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방사선치료의 후유증
이학원: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전립선암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이 무섭다. 그 하나가 때때로 혈뇨(피오줌)를 보는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새빨간 피오줌을 1~2일 동안 2~3회 씩 계속 보게 되면, 크게 당황한다. 피를 보면 심리적 흥분 상태가 되면서 큰 걱정을 하게 된다. 내가 그랬다.
방사선 치료 때문에 방광 안 조직의 핏줄이 늘어나 있는데다 자극성이 심한 음식물(맵고, 짜고, 신맛 등)을 일시에 과다하게 섭취 하거나, 과식을 하거나, 심한 운동을 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였다.
일반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새빨간 혈뇨를 보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방광염을 앓거나 방광암에 걸렸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였다.
내가 앓았던 전립선암은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염증을 앓는 과정을 모두 거치면서 나타났다. 나이 62세가 되면서 쭉 나를 괴롭혀 온 고통스러운 질병이었다. 나이가 육십대 중반이나 칠십대에 들어서서 전립선암에 걸리면 아예 전립선을 몽땅 잘라 내거나 차선책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된다.
전립선을 의사 손으로 직접 잘라내는 아날로그 식 수술을 받으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4~5백만 원의 수술비와 경비가가 들지만, 로봇수술을 하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 각종 검사비를 포함하여 약 1,800만 원~2,000만원 정도의 수술비용과 검사비가 든다.
나는 서울대학병원에서 로봇수술을 하려고 하였지만, 수술 직전 중단하게 되었다. 옛날 맹장수술을 배꼽 부위의 복강경 수술을 했다. 그 후 그 부위에 탈장 증세가 나타나 탈장방지 망을 씌운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배꼽을 열어 복강경으로 전립선암 제거 수술을 하는 로봇수술이 불가능하다하여 차선책으로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2014년 6월~8월의 무더운 한여름에 42일 동안 42회의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지루하였지만 생사가 걸린 문제라 꾹 참고 성실하게 치료를 받았다. 전립선암 방사선치료 역시 로봇수술과 거의 같은 액수의 치료비용이 든다. 의료보험 혜택을 못 본다. 암보험회사에서 보통 암치료비용으로 1건당 2천만 원을 책정해 놓은 것은 귀신같은 책정 액수였다.
나는 운이 좋았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치료의 결과도 좋았다. 암에 걸리면 무척 외롭고 쓸쓸하다. 이 때 내 곁을 지켜줄 아내가 필요하다. 우리 집안 내력이 남자가 먼저 죽는다. 백모님, 숙모님, 어머님께서 남편 병수발을 다 들고 난 다음, 몇 년 씩 더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병든 남편이나 아내에게는 격려해 주고, 보듬어 주고, 이끌어줄 아내와 남편과 친구가 필요하다. 내 손을 잡아주고, 공감이 가는 따뜻하고 정감이 가는 위로의 말과 정성어린 간호와 섭생이 절실하였다.
방사선 치료 후에도 3년 동안은 혹시 몸에 남아 있을 수도 있는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매일 복용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3개월 마다 한 번씩 여자 생각이 전연 나지 않도록 하는 여성홀몬주사( 나는 이 주사를 내시주사라고 명명)를 맞아야만 한다고 하였다..
이 내시주사를 맞으니까 늙은 내 젖가슴이 융기운동을 하여 솟아오르기 시작하고(아담 사이즈로), 아내가 씻던 그릇을 내가 씻어보고 싶어 자주 씻어 주게 되고, 마늘 본껍데기를 까서 하얀 마늘 살을 만지며, 내가 까는 이 마늘이 가족의 식욕을 나게 하고 건강을 지키는 양념이 된다고 생각하며,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비로소 식탁의 음식 만드는 일이 논문 쓰는 일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빨래도 내다 널고, 마르면 거두어드리는 일이 즐거웠다. 남성의 여성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런데 이 내시주사의 후유증이 대단했다. 목소리가 거칠어지는 것이었다. 여자 목소리처럼 예쁜 목소리가 나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면 목소리가 거칠어 높은 음정에 닿을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미인이 옆으로 지나가도 눈여겨 보이지 않았고, 사랑하는 아내가 옆에 무방비로 누어있어도 발과 손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거시기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30만 춘천시민이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들어 올려도 끄떡도 안할 그런 태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라는 숫컷의 슬픔이 하늘에 닿는 그런 시간과 공간속에서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2016년 3월 31일은 정말로 기쁜 날이었다. 치료 후 3년 동안 약을 복용하고 내시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하였는데, 지난 2년 동안의 치료 경과가 좋아 전립선암 치료를 종결한다는 주치의의 선언이 있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였다. 주치의에게 되물었다. “괜찮습니까?”
“치료가 끝났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적당한 걷기운동과 금연, 금주, 섭생을 조화롭게 하면서 3개월 마다 하던 검진을 6개월 마다 내원하여 체크를 해보아야합니다”라고 하였다.
1년을 앞 당겨 치료가 끝난 것이다. 만감이 교차했다. 아내와 가족과 친구, 선배님들의 격려와 사랑이 하늘에 닿았다고 생각했다. 2년 동안 마음고생을 하면서 지내던 세월이 주마강산처럼 스쳐지나갔다. 나와 함께 아픔을 나눈 가족과 친구, 교대1회 선배님들이 고마웠다. 그 이후 마음과 몸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몸무게가 늘어났다. 복용하던 암 치료약에서 해방되고, 여성화를 촉진했던 내시주사를 안 맞으니 정상적인 건강과 남성(男性)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어 가슴이 부풀었다.
투약과 주사에서 벗어 난지 약 3개월 보름이 지났다. 이제는 해운대 엘레지도 제대로 부르게 되었고, 이별의 노래도 제 음정을 찾아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옛날 사춘기를 다시 만난 것처럼 가슴이 설렁이고 미동이 있다.
好事多魔(호사다마)란 말이 있듯이, 병줄기를 잡고 난 다음에 더 조심해서 처신하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이 것이 잘 안 되는 것이다. 4월 한 달 동안 걷기운동도 거르지 않고 기분이 좋아 잘 지냈다. 4월 30일 밤 오래간만에 친한 친구 넷이 부부동반으로 돼지불갈비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친구들이 병마에서 벗어난 것을 축하도 해 주고, 분위기도 좋아 모처럼 돼지불갈비를 시켜 먹었는데 이상하게도 입에 당기어 2인분을 먹어치웠다. 이성을 잃고 포식을 하였다. 밥도 한 그릇을 비웠다.
문제는 돼지불갈비를 상치쌈에 싸 먹을 때, 마늘을 된장에 찍어 다량으로 먹은 것이 탈이었다. 된장에 찍은 마늘이 그 날 따라 왜 그리 당기는지! 나 혼자 마늘을 두 접시나 시켜 먹었다. 과다 섭취한 마늘 성분이 방광 안 늘어진 핏줄을 자극하여 피를 쏟아내게 한 것이다.
5월 1일 아침 소변에 핏기가 보였다. 동네 후배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 약과 주사를 맞으면 멈추었다가 약 기운이 떨어지면 혈뇨를 보는 것이다. 그런 중에도 의사의 허락을 받아 교2춘계총회에 참석하여 그리운 친구들을 만나보고, 해운대 뒷골목에서 밤늦도록 조개구이와 막걸리를 마셨다. 춘천에 돌아온 후에도 평소에 좋아하는 깻잎을 양념간장에 절인 것과 전구지와 방아잎을 넣어 붙인 찌짐이를 많이 먹었다.
5월 17일, 18일 이틀 동안 2~3회의 새빨간 혈뇨를 보았다. 동네 의사도 서울대병원에 가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서울대병원 내 주치의를 찾아가서 진찰을 받았다. 방광 내시경을 통하여 샅샅이 살펴보고 난 주치의는 방광 내부 물청소를 하며 잔여 이물질들을 씻어냈다.
방광염이나 방광암이 아니고 늘어진 실핏줄에 심한 자극성 음식물의 과다 섭취로 인한 일시적 출혈이니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니 되도록 편안히 누워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주치의가 조언한 이래 여태까지 적게 먹고 운동도 접은 채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 동안 춘계 서울동문 모임도 지나가고, 곽신도 회장님의 카페지기 양도와 최충웅 선배님의 자당별세 소식도 들었는데, 그 동안 감사하였다는 인사도 못하고, 문상도 하지 못한 채 사람노릇을 못하고 이렇게 지내다보니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7월에 들어서면서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는데, 이 번에는 오른 쪽 무릎이 안 좋아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나기가 어려워 춘천 제일의 침술 한의사에게 침을 맞으며 지내고 있다. 아픈 증상이 차츰 좋아지고 있다. 다행히 전립선암 치료약과 내시주사 투약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차츰 남성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깻잎, 전구지, 방아잎 등 자극성이 심한 식품과 맵고 짠 음식이 늘어진 방광 내 핏줄에 안 좋다고 하니 늦었지만 정상으로 돌아올 때 까지 삼가하며 지내야할 형편이다.
투병을 하는 동안, 많은 격려와 조언, 용기를 주신 선배님들과 동기들께 감사 말씀을 올립니다. 동문 여러분들께서도 늘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기원합니다.
2016년 7월 13일, 춘천에서 이학원 배.
첫댓글 좋은 투병기가 아니라 애틋한(?) 투병기라고....
그래도 삶에 자신감 갖고 이렇게 안부 나눔이 좋고 좋네요.
이 학원 화팅!!!
친구야! 현경이 태영이 친구의 그 멋진 목소리의 노래를 또 듣고 싶다! 사실
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우리 2기 동기들의 가을 여행으로 가슴이
설레이었는데 친구들을 못 만나는게 되어 가을이 저만치 와서 손 짓을해도
하나도 즐겁지 않다.
나이 드니 많이 외롭다. 친구야! 건강해라. 학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