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는 ‘어버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이 겹친 일요일이었습니다. 평일에 하루 쉴수 있는 ‘부처님 오신 날’이 하필 일요일이어서 직장인들은 다소 아쉬운 날이었을 것 같습니다. 대체공휴일 적용대상도 아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연등 행사나 봉축 법요식이 축소됐던 지난해와 달리 인원 제한 없이 곳곳에서 열려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기 온 누리에 퍼지기를 기원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바로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의 봉축표어입니다.
어둡고 긴 터널 같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사찰에서도 엊그제 오전 내내 봉축 행사의 목탁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어버이날과 겹쳐서 특히 불교 신자들은 부처님 챙기랴, 부모님 챙기랴, 바쁜 하루였을 것 같습니다. 스님들의 노래를 통해 두 날에 담긴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래하는 스님들이 꽤 됩니다. 이 스님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노래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일러주기도 합니다. 또 노래로 대중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불교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기도 합니다.
◉한때 잘 나가는 가수였다가 출가한 보현(普賢)스님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인 1980년 작곡가 이봉조를 만나 연습생을 거쳐 가수로 데뷔하면서 이경미란 이름으로 꽤 알려진 가수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스님이 됐습니다.
1999년 ‘타래’라는 자전소설을 통해 그 사정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이유보다 근본적으로 속세에서 채워지지 않는 삶의 허기가 그녀를 불자의 길로 인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7남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스님이 됐다가 환속해서 다시 가수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환갑이 된 보현스님이 어버이날의 의미도 생각하며 부르는 ‘사모곡’입니다. https://youtu.be/NiTxFwtAQqg
◉무생화(無生花)는 세상에 존재하는 꽃이 아닙니다.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꽃입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속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삶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삶을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보현스님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5QGtOQsm1kQ
◉유투브의 보현스님 TV에는 3백 개가 넘은 노래 동영상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조회수가 많은 ‘천년바위’입니다. https://youtu.be/2Xgt7fhA4jA
◉지리산 골짜기서 태어난 심진(尋眞)스님은 학교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채 스님이었던 삼촌을 따라 16살에 출가했습니다. 불경을 잘 외지 못해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노래를 산에서 불렀다고 합니다. 그것이 시작이 돼서 ‘노래하는 스님’으로 살아온 지 30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그동안 넉 장의 음반을 내고 백만 장 이상의 앨범이 나갔습니다. 출가했지만 속세의 인연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합니다.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살아 있습니다. 심진스님이 부르는 ‘어머니’입니다. https://youtu.be/qiGYkexUz-U
◉나옹화상(懶翁和尙)은 국운이 기울어 가던 고려 말 혼란기를 살았던 고승입니다. 스무 살에 출가해서 원나라를 다녀오고 고려에서 안성의 청룡사, 단양의 청련암 등 여러 사찰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인도불교를 한국불교로 승화시킨 인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조선 태조의 왕사였던 무학대사도 48명의 제자 가운데 한사람입니다.
◉고려말 격변기에 그는 피바람 속에 죽고 죽이는 광경을 수없이 봤을 것입니다. 그가 남긴 시 ‘청산은 나를 보고’ (청산혜요아:靑山兮要我 )는 부질없는 그런 상황을 보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라’는 무욕(無慾)의 시를 남겼는지도 모릅니다, 김영란, 조영남 등 여러 대중 가수들도 불렀던 노래입니다. 특히 심진스님에게 잘 어울립니다. https://youtu.be/SHjtZpVonu4
◉무상초도 역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풀입니다. 덧없는 삶이 일장춘몽으로 끝난다는 의미를 담은 조어입니다. 앞의 노래와 맥이 통하는 ‘무상초(無常草)’입니다. https://youtu.be/dGpLAZL0F7c
◉고사리와 고비 철이 끝나가고 두릅이 패기 시작하는 5월 초가 되면 하얀 찔레꽃이 핍니다. 어버이날 전후에 피기 시작한 찔레꽃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꽃입니다. 화려함을 모르고 산 소박한 어머니가 바로 하얀 찔레꽃의 모습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이원수의 ‘찔레꽃’ 시에 1930년 박태준이 작곡한 ‘기러기’가 합쳐져서 ‘찔레꽃’이란 노래가 만들어졌습니다. ‘밤마다 꿈꾸는 하얀 엄마 꿈’, 정목스님이 들려주는 담백하고 아련한 ‘찔레꽃’입니다. https://youtu.be/R_YKhZ3Msy0
◉정목스님이 들려주는 동요 ‘섬집아기’도 겯들입니다. https://youtu.be/AVzHahZYhBo
◉불교계의 대표적 방송인인 정목스님입니다. 최초의 비구니 DJ이기도 합니다. 10여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 책을 읽어주며 지친 사람, 어려운 사람의 손을 잡아 주는 따뜻한 스님입니다. 이름이 나 있는 스님들 가운데 어떤 논란이나 잡음도 없이 가장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스님으로 손꼽힙니다.
16살에 출가해 환갑을 넘겼지만 ‘어린이 돕기 작은 사랑’을 20년 동안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삼선동 정각사의 주지이기도 한 정목이 작사해서 부르는 ‘산사에 부는 바람’을 오늘 마지막 노래로 듣습니다. https://youtu.be/weQbMrALF_4
◉산속에서 홀로 수행하는 것도 스님들이 깨우침을 얻는 좋은 과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한가운데서 대중과 호흡하고 노래하면서 얻는 깨우침도 고귀하고 값질 것 같습니다. 그런 스님들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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