 쫓겨나고 식당노동자 8명만 남아
한편 3월 29일 <대한급식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씨제이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조만간 한일병원에서 철수할 것”이며 “병원이 다른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거나 혹은 직영으로 전환하는 등 내부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만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분회장은 “한일병원에 공이 넘어간 것”이라며 “한일병원에서 입장을 취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일병원에서 “다른 도급업체를 선정해” “우리를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라며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의 농성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대외협력국장은 4월 11일 밤 9시 20분경 한일병원 직원들이 농성 중인 식당노동자들을 제외한 활동가들을 병원 밖으로 끌어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식당노동자 1명이 더 농성장에 합류하여 현재 8명이 농성 중이지만, 이들은 본관 1층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며 노조 측에서 매 끼니 때마다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휴=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4월 10일 오후 3시 40분경, 활동가들이 추가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한일병원 직원들이 본관 정문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