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 만에 글을 써보네요.
어제 저녁에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중 재미있는 글을 봤습니다.
미 쇠고기를 수입해서 유통하던 업체들이 잇다라 망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는 글이었습니다.
기사가 실린 매체는 '한국농어민신문 - 디지털농어민'이라는 다소 생소한 매체였습니다.
'미 쇠고기 수입업체 잇단 부도' <클릭>
미국소를 수입유통하는 업체 중에서도 대형업체인 미트코리아닷컴과 필봉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각각 3월과 5월 부도내고 망했다네요.
달랑 이 기사 하나만 소개하면 '자유글 게시판(직접쓴글)' 게시판이 아니라 '자유글 게시판(퍼온글)' 게시판으로 가야겠죠?
그래서 이 기사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먼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기사가 왜 여태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혹시 기사는 올라왔었는데 우리가 놓친게 아니었나 싶어 DAUM에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기사거리로 치면 굵직한 기사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기사로는 5월 28일자로 딱 하나 올라왔었더군요.
'미국 쇠고기 수입업체 폐업 줄이어' <클릭>
놀랍게도 네티즌 의견은 0개 (2009년 6월 6일 0시 기준).
한마디로 묻혔버린 기사였던 거죠.
기사 내용은 더 흥미롭습니다.
문을 닫은 미국소 수입업체가 크고작은 것까지 합치면 20여개라네요.
사실 미국소 수입업체가 고전하고 있다는 기사는 이전에도 있긴 했습니다. (2009년 4월 17일자)
말많던 미 쇠고기 '안 팔리네'…해외로 역수출 <클릭>
가격이 한우의 1/4임에도 점유율은 고작 2%.
싸고 질좋은 쇠고기가 점유율이 고작 2%라.
게다가 한우나 호주산으로 둔갑해서 팔려나갔을(분명히 있겠죠? <기사클릭>) 양을 제외하면 점유율은 더욱 처참합니다.
하도 안팔리니깐 수입한 값의 반값으로 중국으로 되판다고 하네요.
결국 '싸고 질좋은' 미국소를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데 우리나라가 50% 보조금을 대준 꼴이군요.
하지만 이 기사에서도 수입육 업체가 부도를 냈다는 사실은 안나오네요.
조금 더 과거 기사로 가 볼께요.
예전 기사 중에 어느 수입육 업체가 미국소 판매를 개시하자 소비자가 수십명씩 줄을 서서 사가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모 미국소 수입육업체에서 판매개시 기념으로 할인판매를 했을 때의 기사입니다. (2008년 7월 4일)
'미국산 쇠고기 인기리 판매' <클릭>
쇠고기를 사러온 분들의 연령대와 거의 모두 남자라는 점에서 보통의 소비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화악~ 듭니다.
그렇지만 이날의 행사(?)는 거의 모든 매체에서 기사를 냅니다. (사진도 거기서 거기고 아무런 의문 제기도 없습니다)
<클릭>
참으로 알아서 잘도 띄워줍니다.
그러고 나선 미국소의 점유율이 어땠을까요?
국내 식육 수입시장 미국산이 완전 점령 <클릭>
오! 기사 제목이 참 그럴싸 합니다.
기사 내용중 미국소 점유율이 60%라니...
그런데 기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점유율로 60%가 아니라 수입업체가 수입하는 양을 기준으로 60%라는 이야기죠.
실제 판매되는 양을 기준으로 60%라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돈많은 미국소 수입업체가 미국에 어마어마한 양의 미국쇠고기를 주문해서 이를 들여왔다는 이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저렇게 수입해 놓고 판매시장 점유율은 고작 2%였으니(세번째 기사) 수입육 업체가 망하는 거구요.(맨 위에 나온 기사)
그런데도 위 기사의 제목은 친절하게도 "미국소가 점령!!!"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황현희 PD 목소리로... ㅋ...)
이 글을 적으려고 관련기사들을 한번 쭉 훑어보다가 알아챈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는 격렬해도 시장에서는 '인기' <2008년 7월30일자 뉴시스 기사 클릭>
기사 제목부터가 참... 암튼...
위 기사 중에 보면 [에이미트를 주 2회 가량 찾는다는 주부 이모씨(26)는 "개인적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보다 맛있는 것 같아 좋아한다"며 "무엇보다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줌인]쇠고기 ‘삼국지’ <2008년 8월 21일자 헤럴드경제 기사 클릭>
20여일 후의 기사인 위 기사 중에 보면 [에이미트를 주2회 찾는다는 주부 이모(26) 씨는 "개인적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가격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고 하구요.
기사를 쓴 기자도 다르고 취재일자도 당연히 다를텐데 서로 다른 날 같은 장소에 나와 똑같은 멘트를 날리는 26살 주부 이모씨...
실상은 주7회 에이미트를 찾으시는 건 아니신지....
설마 기자가 취재도 안하고 소설을 쓴 건 아니겠지 하면서 이쯤에서 생각나는 사건이 또 하나 있습니다.
C일보와 M경제의 연출사진 사건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다미소'라는 음식점이 매우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기사를 쓰고 싶었는데, 취재하러 막상 가보니 사진 한장 찍을 손님이 없었던지, 취재하러 간 기자들이 직접 식탁에 앉아 고기를 굽고선 이 장면을 찍어 마치 손님들인양 기사를 써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뒤 또다른 신문사에서는 위 선례를 본받아(?) 해당 업체의 종업원에게 손님인양 고기를 굽게 하고선 이 장면을 찍어 기사를 썼더랬습니다.
5일 <중앙일보> 美 쇠고기 먹는 사진은 '연출' <클릭>
<매경> 쇠고기 사진 "종업원이 손님으로" <클릭>
성황이라면 손님으로 북적이는 전체 사진이 적당할 텐데 딱 두 사람만 찍은게 참 궁색해 보이죠?
위 연출사진의 '다미소'는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궁금하시면 클릭>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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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하면(누구에게?) 기사를 쓰지도 않고... 쓰더라도 달랑 한두개이고 그나마 노출은 최소...
유리하면(누구에게?) 있는 거 없는거 다 가져다 붙여 기사 써주시고... (제목, 내용, 사진등)
지금도 이럴진데...
언론이 완전장악되고 신문재벌과 재벌신문이 공중파 진출하면?
볼 만하겠습니다.
우리 언소주가 지켜내야 할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이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상으로 미국소관련 신문기사에 관한 역사추적60분을 마칩니다. (실제로는 글 작성에 90분쯤 걸렸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