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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적은 주님 안에서의 진정한 평안이에요.”
소아 뇌전증을 앓고 있는 중증 환아 가정들과 함께하는 공동체인 ‘화이팅게일’(이하 ‘화게’). 이름을 들어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바로 ‘나이팅게일’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아픈 아이들을 매일 돌보며 기적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과 ‘화게’ 섬김이(중보자)들을 만나 ‘화게’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고,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떻게 함께 이겨나가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았다.
글. 최윤희(계간 ‘치유’ 편집장) 사진. 이종관/화이팅게일 제공
심방 간 ‘화이팅게일’ 식구들
서울의 어느 어린이병원 안에 위치한 한 예배실. 이곳에서는 예배가 드려지고 있었다. ‘화게’ 일원 중 1명의 엄마와 3명의 섬김이와 목사님 한 명 그리고 휠체어에 누워있는 아이 한 명이 있었다. 어린아이는 링거를 꼽고 있었고 예쁘게 잠들어 있었다. 소아 뇌전증을 앓고 있는 ‘화게’의 아이들 중 한 명인 서연이었다.
“서연이가 태어나서 100일 때부터 아프기 시작했어요. 숨을 못 쉬는 경기를 하다 보니 이렇게 기계를 차고 누워서 뒤집지도 못하고 있어요. 너무 위험한 경기라 약을 엄청 쓰고 있어요. 안 그러면 맨날 심폐소생술을 해야 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약을 써서 경기를 누르니까 애가 맨날 쳐져서 이렇게 잠을 잘 때가 많아요. 약을 많이 쓰다 보니 위와 장과 폐가 모두 망가져서 위를 절반이나 잘라냈어요.”(서연 엄마 송현정씨)
서연이의 아픔
말만 들어도 서연이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을까 상상이 갔다. 이제 열 살인 어린 서연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고통이었다. 병원에서는 뭐라고 할까?
“어제도 중환자실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애가 사는 날까지 그냥 편히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옆에서 도와주자고요. 그리고 선생님들도 서연이가 안타까워서 그런지 우리 서연이가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서연 엄마 송현정씨)
제일 힘든 건....
숨도 못 쉬는 아이를 보면서, 기계를 껴안고 사는 아이를 매일 보면서, 엄마의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 그 마음을 십분의 일도 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는데, 서연이 엄마와 슬픔을 함께 나눠서 반으로 줄어들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의 날들이 힘들고 매일의 일들이 힘들겠지만, 그녀가 서연이를 돌보면서 제일 힘든 건 무얼까?
“아이가 숨도 못 쉬고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렇게 살아내야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실 거면 그냥 데려가세요’라고 하다가도 금세 다시 또 생각이 바뀌어서 ‘아니에요. 주님, 아직 데려가시면 안 돼요’라고 기도합니다. 하지만, 서연이로 인해 감사할 것들, 보기만 해도 예쁜 서연이가 주는 기쁨을 또 보게 되요. 그렇게 또 견딜힘을 주세요.”(서연 엄마 송현정씨)
제일 많이 하는 기도
그녀가 제일 많이 기도하는 건, 서연이 뿐만 아니라 서연이와 함께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기도이다.
“우리 아이가 10년째 이 병을 앓고 있는데 제 기도는 10년 넘게 똑같은 것 같아요. 우선은 서연이가 숨을 잘 쉬게 해달라는 기도, 그냥 편안하게 해달라는 기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예요. 그리고 제 딸 기도와 함께 여기 아픈 아이들 엄마들 되게 많은데, 그 아이들 때문에 눈물 흘리는 엄마들이 더 이상 없게 해달라고 기도해요.”(서연 엄마 송현정씨)
보통 자기 아이가 아프면 자기 아이 기도만 하게 되는데, 남들 아이까지도 눈여겨보면서 같이 기도하는걸 보면, 기도의 시야가 확장된 것 같다. 내가 경험하게 되면 쌓인 경험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화이팅게일이란?
화이팅게일이란 이름을 들으면서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하면서 이름 하나가 생각났다. 나이팅게일.
“중증 아이들의 엄마들은 하루 종일 간호하면서 쉴 틈이 없어요. 석션도 해야 하고, 숨 잘 쉬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아이들의 상황을 늘 옆에서 한눈팔지 않고 살펴야 해요.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엄마들 힘내라고 나이팅게일을 ‘화이팅게일’로 바꿔서 이름을 지은 거예요.”(장현아씨)
화이팅게일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
그렇다면 ‘화게’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걸까?
“우리 딸도 소아 뇌전증으로 투병과 수술을 했어요. 당시에 케톤 치료도 안 들어서 결국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코로나 때라 병문안이 안 되니까 릴레이 금식기도를 카톡으로 하자고 제안을 받았고, 감사하게도 마흔 명 정도가 모였는데, 5주의 릴레이 기도 동안 모두의 기도가 ‘고쳐주세요’에서 점점 모두의 회개 기도로 바뀌었고, 결국 나중에는 ‘낫지 않아도 주님은 선하십니다’라는 기도, 나라를 위한 기도, 하나님의 뜻을 위한 기도로 모두의 기도가 바뀌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그 시기에 동시에 제 딸아이를 위한 오프라인 기도회를 일주일에 한 번씩 열어주셨던 두 분이 계셨는데, 지금은 미국으로 가셨지만 긴 시간 ‘화게’를 섬겨주셨던 권혁수 목사님과, 오늘 여기 같이 온 제 친구이자 ‘화게’의 반장 ‘최설화’ 자매예요. 려원이가 받은 이 순전한 중보기도의 은혜를 보며, 설화가 ‘병원에 있는 다른 친구들(엄마들)에게도 이러한 중보기도를 나누면 어떨까?’하고 제안을 해주었어요. 당연히 좋다고 했고, 당시 입원 기간 동안 친해지게 된 병원 친구들(엄마들)에게 의사를 물어봤더니,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였던 엄마들도 하나같이 모두 흔쾌히 승낙을 해 주었어요. 제 딸아이가 퇴원하기 바로 전날인 2020년 3월 16일 저녁에 첫 단톡 온라인 예배가 시작이 되었는데, 그 밤이 바로 ‘화이팅게일’의 시작이었어요.”(김예랑씨)
목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
몇 명으로 시작한 작은 기도공동체였던 ‘화게’는 지금은 몸짓이 조금 커져서 환아 8가정과 중보자 12명 총 20명이 구성원으로 있다. 이 모임의 영적 리더인 성복순복음교회의 하성기 목사님께 어떻게 동참하게 되었고,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물어보았다.
“‘화게’ 초반에 지금은 미국에 가신 권혁수 목사님과 함께 2년 정도 같이 했어요. 그러다가 권 목사님이 미국으로 가시게 되면서 목사 자리가 공석이 되었어요. 그때 함께 하자는 제의가 있어서 같이 하게 됐고 처음엔 오로지 심방만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심방 외에도 다른 사역들이 많아서 함께 동역하게 됐어요.”
옆에 있던 예랑씨가 목사님은 ‘햇빛투게더 캠페인’ 때는 하루 종일 눈도 치우고, 주차 봉사까지 하셨다며 얘기를 거들었다. 실제로 하 목사님은 목사라는 타이틀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정체성은 기도하며 섬기는 중보자라며 ‘함께 하는 자’라고 말했다.
목사로서의 보람은...
“글쎄요... 어쨌든 여기서 할 수 있는 사역들이 모두가 다 할 수 있는 사역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 ‘화게’를 하기 전에 뇌전증 환아가 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뇌전증을 앓았던 친구인데 이 친구를 계속 케어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기회를 하나님이 이미 주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려원이가 아프게 됐을 때도 제일 먼저 준비해야 된다고 얘기해주었는데 그 이유도 그 아이를 케어해보았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보람보다는 하나님이 이 일을 맡겨주신 것에 대한 감사가 있어요.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이해심이 있고, 처음에 ‘화게’에 왔을 때는 어떻게 기도해야 될지 난감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걸 감당할 수 있도록 주시는 은혜를 누리는 게 정말 감사해요.”(하성기 목사)
가슴이 찡할 때
동역을 하면서 가슴이 찡한 순간도 많았을 텐데 어떤 경우가 그랬을까?
“가슴이 찡한 순간은 매 순간이죠. 우리 현정 자매님이 우리 서연이를 이렇게 케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걸 보기만 해도 가슴이 찡하고, 공동체가 함께 모여서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가슴이 찡하고, 우리가 기도하면서 원했던 것들을 하나님이 이루어 가시는 것들을 보면서도 가슴이 찡해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찡한 일이에요.”(하성기 목사)
모든 순간이 가슴 찡한 순간인 것 같았다. 왜 안 그렇겠나?
무지개기도표
‘화게’는 기도공동체이기 때문에 기도가 빠질 수 없다.
“무지개기도표를 만들어서 요일별로 기도하는 사람을 두고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저희 환아들이 다 중증이지만, 이 안에서도 아이들마다 컨디션과 아픈 정도가 다르다 보니, 기도 제목도 여러 가지로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기도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되면서 제일 좋은 방법을 찾은 게 ‘무지개기도’예요. 아이마다 일주일 중 하나의 요일을 지정해서 그날만큼은 내 아이를 위한 기도요청을 하고, 내 아이 소식도 올리고, 기도와 사랑과 응원을 오롯이 받게끔 그 아이만을 위한 날을 만들어서 중보자와 다른 엄마들이 다 같이 기도하는 거예요.”(장현아씨)
기적이 일어나다
기도는 역시 기도하는 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저희 엄마들 중에는 아기 때부터 아픈 애들도 있고, 건강하다가 중도 장애를 입은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 친구들이 세 명이나 있는데, 그 엄마들의 경우는 애가 막 뛰어놀고 춤추고 운동하고 했던 영상이나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조차도 힘들어서 몇 년 동안 못 보고, 사람들하고 맺었던 관계들이 단절된 시간들도 있어요. 그렇게 마음이 닫힐 수밖에 없는 엄마들이 이 ‘화게’라는 단톡방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러다가 무지개기도표가 지속되면서 3년 만에 아이의 사진을 꺼내보게 됐어요. ‘함께’ 기도하면서 마음을 열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 거죠. 그때 다같이 펑펑 울었어요. 엄마들이 함께 용기를 내서 같이 눈물 흘리고 추억하고 기도하며 조금씩 문을 열어주어서 또 하나의 벽을 넘은 거예요. 그래서 무지개기도표가 저희들한테는 굉장히 특별한 의미예요.”(장현아씨)
진짜 기적은 무엇일까?
김예랑씨는 기적에 대해 이렇게 개인 정의를 했다.
“저는 ‘진짜 기적은 무엇일까?’라는 걸 자주 생각해요. 많은 크리스천이 내 아이나 가족이 아프면 기적을 생각하죠. 저도 그랬고, ‘화게’의 모든 지체도 당연히 ‘그런 기적’도 기도해요. 그런데 ‘그런 기적’만을 기적의 범위 안에 넣어버리면 그게 응답되지 않았다고 느껴졌을 때 하나님을 오해하게 되더라고요. 하나님의 일하심을 우리의 생각으로 ‘정의’하거나 ‘제한’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희들이 더욱 힘써 기도하는 건 우리 아이들이, 우리 가족들이 주님 안에서 평안한 거예요. ‘화게’ 엄마들과 천사들에게 이 길은 어쩌면 가장 어려운 광야 길일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서연 엄마 별명이 ‘감사대장’, ‘찬양대장’이에요. 그녀가 부르는 찬양은 놀랍게도 대부분 ‘나를 돕는 하나님이 베푸시는 상황의 역전’에 대한 찬양이 아니에요. 하나님을 찬양하는 온전한 신앙고백이 대부분이에요. 하나님 안에 거하는 우리가 자녀 됨으로서의 고백과 감사의 찬양이에요. 전 이러한 것이 진짜 믿음이라고, 진짜 공동체의 열매라고 생각해요. 하나님께서는 좁은 길을 걷는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의 이런 귀한 고백과 믿음을 통해서 믿음의 본질을 보게 하시는 것 같아요.”
함께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그래서 기도도 바뀌게 되었다. 이건 같은 아픔을 함께 하는 공동체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한 건 아닐까?
“환아 엄마들은 대부분 삶의 바운더리가 확실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엄마들이 함께하는 사람들로 인해 힘을 내서 그들의 일상이 점점 확장되는걸 봐요. 아픈 아이를 키우기 이전에는 자유롭고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일상을 보냈다면, 지금은 아이가 아프게 되면서 집에서만 생활하게 되고 관계들이 많이 변화되는 가정들이 많은데, ‘화게’ 공동체와 함께하면서, 힘을 얻고, 일상의 새로운 도전들도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하기도 해요. 아픈 아이를 키우며 인터넷으로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한 엄마들도 있고, 3~4년 동안 친인척을 만나지 않았었다가, ‘공동체’를 통해 사랑과 지지와 말씀과 기도를 받으면서, 몇 년 만에 친척들도 다시 만나게 되는 용기들을 저희가 함께 보고 있어요.”(장현아씨)
이것이 기적이다
그들이 감사하는 건 아이가 위증한 상태에서 좋아졌다는 기적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게 어마어마한 기적이라는 것.
“친인척들이 그런대요. ‘뭐 때문에 달라진 거냐?’고요. 우리는 이런 걸 통해서 천국의 기쁨이 흘러간다고 느끼고 있어요. 이런 건 ‘믿음의 공동체’가 주는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한때는 우리가 다같이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어요. 기도해도 좋아지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눈에 보이는 그런 기적을 꿈꾸며 기도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오히려 슬럼프가 온 거죠. 다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을 받는 거예요. 전심으로 기도를 하는데,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안 좋아지는 모습도 자주 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그런데 저희들이 이렇게 슬럼프를 겪으면서 알게 된 건, 어떤 상황과 상태가 좋아지기만을 구하는 기도는 결국 지속력이 없다는 거예요. 우리가 ‘본질적으로’ 구해야 되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경험해야 한다는 것. 그걸 알면서 기도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들이 고백을 하는데 놀라웠어요. 엄마들의 고백이 달라지는 거예요. 이렇게 기도하더라고요. ‘하나님, 우리 애가 오늘 경련이 폭발하고 너무 상태가 안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저희와 함께 계셔주시고 저희를 사랑해 주시는 그것으로 인해서 저희가 힘을 내고 감사를 드립니다.’ 기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오히려 기도가 감사의 고백으로 바뀌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게 기적이 아니고 무엇일까?’라고 많이 생각해요.”(장현아씨)
‘함께함’은 내려놓음
그들에게 ‘함께함’이란 대단히 큰 의미이고 삶의 소중한 일부분인 것 같았다.
“아무리 친하고 좋은 사람이라도 계속 같이 있으면 어떤 부분은 부딪힐 수밖에 없잖아요. 당연히 저희도 이 안에서 의견 차이도 있었고, 치기 어린 일을 하다가 슬럼프도 오고, 오해가 생긴 적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을 계속해서 선택하는 거예요. 이 시대는 헤어지고 갈라지는 게 너무 쉽고, 만연한 시대인데도 저희는 오히려 이 안에서 엄마들과 아이들, 그리고 중보자들을 통해 함께 하는 걸 배웁니다. 그 ‘함께함’ 안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는 걸 보는 거예요. 정말 신기한 게 ‘나의 고집과 자아를 내려놓음’이 없으면 함께 할 수 없더라고요. ‘함께함’에서 오히려 나 자신을 보게 되고, 내 삶을 보게 되고, 결국에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배우게 돼요. 광야 길에 함께 걸어보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은 대부분 굉장히 ‘기복적’이고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여져요. 대부분 우리는 내 시선으로 내 상황으로 하나님의 뜻을 해석하려 하잖아요. 하지만 성경에 분명히 써있는 하나님의 뜻은 ‘서로 사랑하는 것’, ‘연약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것’이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복음을 알리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손잡아주는 게 너무도 확실한 주님의 뜻이잖아요. ‘화게’ 안에서 함께 기도할수록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오해하는 게 점점 사라지더라고요. 병이 낫지 않고, 아픈 게 전혀 좋아지지 않고, 때로는 하늘나라로 가는 아이들의 소식도 듣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실 일이 무엇인지 끝까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여기 있다는 걸 알겠으니까, 그게 너무 명확하니까, 저희들이 계속해서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김예랑씨)
태희가 남기고 간 것
올 1월,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화게’의 막내였던 태희는 아픔 없는 하늘나라로 갔다. 인간적으로 보면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태희가 남기고 간 선물들과 풀어야 할 값진 숙제들이 생겼다. 그 선물들과 숙제들을 발견하고 풀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아니 어쩌면 더욱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 힘을 내게 된다고 한다.
“올 1월에 하늘나라로 간 태희 엄마가 웨딩 메이크업 샵을 오픈했어요. 오픈 준비를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런데 오픈식할 때 받은 돈 가운데 많은 돈을 저희 ‘화게’에 헌금해 주었어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저희는 태희가 남기고 간 게 정말 많다고 얘기해요. 선물도 있고 숙제도 있고... 태희가 이유 없이 하늘나라로 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어느 날 갑자기 갔거든요. 아무도 그렇게 금방 가리라는 걸 몰랐어요. ‘하나님이 왜 데려가셨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이제부터 다 함께 그 숙제를 풀어야죠. 그 숙제를 제일 많이 풀고 있는 사람이 태희 엄마겠죠? 태희 엄마는 자기 삶 속에서 ‘이제 ’화게‘의 중보자가 되겠다’고 합니다. ‘아픈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서연이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
서연 엄마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엄마들이 하나님을 잘 믿고 순종하고 열심히 신앙생활 했는데, 그런데도 아이가 아프면 모두 흔들리더라고요. 아무리 기도해도 애들이 안 나으니까 다 포기하고 불평하더라고요. ‘기도해 봤자 안 들어주실 거잖아요?’, ‘나 이제 교회 안 다녀.’ 이런 엄마들이 진짜 많은데, 서연이가 정말 안 좋아져서 저세상까지 갔다가 살아났을 때 제가 엄마들한테 그랬어요. ‘화이팅게일이 기도해줘서 서연이가 이렇게 좋아졌다’고. 그러면 그 엄마들이 하는 말이, 자기는 예수님을 등졌는데 ‘화게’를 통해서 하나님이 아직도 일을 하시는구나‘, ’안 보이게 일을 하고 계시는구나‘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서연이가 그런 사명이 있어서 아직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거구나’라고 느껴요. 그리고 저는 엄마들이 물론 많이 힘들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좀 덜 불안해하고. 모두가 다 천국 소망을 바라기는 정말 어렵겠지만, 그래도 엄마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들의 무한긍정, 사랑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지금까지 기사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저 하늘에서부터 오는 것이다. 내 아이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고 10년 동안 눈물로 살아온 엄마지만, 다른 엄마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모습은 정말 광야를 지나고 저 천국을 향한 소망을 강하게 품은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들은 이제 하나님의 은혜를 강력하게 경험했기에 다시 아이들이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가치들과 사랑, 은혜들을 보았고, 배웠고, 경험했기 때문이란다. 보통 사람들이 들으면 전혀 이해 못 할 얘기지만, 그들이 겪은 그 고통 가운데 건진 아주 위대한 열매가 있기 때문이리라. 성경 욥기 23장 10절에 보면,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는 말씀이 있다. 이들은 단련이 된 후 순금이 되어 나와서 단단해진 것 같다. 때론 고난이 유익일 때도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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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프면서도
따뜻한 글에 눈물이 납니다...
공동체와 함께 하면서 힘을 얻는다는게 얼마나 소중한지요~
기적이라는 걸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