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지난 5월 21일 신치용 감독이 대구 영남대학교에서 진행한 '열정락서' 특강 내용 중 일부입니다.
17년 동안 15번 우승한 삼성화재의 저력을 드러내는 부분이 있어 일부 옮겨봅니다.
싹슬이 논란 등으로 삼성화재에 대한 배구계의 시선이 따듯하진 않지만
그것과 별개로 신치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강팀의 노하우'로서 충분히 배워볼 법 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과연 저런 자세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지, 한번쯤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편의상 반말체로 정리했으니 양해 바라고요.
강연을 주관한 곳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자료니 퍼가지 말고 그냥 여기서만 보세요.
===========================================강연 내용===========================================
명장 덕장 용장 그런 얘기들 하는데, 그것은 쓰는 사람들이 (그런 이름을 그냥) 쓰는 거지 감독은 감독일 뿐이다
어떻게 16년간 정상에 있냐고 물어보는데 딴 거 없다. 열심히 하는 거 외에 없고, 늘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것 밖에 없다. 그 외에 무슨 재주가 있겠나.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팀워크다 팀워크가 되는 팀은 어떤 전술을 내놔도 그 전술이 통한다. 그런데 팀워크가 안 되는 팀은 어떤 전술을 쓰던, 어떤 선수가 있던 마지막에 실패한다. 이건 학문에서 나온 공부가 아니라 내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우리 선수들이 술 먹으면 나한테 '감독님은 이중인격자 같아요' 한다. 술 마실때는 이렇게 사람 선하고 좋은데 체육관만 들어가면 어떻게 그렇게 악질이 되냐고 묻는다. 그래서 내가 "그래? 술 마실때는 기분좋게 먹어야지. 그래야 몸에 좋다"고 했다(웃음)
내가 제일 노심초사 하는 건 그 선수들이 포기할까 싶어서다. 난 해봐야 배구 되지도 않는다 하고 포기할까 싶어서. 포기하면 안 그래도 선수 없는데 어떡하나(웃음) 그래서 실력이 모자라니까 훈련 많이 시켜야 된다. 많이 시켜야 되는데, 그러면 또 힘들어서 못하겠다 하면 그것도 곤란하니까 요새말로 내가 밀당을 좀 한다. 가서 소주 한잔 하자 그러면 같이 폭탄주 말아 마신다. 그리고 말해준다. "못하긴 뭘 못하냐. 니가 고등학교때 놀았나보구나.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잃어버린거 다 되찾을 수 있다" 그렇게 선수들한테 희망을주고 내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만들어준다. 그게 감독의 역할이다.
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해야된다. 자기들끼리 실수했는데 괜찮아 괜찮아 할 때가 있다. 괜찮긴 뭐가 괜찮나(웃음) 실수한 걸 괜찮다고 하면 안 된다. 실수와 타협해버리고 나면 할 게 없다.
우리 팀에서 서브가 가장 강하다는게 박철우다. 다른 데 비하면 별로 과한 것도 아닌데(웃음). 박철우가 자꾸 실수하길래 "야 그리 실수 많이 하면 어떡하냐. '점프서브는 실수해도 된다'는 생각은 버려랴. 실수를 줄여야 된다" 그랬더니 살살 맞춰 넣더라.
그래서 기분 나빠서 "너 참 치사하다. 그걸 살살 맞춰서 서브하고 타협하고 있냐 서브가 안 들어가면 훈련 더 해서 범실 줄이려고 노력해야지 거기서 타협하면 어떡하냐 그 부담이 다른 선수한테 돌아가는거다. 그건 팀원으로서 할 게 아니다" 그랬더니만 제대로 때리더라.
오색약수에서 대청봉 넘어 살악동까지 뛰는데 얼마 걸리는지 아나? 뛰어본 사람 있나? 당연히 없겠지(웃음) 우리가 1년에 2번은 거기 뛰러 간다. 고통 속에서 도전 의식 길러주고 싶어서 초창기 때 한건데 지금까지 하고 있다. 안 하면 불안해서 한다. 2시간 50분에 뛴다면 다들 거짓말이라고 한다. 전에는 기자들이 우리보다 몇시간 먼저 출발했는데 대청봉 올라가기도 전에 우리가 다 따라잡아 버려서 촬영을 못 했다.
이정도 우승했으니 됐어 하고 자만하면 바로 무너진다. 우승하고 그날 저녁에 파티 한다. 술 마시고 그 다음날 휴가 가기 전에 선수들과 미팅한다. 다 모일때 내가 해마다 하는 얘기가 "우승은 어제부로 추억속으로 갔다. 오늘부터 다음 시즌 준비다. 오늘 가는 휴가는 우승에 대한 보상이 아니고 다음 시즌 준비하는 휴가다. 휴가는 훈련이다. 훈련 스케줄 속에 있는 게 휴가다" 그러면 선수들은 또 도졌어 저사람. 하고 지겨워한다(웃음)
우리는 초반에 부진해도 나중가면 강해진다. 훈련 해놔서 기초가 강해서다 11~12시즌에 2라운드 끝났을때 꼴찌였다. 내가 선수들 술 사주면서 그랬다 "나는 꼴찌하다 우리가 챔피언 되면 어떨까 생각한다. 기막힌 드라마다. 난 우승 꿈꾼다. 근데 나 혼자 꾸면 뭐하냐 너희들은 생각도 없는데. 같이 꿈 꿔보자. 할 수 있다" 했다. 난 안된다는 생각은 안한다. 안 된다는 쪽에는 머리가 고장난 사람 가다. 무조건 돼 돼 하는데 1시까지 선수들이랑 술마시고 다음부터 바로 했다. 겨울이라 눈 많이 왔는데 6시에 운동장 나와서 뛰었다. 그렇게 단합하고 뭉치면 막강해진다.
선수들에게 우승하려고 배구하지 말라고 한다. 우승에 모든 걸 맞추면 불행해진다. 그냥 배구 자체에서 행복 찾고 보람 있고 땀 흘리고 행복하자. 우승도 하면 좋고
버텨야 한다. 잘해서 이기는 건 별로 없다. 실수 덜하기 싸움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100%를 120%발휘해서 이기는 건 없다. 상대가 실수하면 이긴다.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온다. 그 기회가 아무한테나 오진 않는다. 죽어라 훈련하고 준비한 사람한테 온다. 훈련 적당히 해도 다 될 것 같으면 누가 고생스럽게 훈련하겠나. 삼성화재 감독돼서 두번째 우승했을 때 '전승불복'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뜻의 글을 누가 써줬다. 늘 노력하고 준비하란 얘기,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는 걸로 이해했다.
평생 배구만 했지만 자존심은 지켜야지. 자존심은 선수한테 감독으로서 지켜야 할게 있고 아내한테도 자식한테도 친구한테도 다 있다.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게 자존심이다. 딴 거 없다. 할 일 열심히 하면 자존심 있는거지 자기 할 일 어영부영 하면 무슨 자존심이 있겠나.
첫댓글 선수들 뿐 만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좋은 글이네요~!! ^^ 좋은 글 감사. 잠시 졸렸는데.. 번쩍~!
김성근 감독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느낌이네요.훈련은 배신하지 않으며 실수를 줄이는게 이기는 방법이라는 지도방식에서 훈련장에선 도깨비같은데 밖에선 넉살 좋은 아저씨같은 부분까지ㅋㅋ
대전은 배구라도 잘해서 그나마 다행인거 같아요..ㅋㅋ
그만큼 삼성에서 투자를 많이해주고 훈련시설이 좋아서그런게 아닐까요?
저 선수들도 어느정도 클래스가 있으니까 마음 강하게 먹으면 실력이 더 잘나오고 그런거죠., ㅠㅠㅠ
실제로는 마음먹은대로 안돼서 은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ㅠㅠ
느낌이 거의 김성근감독님인데요? ㅎㅎㅎ 역시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닮는 모양입니다.
배구계의 김성근감독님이라도 손색이없을정도입니다. 배구 한번 구경갔다가 신치용감독님의 전략 전술 그리고 용병술에
대단히 놀랬습니다. 사실 레오라는 용병이 기대에못미치는 그런쪽이었는데 막상 시즌투입되고나니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고하죠 ....^^;
지금은 프로배구도 FA 시즌인데 현대캐피탈과 전략적으로 대등하게 영입하려고 경쟁하고있습니다. 삼성화재의 FA로 인해 대반격 또 기대됩니다.
삼성화재도 연고지는 대전인데... 왜이리 성적은 다른지...ㅠ.ㅠ
우와 멋지다