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란 무엇인가. 정년(停/머무를 정. 年/ 해 년)을 사전적 의미로 보면 이제 그냥 머물러라하는 시기가 바로 정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년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처음에는 달리기가 힘들고 입에 거품도 생기고 하지만 어느정도 경험이 축척되면 그 다음에는 그냥 달리게 된다. 마라토너들에게 물어보니 45.195km 구간가운데 처음 5~10km구간 그리고 마지막 구간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중간 구간은 어떤가. 그냥 시작된 그 관성으로 그냥 나아간다는 것이다. 마라톤과 인생은 비슷하게도 어느 정도 경험이 생기면 그 어려움도 모르고 체력이 고갈되는 것도 모르고 달려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 중간 근육에서 나오는 일종의 쾌락 즉 힘든 것을 마비시키는 일종의 물질이 배출돼 생각보다 어려움을 잊고 달리게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목표점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급격하게 피로감이 엄습하면서 그때부터는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골인지점까지 간다고 말한다. 인생과 마라톤은 상당히 흡사한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만든 대부분의 직종에는 이른바 정년이 있다. 그 정년은 이제 당신은 열심히 인생을 달려왔으니 쉬세요 하는 선물이다. 미친듯이 오로지 그 마지막 지점만을 향해 달려온 그리스의 그 병사는 아테네에 도착하자 소식을 알리고 숨졌다. 그는 BC 490년 아테네가 페르시아를 물리쳤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40km를 달린 그 병사는 승전보를 알리고 숨져갔다. 그 병사도 도착하고 그가 쉴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에게는 아테네에 도착해 그 소식을 전하는 것이 그가 가진 모든 영광이요 사명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을 결정짓지 말라고 만든 것이 바로 정년이다. 평생을 달리고 달리지만 정년이란 골인지점을 정해줘서 마지막 숨을 거두지 말고 더 이후 벌어질 다른 상황도 접해보면서 마지막 여생을 잘 보내라고 만든 것이 정년이다. 그리고 정년지점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기진 맥진하게 마련이다. 평생 달려온 마라토너가 더 달리겠다고 난리를 치면 그게 뭔가.그는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자신에게 주어진 직업에 최선을 다하면서 달려온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정년이 필요하다. 그 이상 달릴 힘도 능력도 소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직업중에 유일하게 그런 것을 무시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정치인이라는 직업이다. 그들은 정년이 없다. 그냥 평생 자신이 하고 싶지 않거나 죽기전에는 영원히 존재하는 그 무시무시한 직업이 바로 정치인이라는 직업이다. 정치인이라는 직업은 특수성이 필요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그 누군가에의해 선택받으면 그 순간 정치인이요 권력자로 둔갑한다. 나이 20대에서부터 정치인으로 성장한 정치인은 별로 없다. 직장에 들어가 평사원에서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올라가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판사로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정치에 입문하면 그날부터 그는 정치 1일이다. 새로운 직장에 진입한 것이다. 판사로서 정년을 채웠던 말던 정치인으로 등장하면 정치인 1일이 되는 것이다. 검사출신도 그렇고 기자출신도 그렇고 경찰 출신도 의사 약사 출신 모두가 그렇다. 그러니 정치인은 자신이 정치인이 된 순간 정치인 직업 1일인데, 이제 새롭게 시작을 했는데 무슨 정년이 있겠는가.
정치인의 정신연령이 높아서, 정치인들의 소양이 깊어서, 정치인들의 인품이 훌륭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정치인으로 시작한 그 시점이 바로 그들 바로 정치인의 출발점이다. 보통 20대에서 시작해 60에 끝나는 직업처럼 그들은 정치인으로 입문하는 그 시점부터 1일이 시작되니 그들의 판단으로는 그들에게 정년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 50대 후반에 정치에 인문한 판검사들은 앞으로 적어도 30년을 해야 정치인으로서 자신들의 정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정치적 소양도 능력도 필요없다. 자신을 스카웃해준 그 조직에 충성하면 그만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판단력과 추진력과 그 의식에서도 퇴보를 가져옴을 분명하게 느낀다. 그래서 정년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업무를 추진하고 판단하는 기준에서는 나이가 60인 최고참이 최고의 능력자이다. 하지만 그 조직에서 그들을 정년이라는 이유로 나가라는 것은 그들에게 이미 추진력을 위한 동력과 의식과 미래를 바라보는 참된 방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심신이 건강해서 나이 60에도 멀쩡하게 젊은이들의 역량을 발휘하는 인물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참신함이 존재하지 않는다.아무리 참신하려해도 풍기는 맛이 영 아니다. 그래서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이제 떠나 멀리서 마음으로 응원해 주라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정년이다.
요즘 늙은 정치인에 대한 불만이 전세계적으로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의 리더국가이자 가장 파워풀하다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나라이지만 그들의 지도자는 늙어도 정말 늙었다.지금 대통령은 81살이고 그에게 대항하는 도전자는 77살이다. 지금 미국의 유권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제 더이상 늙은 정치인들의 판단에 미국이 결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미국 공화당 한 인물은 81살의 같은 당 상원 원내대표를 향해 물러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81살의 정치인은 공개석상에서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미국 대통령 바이든도 이상한 행동을 간혹해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에게 우려를 주고 있다. 그가 자주 비행기 트랩에서 넘어지거나 엉뚱한 발언을 하기도 한다. 그 상대인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분노조절장치가 고장났는지 연일 책임있는 최고 국가의 정치인답지 않는 언행을 되풀이 한다. 러시아의 푸틴도 71살이다. 미국의 지도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는 아래지만 러시아의 평균수명이 높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최고령이라 보인다.중국의 시진핑도 나이가 푸틴과 비슷하다. 그런 고령의 나이 정치인들이 지금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일본은 한 번 정치인은 영원한 정치인이고 자자손손 대를 이어 충성하는 문화에 푹 빠져 있다. 바로 이런 것이 그들의 판단과 미래지향적인 시각에 의문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결격사유라 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왜 인간이 만든 직업에 정년을 두었는지를 명확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나이 60살에 회사에 그만둔 사람들의 체력에 문제가 있던가. 65세에 교수직을 나온 그 전문가가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든가. 70세 정도에 그만둬야 하는 성직자들이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왜 그들은 그들이 평생 직장, 그러니까 40년 가까인 전문분야인 그 직업에서 물러나야만 하는가.그것은 바로 참신한 생각과 미래지향적인 방향과 세상을 바라보는 진취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어떤가. 정치인들은 과연 누구인가. 관련 국가에서 미래를 보여주고 솔선수범하며 나라를 이끄는 인물들이다. 그들에게 정년이 없다는 것은 그냥 막 가자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는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그 중차대한 임무를 지닌 인물들은 아무나 되어도 괜찮다는 국민적 방치된 믿음에서 유래되는 것이 아닌가. 문제가 있고 능력은 없어도 내고향 사람이면 그냥 오케이하는 국민적 합의가 도출한 적나라한 형태 아니든가. 나라를 이끌 기업의 간부들 그리고 나라를 이끌 학교의 인재들, 나라를 인도할 정신적인 종교적 리더들의 임기는 명확하게 지키라 하지만 그 중요한 나라의 앞날 그리고 운명을 좌우할 그런 정치인들의 앞날은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국민들이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 아닌가. 그러니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공천받고 어떻게든 국회에서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필사의 투쟁을 하는 것이다. 필사의 투쟁에 국민이 눈에 보이겠는가.
일반 국민들의 정년은 60에서 65살인데 아예 정년이 없는 정치인들은 신이 내린 직업인가. 그들이 정말 제대로 정신 검증을 받고 일하는 것인가. 그냥 특수 정당의 소속이면 죽을때까지 온갖 환대와 영예를 누려도 된다는 것이지 모르겠다. 일부 정당에서는 그런 초호화 특혜를 누릴 의원수를 더 늘리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니 더 이상 무엇을 말하겠는가.
2023년 8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