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대야산
일시 : 2,011. 5. 29. 맑음
인원 : 20 여명
위치 : 경상북도 문경시
안내 : 대구 설악산장
구간 : 농바위마을-이정표-중대봉-상대봉-피아골-월영대-용추폭포-주차장
소요시간 : 7시간 10분 (출발 09:35- 도착 16: 45)
벌써 5월의 마지막 일요일. 이제 금년도 산불 예방 기간도 막을 내림에 따라 나는 모처럼 만에 집을 나섰다. 오늘 코스는 설악 산장에서 안내하는 문경, 대야 산행이다. 대야산은 5년 전, 오늘과 같이 설악산장의 안내로 다녀온 길이나 작년 8월 지금 거주하는 아파트로 내가 원하지도 않는 이사로 보관중인 원고를 잃어 재 답사 길에 나서 부담 되나 열 대 여섯 군데 산을 더 가야 돼 초행하는 기분으로 산행을 나선다. 특별히 제작된 32인승 버스 창가에는 ‘질투심이 강한 사람들의 사랑은 마치 미워하는 것처럼 되어있다’ 라는 글귀가 붙어있으니 잠시 반성의 기회를 준다. 이제 버스는 햇살 밝은 국도 25호선을 달리니 논에는 벌써 모내기가 끝나고 농부들은 비료를 뿌린다. 또 다른 산비탈엔 어느 아줌마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고추밭을 맨다. 길가의 휘늘어진 수양버들은 바람결에 날리며 검은 포도나무 덩굴은 자랑하듯 긴 팔을 뻗고 비 가림 시설 아래 누웠다. 모처럼 만의 산행 길. 이제 더 이상 내 몸이 녹 쓸기 전에 윤활유를 불어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습관이라도 방치하면 금방 원점 회귀하는 게 인지상정인 만큼 더 이상 몸이 녹슬지 않게 하련다. 버스는 다시 국도 20호선에 접어드니 이 일대는 화산-화북 도로 확장공사 구간으로 현 공정은 지면에 쇄석을 깔아 다짐공사 중이다.
내 옆자리에 앉은 어느 젊은 친구는 농땡이일까. 시종일관 키다리 친구랑 황당한 복권당첨 꿈 얘기를 나눈다. 짐작하니 얼간이 녀석이 아닐까. 어느새 버스는 대야 산 삼송 리 입구를 통과 09:35 농바우 교에 도착하니 다들 등산화 끈을 맨다. 차안에 남은 대 여섯 명은 가이드랑 함께 남군자산으로 향한다. 웅성웅성 다들 우린 낯선 일행이나 차에서 내려 들머리를 지나고부터는 금방 친해진다. 실바람은 살랑살랑 콧등을 간 지르고 맑은 개울물엔 송사리 때가 헤엄치니 앞에서 누군가 소리 지르네. ‘매운탕 한 냄비거리 따악 맞다’라고. 벌써 무심한 세월 5년을 훌쩍 넘기고 다시 찾은 이 길은 오리무중이라. 어느새 목은 마르고 등골엔 땀이 맺히누나. 어느 숲 산모퉁이를 지나니 속리산 국립공원 흰 팻말이 보인다. 이제 이 몸도 나이 탓인가. 몇 년 전과 비교하니 힘이 딸린다. 따라서 남은 산행 보충을 더 하려도 걱정이 앞서네. 이제 희디흰 암 봉을 거미처럼 붙어 오르니 눈앞에 낯익은 곰 바위가 보이니 옛 기억이 난다. 이 곳 대야 산의 인상은 서울의 북한산, 도봉산을 연상시키는 화강암석이 즐비하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암석사이를 뚫고 자라는 노송들이 가관이라 나그네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낸다. 우린 여기서 사진 한 장을 찍고 그늘아래서 쉬니 세상번뇌가 사라지네. 또한 일행들은 동갑나이라 더 친밀감을 느끼며 내 얘기를 귀담아 듣는다.
이제 13:45 어렵사리 산등성을 넘어서니 누군가 저쪽 너머로 보이는 희양 산을 가르치니 내가 이미 다녀온 산이나 여기서 보니 새삼스럽다. 중식은 일행이랑 솔 바위아래 앉아 즐기니 신선이 따로 없네. 휴식도 잠시 다시 중대 봉을 지나 13:50 대야 산 정상(950.7m)에 도착하니 눈에 익은 정상 석 글귀가 들어온다. 난 혼자 중얼거리며 “너를 보니 알겠네. 여태 지나온 길은 미처 몰라도.. 여기 오르니 더욱 네가 반갑구나 이놈아!“ 라고 말하니 그 놈의 무심한 돌조각도 내 말 끼를 아는 듯하다. 누군가 ‘추억에 기댈 줄 아는 사람은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 이라고 했던가. 일행은 정상에서 바람을 쇄며 하산 길 피아골로 내려오니 옛길 그대로다. 벌써 그늘진 계곡물 아래엔 젊은이들이 앉아 즐긴다. 15;30 이제 한때는 나에게 오래도록 강한 이미지를 선사한 영화 태조 왕 건의 촬영지 용소폭포에 오니 옛날처럼 계곡물은 많지 않으나 폭포가까이에서 사진 찍을 수 있어 재미는 더 솔 솔하다. 난 잠시 생각에 잠기니 마치 몇 년 전, 금강산 어느 한 계곡모퉁이에 앉은 기분이다.
굽이진 계곡물은 옛 물이 아니로나
몇 년 만에 찾은 용추폭포의 모습은 그 정감 새로우니
오늘도 찾아온 나그네 걸음들 끊임없어라...
일행은 시간이 남아 폭포수 아래서 커피 한잔을 나누며 찬물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가시네. 이제 주차장이 보이니 다들 얼굴에 희색이 돈다.
16:45 바지를 털며 설레설레 내려오니 도착지점 주차장이다.
우린 잠시 동안의 인연을 깡 맥주 한잔으로 대신하고
지난 과거사 추억은 되살아나니 무더위가 저만치 숲속으로 사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