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김성한 감독(46)이 전격 경질됐다.
기아는 7월 26일 김성한 감독을 총감독으로 임명해 사실상 현장에서 물러나게 하고 유남호 수석코치(53)를 감독대행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0년 11월 김응룡 감독의 뒤를 이어 해태 타이거즈 감독으로 부임한 김성한 감독은 2001년 8월 기아 타이거즈의 창단 감독으로 바통을 이어받았고 지난해 11월 계약금 2억원, 연봉 1억5000만원에 2년간 재계약했다. 계약기간이 내년까지지만 성적부진으로 시즌 도중에 경질됐다.
새로 지휘봉을 쥔 유 감독대행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해태코치를 맡아 '호랑이맨'으로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82년 해태 코치를 시작으로 85년 청보로 이적했다가 90~2000년 다시 해태에서 코치를 맡았다. 김응룡 감독을 따라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코치로 몸담았다가 올해 기아로 복귀했다.
기아 정재공 단장은 "올 시즌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했지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페넌트레이스 6개월 중 벌써 4개월이 지났고, 남은 2개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고 경질 이유를 밝히며 "코칭스태프 조각은 새 감독대행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유 감독대행은 "선수단을 추슬러 팀 전력을 극대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소감을 밝혔다.
김성한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멤버로 현역선수 시절 홈런왕 3회, 타점·최다안타왕 2회를 차지하는 등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다. 97년부터 해태 타격코치를 맡아 지도자 수업을 받은 뒤 김응룡 감독의 뒤를 이어 해태 사령탑으로 부임한 첫해에는 처지는 전력에도 불구하고 패기와 활기찬 야구로 팀을 5위로 이끌었다.
2002년과 2003년에는 연속해서 팀을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으나 플레이오프에서 LG와 SK에 덜미를 잡히며 쓴맛을 봤다. 특히 지난해에는 SK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연패해 교체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구단으로부터 재신임받기는 했지만 올 시즌 프리에이전트(FA) 마해영과 심재학 등을 영입해 팀전력을 강화했음에도 우승을 원하는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끝내 낙마하게 됐다. 특히 후반기 들어 LG와 SK에 무기력하게 5연패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성한 경질 배경과 전망]
예견됐던 일이었다. 총감독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김성한 전 감독은 7월 26일 경질 소식을 듣고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며 크게 놀라지 않는 반응이었다. 올 시즌 FA(프리에이전트) 마해영, 거포 심재학 등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했지만 성적이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사실 김 총감독의 경질설은 재계약 첫해인 올 시즌 초 기아가 5연패했을 때와 기아가 지난 6월 21일 서정환 수석코치와 박철우 타격코치를 2군으로 내리고 유남호 2군감독을 수석코치로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지난해 재계약 시점부터 김 총감독의 입지는 극도로 위축돼 있었고, 대대적인 전력보강에도 전반기 성적이 기대치에 밑돌자 올스타 브레이크 때 경질이 발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다. 기아가 후반기 개막과 함께 5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경질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구단은 올스타 브레이크 때 경질을 계획했고 팀이 전반기 막판 4연승의 상승세를 타면서 후반기 우승 후보 1순위로 올랐기 때문에 발표 시점을 잠시 유보했다고 보면 된다.
전반기에 김 총감독이 다소 무리한 선수 기용으로 빈축을 사면서까지 승부에 집착했던 것은 올 시즌 전체가 아닌 전반기 성적이 자신의 운명과 직결된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설득력있게 떠돌았다. 결과적으로 맞는 말이 됐다.
일단 기아는 유남호 대행체제로 올 시즌을 꾸릴 예정이다. 기아 정재공 단장은 "올 시즌은 죽으나 사나 대행체제로 간다. 시즌이 끝난 뒤 새 감독 선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유 대행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가 7월 26일 현재 5위로 밀려나 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아직 가시권에 있다. 유 대행이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뒤 가을잔치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경우 대행 꼬리표를 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시즌 도중에 팀 성적이 곤두박질칠 경우 새 감독의 취임도 배제할 수 없다. 외부 영입과 내부승격도 모두 가능한 상태다. 승부의 세계가 그렇듯 모든 것은 성적이 말해줄 것이다
●김성한 총감독=예견됐던 일 아닌가. 성적이 안 나왔으니…. 통보는 오늘 받았다. 성적이 안 나와 할 말이 없다. 올해는 꼭 우승을 해보고 싶었는데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시즌 도중에 물러나 아쉬움이 크다. 당분간 몸을 추스른 뒤 구단에 나올 것이다. 계약 기간이 내년까지 남아 있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겠다.
[유남호 인터뷰]
기아의 새 사령탑 유남호 감독대행(53)은 비교적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팀이 어려운 가운데 전격적으로 대행으로 승격된 탓인지 기쁨보다는 부담이 큰 듯한 인상이었다. 시종일관 차분한 말투로 "특별히 바뀌는 것 없이 현 체제로 팀을 잘 꾸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연이 얽혀 이제는 총감독이 된 김성한 전 감독, 어쩔 수 없이 다시 마주쳐야 하는 삼성 김응룡 감독에 대해서는 "그렇지요"라고 짧게 언급하고 말았다. 그는 해태시절인 지난 99년 5월 1일, 2000년 9월 1~3일, 10월 5일에 이어 네 번째로 감독 대행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소감은.
전혀 생각을 못했고 구단이 발표하는 시점에서 통보받았다. 좋기도 하지만 어려울 때 중책을 맡게 돼 부담스럽기도 하다.
-코칭스태프 구성을 새로 해야 하는데.
(구단에서 전권을 줬는데) 지금 체제로 가겠다. 1·2군 변동도 없고, 외부 영입도 없다. 당장은 해왔던 대로 하면서 나중에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번주 선발 로테이션도 예정대로 갈 것이다.
-어떤 색깔로 후반기를 꾸릴 것인가.
나의 색깔보다는 팀의 색깔에 맞출 것이다. 기아는 전통적으로 화끈한 공격야구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어떻게 공격 야구를 부활시킬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특별한 것은 없다.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다. 지금 분위기가 나쁜 편이 아니다. 다만 공격이 슬럼프에 빠져 있고, 특히 찬스에 약한 것만 극복하면 된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는 말은 해주고 싶다.
-목표는.
투수 김진우가 복귀해 숨통은 트였지만 지금 우리팀은 투타 밸런스가 좋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좋아지리라고 믿는다. 팀을 잘 꾸려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다.
●유남호 감독대행 프로필
▲생년월일=1951년 9월 3일 ▲키·몸무게=183㎝·85㎏ ▲혈액형=AB형 ▲출신교=혜화초~이화부속중~선린상고~연세대 ▲가족관계=부인 황혜연씨(47)와 2녀 ▲배번=84 ▲취미=여행 ▲2004년 연봉=1억2000만원 ▲주요경력=해태코치(82~84, 90~2000년) 청보코치(85~89년) 삼성코치(2001~2003년) 기아 2군감독(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