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2월19일
김밥 선물
늦은 오후에 아들과 산책하러 나섰다. 한겨울에는 오후 네 시는 조금은 늦은 감이 드는 시간이다. 해가 일찍 떨어지는 것도 그렇고 저녁 시간이 맞물려서 여느 때 같으면 산책을 접고 저녁 준비를 할 것이다. 오늘은 남편이 회식이 있다고 하니 마음이 여유롭다. 아들과 둘이 나가니까 해가 떨어져도 걱정할 일이 없다.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아들에게 묻는다. 함께 사는 식구이다 보니 언제나 아들의 의견을 묻는다. 가족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싶은 까닭이다. 거의 엄마의 의견에 따르지만 때로는 본인의 의견을 말해준다, 요새 시골에서 끓여온 우족을 며칠째 먹고 있다. 나는 벌써 손을 들고 김치찌개를 만들어서 먹고 있다. 우족 끓인 물을 베이스로 한 김치찌개다. 아들의 눈치가 심상치 않다. 음, 식자재 가서 볼까요? 아들이 생각하는 메뉴가 있는 모양이다. 요리를 잘하니까 본인이 직접 요리를 하는 날이 많다. 장어나 소고기 불고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잠시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한다고 한다.
산책을 가는 중에 반가운 이웃을 만났다, 보이지 않아서 이사 간 줄 알았다고 하면서 반가움을 더한다. 친구 집에 가는 중이라고 하면서 김밥을 한 개 건네주었다. 낮에 김밥을 쌌다고 사양했지만, 기어이 한 개를 손에 쥐여준다. 마음이 고마워서 더는 사양할 수 없었다, 아들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산책하러 가는 길이니, 가방도 없고 그냥 손에 운동기구처럼 들고 걸었다. 호일에 싸서 비닐봉지로 말았다, 주머니에 넣기도 그렇고 조금은 난감했지만, 마음을 주신 거니까 소중하게 들고 걸었다. 집에도 몇 줄 있는데 이 노릇을 어찌할까?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사려한다. 남편이 술을 마신 날에는 더 간식을 찾는다. 아들에게 버거킹에 가야 한다고 하니 자기도 햄버거도 당긴다고 하면서 생각하는 눈치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어제는 바람이 제법 차가워서 얼굴이 시리고 입도 얼어서 으스스 춥고 코도 맹맹했다. 연못에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경쾌하게 걷는 사람들, 열심히 뛰는 사람들, 올 때마다 마주치는 반가운 사람들이다.
아들이 햄버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할인하는 메뉴가 있어서 햄버거 3개와 치킨너깃 8조각을 샀다. 매장 안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햄버거와 음료수를 마시면서 정담을 나누고 있다. 참으로 행복해 보이는 풍경이다. 우리도 먹고 갈까? 사람들이 먹고 있으니 나도 먹고 싶었다. 아들이 빙그레 웃으면서 집에서 먹자고 한다. 다음에는 점심시간에 맞춰서 먹고 가자고 한다.
어둠이 내린 연못에 환하게 불이 켜진다. 마음이 설렌다. 햄버거 온도가 아직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오늘 저녁은 햄버거로 한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다.
일찍 회식을 마치고 들어온 남편에게 김밥을 주었다. 정말 맛있는 김밥이었다. 내가 싼 김밥보다 훨씬 맛있는 김밥이다. 남편이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라고 하는데 그녀의 전화번호를 모르고 지내고 있음에 아쉬웠다. 언제 우연히 만나면 꼭 전화번호를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