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주소 고갈 ‘인터넷 대란’ 비상
‘인터넷 주소가 모자란다’
우리는 초고속인터넷 이용가구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인터넷 강국.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3년
쯤 후엔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주소가 모두 고갈돼 더이상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인터넷 주
소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접속 컴퓨터마다 고유
한 주소가 있어야 하는데 인터넷 사용인구가 늘어나면서 국내에 한정된 주소자원을 거의 써버
렸다는 것이다.
◇인터넷주소란=인터넷에 접속하는 컴퓨터는 예외없이 자신을 나타내는 고유한 식별번호가 있
다. 어디에 있는 어떤 컴퓨터가 언제 접속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터넷의 명찰과 같은 것
이다. 이를 IP(Internet Protocol) 주소라고 한다. 사이버 수사대가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
로 올라있는 글의 필자를 추적할 때 종종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접속 PC의 IP주소를 파악하
는 것이다.
IP주소는 ‘내 컴퓨터’의 ‘제어판’에서 ‘네트워크 구성’에 들어가 ‘TCP/IP’의 등록정
보를 누르면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기자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IP주소는 172.26.41.42다.
이 주소는 KT, 하나로통신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서 받아 고객에
게 할당해준다.
그런데 대부분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이 IP주소가 고정돼 있지 않다. 한정된 주소자원
을 여럿이 나눠 사용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달라지는 것이다. 인터넷정보센터
가 아·태지역인터넷정보센터(APNIC)에서 받아 초고속인터넷사업자에 나눠주는 주소자원 자체
가 부족한 것이다.
◇주소자원 고갈=이처럼 주소자원이 고갈돼가는 것은 지금의 주소체계, 인터넷 프로토콜 버
전 4(IPv4)가 2의 32승 즉 40억개까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마저 네묶음식으로 나누
는 주소배정 방식 때문에 실제 쓸 수 있는 자원은 6억개밖에 안되며 이 중 국내에서 보유중
인 주소는 2천4백80만여개에 불과하다. 이를 버전 6(IPv6)으로 체계를 바꾸면 2의 128승이
돼 사실상 무한대의 주소자원이 생긴다는 게 정보통신부 오상진 서기관의 설명이다. 주소체계
를 바꾸지 않으면 차세대 인터넷의 꽃이라 불리는 홈네트워킹도 원천적으로 어려워진다. 홈네
트위킹이 이뤄지려면 가정의 냉장고, TV, 세탁기, 보일러는 물론 3천2백만대가 넘는 휴대폰
에 고정된 IP주소를 부여해야 하는데 지금의 주소자원으로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현 주소체계를 업그레이드하려면 인터넷을 연결하는 각종 장비를 모두 바
꿔줘야 한다. 이 작업이 만만치않다.
그러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승윤 연구원은 “해외에선 IPv6 전환이 이미 실험망 수준을 벗
어나 상용망 서비스 구축단계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주소대란’이 일
어나지 않도록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IPv6포럼 라티프 라디드 의장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서비스 및 독립성을 보장하는
IPv6은 새로운 물결로 다가오고 있으며 무선기반의 차세대 인터넷을 실현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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