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주인
主窺簷下低冠角(주규첨하저관각)-주인은 손님 내쫓고 기웃기웃 엿보는데
客立門前歎夕陽(객입문전탄석양)-길손은 문 앞에서 석양을 탄식한다.
座首別監分外事(좌수별감분외사)-좌수별감도 분에 넘친 감투이고
騎兵步卒可當當(기병보졸가당당)-기병이나 졸개라야 격에 어울릴 것을.
김병연(金炳淵)
좀 잘되면 불친절해지는 사회
소문난 음식집에 줄을 선 손님은 “짐짝취급”을 받는다.
“너 아니라도 손님 많다!”는 인상이 뚜렷하다.
병원도, 거의 독점하다시피한 자동차 회사의 AS도,
장기집권한 정부도, 다선(多選)을 한 국회의원도,
교회나 절도 마찬가지다.
좀 잘된다 싶으면 마치 혼자 힘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인냥 오만(傲慢)해진다.
아무리 실력이 있고, 힘이 세고, 돈이 많고, 미인이라도
무인도(無人島)에서 자기 혼자서는 절대로 유명해질 수 없다.
상대가 있어야 비교가치(比較價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社會)다.
사회(社會society)는 글자의 의미처럼 내가 잘된 배경에는
상대방이 역할을 해준 결과이다.
때문에 나 외의 모든 존재에 대하여 감사하고 친절해야 한다.
내가 존재하는 것은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친구 한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농월이 카페에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이 읽어 주기 때문이다”
정말 옳은 말이다.
상대방에 대한 친절 !
나는 친절(親切)도 의술(醫術)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25년전 아내의 종양 수술을 한 의사는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강준기 의사다.
이분은 아내를 진찰할 때마다 따뜻한 말로 칭찬을 많이 한다.
강준기 박사가 성모병원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양재동 베드로병원으로 자리를 옮겨서 아내도 따라가서 지금까지 진료를 받는다.
아내는 강준기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날이면
아침부터 눈썹을 그리고 화장을 열심히 한다.
내 생각에는 저렇게 몸이 불편한데 귀찮아서 화장같은 것은 안하겠는데,
여자라서 그럴까?
아니다
강준기 박사가 아내를 진찰할 때마다 “파리 모델이 오셨네 !”
하는 말을 듣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논어(論語) 제15편 위령공(衛靈公) 41장
師冕見. 及階. 子曰 階也. 及席. 子曰 席也. 皆坐.
子 告之曰 某在斯 某在斯. 師冕出. 子張問曰 與師言之道與.
子曰 然. 固相師之道也.
앞을 못 보는 소경 악사(樂師)인 면(冕)이 공자를 찾아왔다.
소경이 층계에 이르면,
공자께서 “층계요”라고 알려 주시고,
소경이 자리에 이르면“자리요”라고 하신다.
또 소경이 자리 잡고 앉자 공자께서는 그에게
“아무개는 여기 있고, 아무개는 저기 있소”라고 사람의 위치를 알려 주시었다.
소경 악사(樂師) 면(冕)이 물러가자 제자인 자장이 물었다.
“이것이 장님에게 말하는 방법입니까?”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바로 그것이 소경인 악사를 돕는 친절이다”
공자가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에게 베푸는 애정(愛情)에 찬 친절이다.
장님 악사(樂師)가 찾아와서 계단까지 오면, 넘어질까 염려해
공자가 “여기가 층계다”하고 알리고,
방에 들어오면 앉을 자리를 알린다.
모두 좌석에 둘러앉으면, 누구는 여기 있고 누구는 저기에 있다고 알려 준다.
앞 못 보는 소경을 위하여 세심하게 배려하는 공자의 자상함이 돋보이는 글이다.
내가 존재하는 것은 반드시 나 외에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서는 절대로 돈을 많이 벌수도 없고
권력도 잡을 수 없고 미인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나를 존재하게 만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야 함이 여기에 있다.
한의학에 “불인(不仁)”하다라는 말이었다.
중풍으로 팔다리가 마비되었는데 바늘로 찔러도 감각이 없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누군가가 다리를 찔렀을 때 고통을 느낀다면, 그 다리는 감각이 통하는
“인(仁)”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사물이나 타인에게 연결됨을 의미한다.
꺾인 꽃을 보고서 고통을 느낀다면, 꽃은 나와 감정의 교감이 있다.
참혹하게 죽은 백로(白鷺)를 보고 고통을 느낀다면,
백로는 나의 마음속에 있다.
병에 걸린 타인을 보고서 고통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그 타인은 나와 관계가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겪는 현상에 공감할 수만 있다면,
이것이 바로 공존(共存)이다.
이것이 바로 만물일체(萬物一體)이며
불교의 연기법(緣起法)이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