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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경험담 코너에 올렸는데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여기에 다시 올려 봅니다.
저는 십여년전에 고대로 편입을 하였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도 않았고 이런 카페도 없었습니다.
편입생도 한 과에 한두명 정도 뽑을 뿐이었구요.
이 카페는 가끔 들어 와 보는데요. 문득 합격수기를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나 회원자격이 되지 않으니, 여기에 올립니다.
카페에 올라온 글을 찬찬히 읽어 보면, 나름 열심히 공부하시는 학생들도 있는데,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제가 편입공부한 이야기를 올리면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지방대학에 다녔습니다.
지방의 유수한 대학이 아니라 전문대나 다름없는 그런 대학입니다.
지지리도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나 다니는 그런 대학이었습니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학교였고 제가 전공한 학과도 영어하고는 전혀 상관도 없는 과였습니다.
사람은 환경이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주변에서 친척들, 친구들 누구하나 저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없더군요.
삼류대학이었으니까요. 참 섭섭했습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아니 오히려 무시하는 그런 대학에 들어가니
그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들 조차도 학생들을 무시했습니다.
수업 중간중간에 '너희들이 뭘 알겠냐...'라는 표정으로 학생들을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제가 참을 수 없는 것은 그런 사회적인 무시, 교수들의 무시가 아니라,
내가 몸담고 같이 생활하고 공부하는 친구들에 대한 실망감이었습니다.
수업 끝나면 도서관도 집도 아니고 학회 사무실에 앉아서 바둑이나 두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그런 학생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가능성 없는 학생들 사이에 제가 있다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시고,
경제적으로 무능력했던 아버지.... 고등학교 수업료 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셨습니다.
과외는 커녕 학원 한번 다녀본 적 없이 고3을 졸업하였고(구질구질한 이야기는 그만하겠습니다;;)
어쩌면 그에 대한 당연한 결과로 삼류대학 삼류학과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환경에서만 공부햇다면 정말 명문대학에 갈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내 자신의 가능성이나 능력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람들은 제가 다니고 있는 대학의 이름으로 나를 판단하였습니다.
내 잘못으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닌데, 결과는 모두 내 책임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화가 났고, 이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다니는 학교가 삼류였고 내 친구들이 삼류였지만, 내 자신이 삼류라는 것은 죽어도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어둠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내게는 편입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삼류대를 졸업해서 평생 사회적인 편견과 싸워야 하느니,
차라리 지금 팔팔한 이 청춘을 담보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의 대학생활....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정말 밥만 먹고 공부만 했습니다.
그 당시에 명문대에 편입을 하겟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일년에 한과에 한두명 뽑을까 말까한 편입시험을 준비한다고?
그런 자리는 이미 그 학교 교수 자녀들한테나 돌아 가는 거야....' 저는 그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단 한 자리라도 일반인들에게 문이 열려있다면 내가 들어갈거다... 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돈도 없고 머리도 좋지 않은 나니까 그냥 몸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학교 도서관 수위 아저씨는 저를 이박사라고 불렀습니다. 새벽같이 도서관에 와서 도서관 불끄고 나왔으니까요.
어차피 돈이 없어서 영어학원 다니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책이라는 책은 모두 봤습니다.
내가 다니던 학교 도서관에는 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도 없어서 영어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한테 물어 볼 사람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서울에 올라가서 고대, 연대 도서관에 가서 한바퀴 돌아 봤습니다.
그 학생들이 제일 많이 보는 토플책과 버케뷸러리책을 샀습니다.
그렇게 산 토플책을 5번 봤고, 버케뷸러리도 10번을 봤습니다.
사전을 포함해서 모든 영어관련 서적이 정말 걸레처럼 지저분해졋습니다.
그 더운 여름날 반바지에 슬리퍼로 대학도서관에서 청춘을 불태웠습니다.
배꼽티 한번 못보고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을 했습니다. 공부에 한 맻힌 놈 처럼.....
그당시 제가 다니던 대학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학교였고 도서관이라고 별도의 건물도 없었고,
본관 맨 꼭대기 3개 층에 책상과 의자를 갖다 놓고 도서관으로 사용을 했습니다.
에어콘 시설도 없었기 때문에 여름방학에 학교에 나와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불과 10며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도서관에서 반바지에 런닝셔츠 차림으로 공부를 하던 어느날,
우연히 제 모습을 보았던 저희 과 선배가 저에게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주며 이런 말을 하더군요.
'넌 정말 뭐가 되도 될거야..... 열심히 해라!' 그 선배의 감동어린 눈빛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편입 시험이 있던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대 정문을 통과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 주변엔 편입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역시 서울이라서 다르구나...
그런데 나를 더욱 주늑들게 만든것은 고대 정문에 달린 "이기고 돌아오라! 00선생편입학원"이라고 붙은 큰 플랜카드였습니다.
저는 그 플랜카드를 보면서, 저런 학원도 다 있구나....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단 한명을 뽑는 시험에 30명이 넘게 응시를 했고 한반을 가득매웠습니다.
1교시를 끝내고 쉬는 시간에 같이 시험봤던 학생들이 모두 같은 학원을 다닌사람들인지
"야... 학원에서 찍어준 문제가 다 나왓어... 학원다니길 잘했다"라고 떠들어 대는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에 저는 많이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합격한 사람은 학원한번 다닌적 없는 저 한명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고대에서도 제일 잘나간다던 과에.
전화로 알아 볼 수 도 있었지만 직접 가봤습니다.
다른 과목의 점수를 예상할 순 없었지만 영어는 문제를 풀면서 100점을 자신할 수 있었기에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대학 본관에 가서 내 이름을 확인 하는 순간....
아..... 아마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할 겁니다.
가슴이 얼마나 벅차 오던지.... 그 춥던 2월에 싸구려 파카를 입은 촌놈의 뺨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대학본관에서 운동장을 가로질러(지금은 지하에 고대몰이 생기고 지상은 공원화되었지만 에전에 그게 운동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고연전 응원연습을 하곤 햇지요.)가는 내내 바보처럼 눈물을 흘렸습니다.
삼류대 삼류학과 대학생이라는 서러움을 털어 버리려고 도서관에서 인내하며 보냈던 시간들...
내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자, 이제 난 명문대학생이다....
이로써 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선배들을 빽으로 두었다....
나의 최종 학력은 자랑스런 민족고대다...(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군요... 10여년 전의 일인데...)
편입이 가져다는 주는 것은 '자신감'이었습니다.
고대에 다녀 보니 정말 똑똑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지방대학을 2년 다니면서 단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똑똑한 친구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저는 인간에게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였습니다.
학생들도 자부심에 넘쳐 있었고 교수들도 학생들의 수준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단 한시간의 수업시간도 지방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했고
훌륭한 교수님의 한시간 짜리 강의는 어떤 때는 책한권 읽은 것 같은 뿌듯함을 주었습니다.
교수님들이 모두 직접 쓴 책을 가지고 가르치니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고
내가 책을 읽으면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이 교수님의 명쾌한 강의를 통하여,
.... 그렇구나... 하며 깨닳음을 느낄 때의 지적 만족감은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편입이 아니라 아예 1학년 때 부터 여기를 다녔어야 하는데....
처음엔 다들 천재처럼 똑똑한데 나만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간은 한학기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거목 사이를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 라는 말이 있지요. 금방 적응이 되더군요.
그 이후론 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나머지 2년의 대학생활을 꿈결같이 즐겼습니다.
수십만원의 과외비를 받았으므로 학교 생활도 물질적으모 많이 풍요로와 졌습니다.
택시 운전수가 "학생같은데 어느학교 다니지?"하고 물어 볼 때
'"고대요..."라고 하면 백미러로 제 얼굴을 다시한번 쳐다 보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른이 훌쩍 넘도록 직장을 세번이나 옮겼는데, 취업을 할 때 마다 느낀건데,
고대 졸업장과 토익 9백점짜리 성적표를 제출하면 어떤 직장도 면접 때 '실력'을 묻지 않았습니다.
실력은 당연히 있다고 판단하고 성격이나 취미생활에 대해서만 묻더군요.
주변에서 여자친구 소개시켜 준다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이 카페의 글 중에 '기업체에서는 편입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업체에서 면접을 볼 때마다 저는 제가 편입생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당당히 밝힙니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고 그래서 독학을 해서 편입을 하였다... 라고 말하면
머리 희끗희끗한 면접관들은 한결같이 기특하다는 시선을 저에게 보냈습니다.
어떤 면접관은 저에게 이런말도 하였습니다 . " 자넨 정말 열심히 살았군.
우리 회사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자네같은 사람이야. 온실속에 자란 화초같은 젊은이가 아니구 말이야."
편입 준비생 여러분.
제가 너무 잘난체 한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저는 학원은 단 한시간도 다녀본 적이 없습니다.
편입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건, 학원, 교재, 이런 것들은 아닌것 같습니다.
편입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사람이 자신이 속한 곳을 벗어나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십니까...
정말 편입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하루 왼종일 도서관에 쳐 박혀서 청춘을 불살르십시요. 그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쪼존하게 좋은 학원, 좋은 교재, 훌륭한 강사... 찾아 다니지 말고,
정정당당히 내 젊음을 받쳐서 내 신분을 한단계 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편입에서 남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면 남들보다 더 공부하십시요.
한달 후면 여름 방학이 옵니다. 여름방학 내내 밥만 먹고 공부만 하세요.
남들보다 효과적인 공부방법으로 편입시헙에 합격하겠다는 요행일랑 버리고,
남들보다 더 공부해서 당당히 더 좋은 대학으로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십시요.
"여러분! 무식하게 공부하는게 유식해 지는 지름길입니다. 다른 방법 없습니다!"
이 말은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맡고 있는 저희과 교수님이 수업중에 학생들에게 해 준 말입니다.
다들 건승하시고 이젠 영어공부 방법에 대하여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의 수준이 높으면 높을 수록 수준있는 어휘를 많이 공부해 두어야 합니다.
수준높은 어휘를 많이 알고 있으면 편입은 그만큼 쉽게 다가 옵니다.
단어를 공부할 때도 스팰링 하나하나 정성들여 공부해야 합니다.
어휘를 정복하면 영어의 80%는 정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어는 혼자 공부하기 어려우니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매주 모여서 외운 양을 테스트 해 보는게 좋습니다.
대여섯명이 모여서 스터디를 하되, 커트라인을 정하고
그 이하로 성적이 나오는 사람은 벌금을 물리는 방식을 택하면 의외로 효과가 좋습니다.
공부는 아무래도 강제성이 있는 편이 큰 도움이 되니까요
(저는 요즘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공부를 가르쳐 줍니다. 제가 어렵게 공부를 했기 때문인데 ,
다 큰 성년들도 공부를 제대로 안해오면 따끔하게 혼을 냅니다. 스터디도 일정부분 강제성을 가지고 끌고 나가야 합니다.
불행히도 웃고 떠드는 것만으로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혹 제글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는 학생은 멜을 주셔도 좋습니다. younghoon29@hanmail.net
문법은 문제를 많이 풀어 보는 것 이외의 방법이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기초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서를 아주 열심히 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문법책을 한두번 봤으면 반드시 문제를 풀어 봐야 합니다.
문제를 풀어 봐야지 내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문제를 쉽게 풀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 까지 기본서를 반복해서 볼 것이 아니라,
문제를 여러번 풀어 본 후에 기본서를 다시 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독해는 한 패러그래프씩 번갈아 가면서 해석을 해 보면,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효과가 있습니다.
꼭 학원에 다니고 싶다면 시험을 앞두고 두세달정도만 다니면서 최종 정리를 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봅니다.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는 학원강의도 아무 소용이 없으며,
본인이 공부를 많이 해 둔 상태에서 학원강의를 들으면 듣는 것마다 쏙쏙 들어 올 것입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시한번 수험생 여러분께 부탁드리건대,
편입시험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학원이나 교재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 펌 ----
첫댓글 뭔가 와닿는 글입니다 ..
정말 감동이네요 .ㅜ.ㅡ 조금 나태해졌던 제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정말 와닿네요..정말 학원이나 과외같은 것에 기대지 않고 자신을 믿어야하는거같습니다. ㅠㅠ
우아 저두 열심히 하겠어요!!
와.... 잘 읽었습니다 ㅜ
많은것을 느낍니다 ...
정말 멋지십니다. ^^ 저두 꼭 고대 합격하고 싶어요. ^^
이글 인쇄해서 붙여놓을꺼에여 ㅠㅠ
와 너무 멋있으세요 ㅠ-ㅠ저두 눈물날듯 ㅠ_ㅠ
진짜 열심히 했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절실하게 하셨군요......그런 마음가짐이 저한테도 필요한것 같아요ㅠㅠㅠㅠ
반갑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