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성 취미 23-6 가는 날이 장날
오늘, 재성 씨가 거의 한 달 만에 영화구경을 나선다.
정오 넘어서 바로 오는 113번을 타기 위해 서둘러 나왔는데, 좀처럼 보이지 않던 버스가 저 멀리에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영화구경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것일까 재성 씨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드디어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어 섰는데, 우리가 기다렸던 저상버스는 아니었다.
일반좌석 버스는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는데, 재성 씨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직원인 나도 참 난감했다.
천만 다행히 홍순권 아저씨와 함께 시내로 지원 나가시는 간호사님도 있었기에 2인 1조로 재성 씨 앞과 뒤에서 밀고 당기면서 가까스로 급경사 버스 계단의 난관을 극복했다.
버스기사 아저씨도 안전사고가 우려되었는지 버스에서 내려서 함께 도와주셨다
기사 아저씨 말로는 저상버스가 수리중어서 좌석버스가 왔다고 하였다.
“재성 씨 괜찮아요?” -직원
“네~” 일반좌석에 앉은 재성 씨가 괜찮다고 이야기를 한다.
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재성 씨의 통장을 이월해야 하였기에 기사아저씨, 간호사님과 함께 다시 힘을 합쳐 내수 초등학교 앞에서 재성 씨의 하차를 도왔다.
재성 씨와 함께 은행용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성 씨~ 오늘 외출은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일로 우리를 당황시키네요? 그렇죠?” -직원
“네~” -재성 씨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이잖아요!” -직원
재성 씨와 직원이 서로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어본다.
내수에서 재성 씨가 원하는 삼겹살로 점심을 해결한 후, 해피콜을 타고 CGV로 이동하였다.
재성 씨가 CGV에서 발권하기 전 먼저 커피숍에 가자고 말한다!
“달달한 거 먹으러 가지요~”
저번 달부터 단골을 하기로 한 CGV 건너편 '연'커피숍으로 이동하였는데, 그곳은 ‘아재 해물 포차“간판이 걸려 있었고, 내부 인테리어공사가 한창이었다.
“재성 씨, 우리가 예상치 못한 두 번째 일이 벌어졌네요.” - 직원
“ㅎㅎㅎ” - 재성
“재성 씨, 어떻게 해야 할까요?”
때마침 바로 옆에 새로 오픈한 대형 커피숍 매장 ‘루테’가 시야에 들어왔다.
‘루테’ 커피숍은 꽤 고급스러운 분위기인 데다가, 젊고 잘 생긴 꽃미남 바리스타가 4명씩이나 카운터에 자리 잡고 주문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낮인데도 매장 내에는 꽤 많은 여성고객들로 차 있었다.
"커피만 먹고 빨리 나가지요~" -재성 씨
“재성 씨~ 저도 동감입니다.” -직원
말 그대로 커피만 마시고 재성 씨와 함께 빠져나와서 CGV로 향했다.
카운터에 있는 CGV직원에게 재성 씨와 함께 보기로 했던 '쏘울 메이트' 영화에 대해 문의하였더니, 조기 종영됐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재성 씨~, 세 번째인 이 일이 오늘의 마지막 예상치 못한 일로 끝났으면 좋겠네요!” -직원
“네~ ㅎㅎㅎ” -재성
“솔 메이트는 나중에 다운로드하여서 보지 예~” - 재성
재성 씨가 스스로 발권을 진행하기로 하고 직원은 옆에 서서 도왔다.
“킬링 로우 멘스으 예~” -재성 씨
“네?” -CGV직원
“킬링 로우 멘쓰으..~” -재성 씨
“네?” -CGV직원
CGV여직원이 잘 알아듣지 못했는지 직원에게 얼굴을 돌린다.
“킬링 로맨스 보신다는 것 같아요~”
“재성 씨~, 킬링 로맨스 보실 건가요?”
“네~”
발음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재성 씨가 직접 발권한 티켓을 가지고 함께 9관으로 이동하였다.
재성 씨에게 나중에 듣고 보니 이하늬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라서 선택했다고 했다.
영화는 1시간 30분 만에 끝이 났다.
“재성 씨, 어땠나요? 오늘 영화..?”
“한 번 보고 마는 영화네 예~!”
“그냥 코믹 영화 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CGV에서 나온 후, 재성 씨가 다온빌로 귀가하기 위해 콜을 잡는다.
“충청북도 교통약자이동 지원센터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고객응대 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위해 모든 통화는 녹음되오니, 상담사에게 욕설 폭언 성희롱을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상담원을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
(중략)..
“시지브이에서 다온빌까지 예~” -재성 씨
“죄송하지만, 변재성 님 콜인가요?, 다른 분의 콜인가요?” -상담원
“변재성이예~” -재성 씨
“네~” -상담원
“어디서 어디까지 가실 건가요?” -상담원
“시지브이에서 다온빌까지 예” -재성 씨
“시지브이는 율량동인가요?”-상담원
“네~” -재성 씨
“감사합니다 배차되셨습니다!” -상담원
20분 만에 도착한 해피콜에 탑승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재성 씨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 예견치 못한 일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재성 씨, 피곤하시죠?’
‘만일, 인생을 예견할 수 있다면 기대와 노력이 없는 그 삶이 과연 즐거울 수 있을까요?’
‘재성 씨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3년 4월 21일 금요일 유원욱
만약 제가 재성 씨를 돕는 입장이었다면 저상버스가 아닌 일반 좌석버스가 왔을 때, 나는 과연 어떤 결정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재성 씨에게 다음에 가자고 했을까? 다온빌 차량으로 가자고 했을까? 그러나 재성 씨가 버스를 타고 내리는 일에 직원은 간호사님과 버스기사님의 힘을 보태 실천했네요. 또한 용기를 내어 준 재성 씨도 대단합니다. 제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웠습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